사석원, 삶에 대한 긍정의 힘 ‘하쿠나 마타타'
사석원, 삶에 대한 긍정의 힘 ‘하쿠나 마타타'
  • 왕진오
  • 승인 2017.10.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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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위에 물감으로 써 내린 치유와 소통의 염원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검은 칠판 위에 이국 생활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의 삶의 궤적을 분필을 이용해 기록한 글 위에 사석원의 동물 그림이 함께 놓였다.

'사석원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사석원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지 수묵과 캔버스유화 등 동 서양화의 소재 기법을 변주하던 작가는 “칠판은 물감을 두껍게 발라도 바닥이 처지지 않아 작업이 수월합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적고 무거워서 자신이 더 이상 다루기 힘든 소재”라며 “칠판 그림은 이번 전시만을 위해서 보여주는 한정 품” 이라고 했다.

사석원이 2007년 ‘만화방창’ 이후  국내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그가 그려낸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80여 점이다. 2010년 3월26일부터 4월18일까지 가나아트센터와 가나아트센터부산에 걸린다.

한때 수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다 서양회화의 기법을 도입, 동양화의 특징을 살리면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이 사석원 작업의 정형이 됐다. 그는 팔레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석원 작가는 “동양화 전공자로서 서양화 재료를 다루는 것에 익숙치 않고, 튜브의 물감을 섞지 않고 반복해서 화면 위에 올리는 작업 형태 때문이라고” 했다.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왕의 귀환'. 100x8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왕의 귀환'. 100x8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이와 함께 동양화의 먹에서 볼 수 없는 색채의 변주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역동적인 붓질과 원색의 절묘한 조화는 경쾌하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한 켠 흐뭇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며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낸다.

희망과 치유 ,HAKUNA MATATA!!!

다소 생소한 제목인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세요’란 뜻이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보이려는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은 각자 나름의 고뇌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본능적인 고뇌는 ‘생존’에 대한 것이다. 이 고뇌를 그는 2007년 아프리카 여행에서 직접 경험했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세렝게티 평원을 가로지르는 아프리카 동물들의 치열한 생존 현장을 목격하면서 생명체의 생존과 사투, 그리고 고뇌를 목격하게 됐다.

그는 여행을 통해 치열한 생존의 한 가운데 존재하는 강렬한 원시의 생명력과 색채,그리고 역동성을 감지했다. 이 생명력은 작품을 통해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된다.

사석원, '스패니얼'. 100x8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사석원, '스패니얼'. 100x8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그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캔버스 대신 검은 칠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돌 가루인 칠판은 캔버스에 비해 무겁고 물감도 많이 들어가지만 작품 보존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칠판은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관계가 깊다.

3년 전 우연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길을 가르쳐 준 뒤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주목 했다고 했다. 이후 경제적으로 침체기였던 한국 사회의 건조함과 척박함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칠판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는 칠판을 들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 다니면서 희망이나 애로사항, 고국의 기억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써 놓은 글에는 비관 보다는 한결같이 희망,각오,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었다”며 삶에 대한 긍정의 힘을 느끼게 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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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긍정의 힘, 강렬하고 아름다운 생명력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필로 쓴 글은 코팅 처리 후에 동물 등 그가 그려내고 싶은 다양한 형상이 올라가 있다. 사석원이 외국인들과 함께 칠판 작업을 통해 생존의 고뇌와 그 본질의 치유를 녹여 낸 것이다.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왕의 귀환'. 163x24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왕의 귀환'. 163x24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9.

그의 작품에 자주 사용되던 주제인 소재는 역시나 동물이나. 지난 ‘만화방창’ 에서 금강산 소재로 풍경화를 선보인 것을 제외한다면, 역시나 그는 동물 작가인 것이다. 화환과 화관을 목에 건 애완견과 가면을 쓴 호랑이도 보이는데 대다수의 작품은 그가 2007년 아프리카 여행에서 직접 목격한 야생 동물들의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화면 위에 옮겨져 있다.

“칠판 작업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손사레를 짓는다. “전통 방식으로 칠판을 만드는 곳이 이제 얼마 없고 무거운 칠판을 들고 공장을 찾아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한, 본인 작업 활동에 있어 흐름의 맥이 자주 끊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는 이제는 “편안하게 그림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작업에 대한 욕심을 피력했다.

이는 그가 화면 위에 올려놓은 물감의 두께 만큼 1년에 0.5mm 정도가 굳어지는 오랜 시간을 볼 때 자신의 생애에는 스스로 뿌려놓은 물감이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연유가 있는 듯 했다.

그는 한번 붓을 잡으면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를 뿜으며 즉흥적으로 완성을 한다고 한다. 이는 동양화 전공자로서의 몸 속에 내재된 본성이 나오는 것이 아닌 듯 했다. “작업에 몰두하게 되면 밤을 새우는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된다”며 붓 보다 물감 튜브를 뿌리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을 했다.

사석원, '슈나우저 가족 2'. 97x193.9cm, Oil on canvas, 2009.
사석원, '슈나우저 가족 2'. 97x193.9cm, Oil on canvas, 2009.

이번에 보여지는 그림들에는 슬픔과 기쁨, 처절함과 환희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있다. 강물을 건너며 악어에게 다리 한쪽을 먹힌 누우, 그 옆을 필사적으로 건너는 누우떼의 모습이 보는 것 과 달리 슬프고 긴박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프리카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들은 이국적이다. 그러나 동물들의 모습과 아프리카 의 전통 가면 등을 자유롭게 뒤섞은 그림은 어린아이의 그림과도 같은 사석원 특유의 표현력과 활력이 함께 하고 있서 더욱 생명력을 깊게 전해주고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다시 그는 아프리카로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프랑스 유학 당시부터 가졌던 아프리카에 대한 열망을 카메룬,부르키나파소,토고 등의 나라 여행을 통해 풀어보고 싶은 것이다.

사석원은 “여행을 다녀오면 또 어떤 그림이 만들어 질지 모르겠지만,나는 그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좀 더 개인적인 것도 그리고 싶고, 한국화를 전공했으니 묵화도 하고 싶다”며  “사람들은 내 작품이 너무 변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내 본질적인 바탕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사석원, '개나리와 가면 쓴 호랑이'. 120x24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8.
사석원, '개나리와 가면 쓴 호랑이'. 120x240cm, Oil and mixed media on blackboard, 2008.

고뇌와 치유라는 작품 성격인지 이번 전시회를 펼치면서 축하하는 화환을 받지 않고 쌀을 받아 기부할 계획이라 했다. 문화예술 중심으로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 진행할 행사도 마련됐는데 다문화가정센터 레인보우합창단 공연과 자선바자도 연다. 비롯한 입장료, 전시 엽서 판매수입 전액,작품판매 수익금의 10%는 다문화센터의 육성사업부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작가 사석원은 동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파리 8대학 석사과정을 수학 했다. 1989년 송원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금호미술관,가나화랑,노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전개 했으며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금상 수상한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호암미술관.외교통상부,청와대,문화관광부 등에 소장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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