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 1세대 이석주, '존재와 시간'에 대해 질문하는 '사유적 공간' 선보여
극사실 1세대 이석주, '존재와 시간'에 대해 질문하는 '사유적 공간' 선보여
  • 왕진오
  • 승인 2018.05.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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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한국 극사실 회화 1세대 작가로 불리는 이석주(66)의 개인전 '사유적 공간(Space Contemplation)'이 15일부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막을 올린다.

'작품과 함께한 이석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이석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2015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200호에서 1000호에 달하는 '사유적 공간' 대형 신작을 중심으로 초기작인 1970~80년대 '벽', '일상'시리즈 등 회화와 드로잉45점이 전시된다.

이석주 작가는 국내화단에 비정형의 추상회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대상을 사진처럼 정밀히 묘사하는 극사실 회화를 일관되게 지속해오고 있다.

한국극사실 회화의 대표 작가인 이석주는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일상성과 초현실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것이 특징이다.

이석주, '사유적공간(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59x388cm,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석주, '사유적공간(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59x388cm,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그는 에어브러시와 붓을 이용해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대상을 그리면서도 내면의 사유,서정적인 감성 등 주관적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가는 1970~80년대에 암울한 느낌의 '벽' 시리즈와, 군중 속 소외된 개인 시각에서 도시 풍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묘사한 '일상' 시리즈를 통해 소통이 부재하는 고독한삶과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었다.

한편, 1980년대 후반현실 속 오브제들을 파편화하고 재조합한'일상'시리즈는 현대 도시의 일상과 극대화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석주, '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27.3x545.4cm, 2015.(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석주, '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27.3x545.4cm, 2015.(사진=아라리오갤러리)

1990년대 후반부터 선보인 '서정적 풍경', '사유적 공간' 시리즈에서는 외부 대상을 관찰하던 작가의 시선이 내면의식으로 향하며 작품에 전환을 맞이한다.

이석주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 ‘기차’, ‘시계’, ‘낡고 바랜 종이’ 등은 모두 시간과 존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드러내는 소재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통해 자연물과 인공물은 한 화면에 병치되어 보는 이이게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대비 효과를 통해 작가는 일상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고독, 허무 등 인간 내면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아라리오갤러리개인전에서 작가는최근 4~5년 동안 작업한 200호~1000호크기 '사유적 공간' 대형 회화 작품들을 대거 선보여‘존재와 시간’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이석주, '일상(Routine)'. Acrylic on paper, 55x69cm, 1984.(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석주, '일상(Routine)'. Acrylic on paper, 55x69cm, 1984.(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전에 시간성을 나타내던 말들은 오래된 책이나 활자 이미지들과 한 화면에 놓여 다양한 인간을 나타내는 소재로 등장하며,크게 확대된 낡은 책이나 떨어져 나온 책 페이지들도 명화나 말 이미지를 연결해주면서 마치 새로운 시공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작들에는 특히 16~20세기 서구 고전 명화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는데, 원본에 최대한 근접하게 복제된 명화의 부분이미지들은 낯선 사물들과 함께 놓임으로써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해 생각게 한다.

이석주 작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순수성, '우유 따르는 여자'속 일상적 삶의 모습, 앵그르의 '오달리스트'의 욕정과 세속성, 카라바지오의 '의심하는 도마'에서 예수의 부활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도마의 인간적 모습, 렘브란트의 고뇌가 엿보이는 인물과 라 투르의 희극적인 악사의 대비 등을 나 자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일상적 인물들의 우수와 고뇌, 내면의 갈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석주, '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27.3x363.6cm,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석주, 'Space Contemplation'. Oil on canvas, 227.3x363.6cm,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또한 “책, 시계, 말 등 현실적 이미지와 고전 명화 이미지들은 한 화면 속에 배치되어 시간성을 나타낸다. 이미지의 부분을 최대로 확대해 극사실적으로, 또는 흐리게 그린 이미지들은 또 다른 시공간에서 우리 존재를 사유해보고자 하는 시도” 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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