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영철 여류조각가회장] “기업과 컬렉터의 매칭 통해 조각가들의 실질적 창작 활동 지원 방안 마련”
[인터뷰-심영철 여류조각가회장] “기업과 컬렉터의 매칭 통해 조각가들의 실질적 창작 활동 지원 방안 마련”
  • 왕진오
  • 승인 2018.05.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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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통해, 미혼모 여성과 경제적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계기 마련◆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울트라 슈퍼 우먼을 요구하는 사회 관념 속에서 여류 조각가들의 작가정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너무 점잖은 모습보다는 역동적인 활동으로 한국여류조각가들의 위상을 높이겠다."

'서울 인사동 소재 갤러리에서 45주년 기획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심영철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인사동 소재 갤러리에서 45주년 기획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심영철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국내 최대 여성 조가가들로 꾸려진 한국여류조각회 제14대 회장으로 선출된 심영철 조각가(수원대 교수)가 밝힌 임기 내 포부다.

한국여류조각회는 여류조각가의 권익 옹호, 국내외 작품 활동과 상호 협조를 목적으로 1974년 창립했다. 현재 여류조각회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300여 명에 이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동인 단체이다.

심영철 회장은 "협회 나이가 45살이 되니 너무 점잖아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어요.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역동적인 해로 만들기 위해서 미술관급 전시와 화랑에서의 초대전을 통해 한국여류조각가들의 작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선보이려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역대 선배 회장들에 대한 노고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오마주하고, 젊은 후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상제도와 전시 지원금 등 후원 활동에 팔을 걷어붙이려 동분서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여성 그리고 조각가들의 성공적인 조합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한다. 지금도 그런데 하물며 1970년대엔 오죽했을까? 라며 "여성이기 때문에" "무진 애를 써온"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정숙, 윤영자 등이 주축이 되어 1974년 만든 한국여류조각회의 초창기를 생각한다고 한다.

◇젊은 후배작가들과 함께하는 기획전 및 수상제도 마련 통해 여류조각가 활동 고취◇

또한 김정숙 조각가가 1975년 2회 전시 당시 "여성이기 때문에 남다른 고민과 어려움이 운명처럼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자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뭉쳐보자는 힘도 컸다고 봅니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관심도 많다고 봅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저희는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무진 애를 써왔습니다"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고 전한다.

1974년, 사실상 화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조각가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했던 시기에 33명의 작가들로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창립 전을 열었다.

당시 50대를 지나 60대를 바라보던 김정숙은 남성이 대부분인 조각 계에서 여성 조각가들이 겪는 차별적인 대우와,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여성 조각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여성 조각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철저한 작가정신을 고취시키고자 한국여류조각가회를 만든 것이다.

올해로 45년을 맞은 한국여류조각가회가 이미 고인이 된 김정숙, 윤영자를 비롯해 창립 회원들의 작품과 역대 회장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역사를 살펴보고, 새로운 조각의 세계를 열고 있는 젊은 여성 조각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전을 마련한다.

심 회장이 밝힌 미술관급 초대전시는 5월 28일부터 6월 27일까지 C아트뮤지엄과 7월 5일부터 17일까지 선화랑에서 갖는 한국여류조각회 45주년 기획전 'I, WOMAN'을 통해서다. 이 자리는 300여 회원 중 80여명의 여류조각가들의 창작열이 가득한 작품들이 함께한다.

'서울 인사동 소재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심영철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인사동 소재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심영철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여성조각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래를 보는 ‘I, WOMEN’개최◆

45주년 기획전시 'I, WOMAN'은 “페미니즘을 표방하지만, 생활과 사회의 모든 것을 하면서도 작업의 길을 가야하는 숙명을 스스로 선택한, 그리고 지금도 힘든데, 선배들의 여정에 대한 경의의 차원”이다.

또한, “인격존중, 인간 평등의 의미일 뿐이다. 단지 성적으로 남여의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다”라며 “이런 개념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위해 희생하고 감수했던 모든 것에 대한 일종의 대승적 의미의 여성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여류라는 이름이 협회에 붙은 이유도 맥락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귀띔한다. 심 회장은 "여류란 이름이 촌스러워 보이지만, 여러 이유에서 초기에 정한 여류란 이름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며 서로가 서로를 지원해주고, 칭찬과 격려를 했을 때 또한 넘어져 자빠져있을 때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동질성을 공감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존속되어야 하는 의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기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에 대해 심영철 회장은 "올해는 미혼모를 돕거나, 힘든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는 그늘진 곳에 도움을 주려고 기부금 제도를 활성화 시키려 한다"며 "여류조각회의 행정적인 보완을 통해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수월하도록 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고, 젊은 작가들의 참여를 고취시키는 수상제도와 전시 지원 제도를 제정해 후배들의 창작 활동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심 회장은 이번 한국여류조각회 45주년 기념전시를 통해 전환기를 마련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자신이 회장을 맡고 보니 후배 작가들이 여류조각회의 역사성에 무관심한 것 같았다. 임기 중에 오마주 코너를 마련하고 선배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들의 정신을 일깨우려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작품 활동을 위해 작품이 판매되고, 그 수익으로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초대전시를 통해 컬렉터들이 와서 보고 소장할 수 있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심영철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은 "어느 구성원이든 그 곳에는 한 명 이상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느냐"며 "여성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으면, 슈퍼우먼 노릇을 했던 여류 조각가들의 힘든 여정에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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