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K, 동시대 예술을 하나의 경험으로 본 '경험의 궤도'展 개최
스페이스 K, 동시대 예술을 하나의 경험으로 본 '경험의 궤도'展 개최
  • 이예진
  • 승인 2018.05.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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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경기도 과천에 위치하고 있는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 K' 에서 '경험의 궤도 (Art as Experience)' 展을 5월 14일부터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스페이스K, '경험의 궤도' 전시 전경'.
'스페이스K, '경험의 궤도' 전시 전경'.

관계와 상황이라는 사회적 토대 위의 동시대 예술을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본 이번 전시에는 김윤섭, 범진용, 신준민, 이윤희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시대에 부응하며 기존의 미의식을 반성하고 방향성을 모색해온 작가들은 오늘의 예술을 ‘경험’의 측면으로 바라보며 저마다의 시점을 화폭에 전개한다.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화면에 대상을 자기화하고 재배열하는 작가들은 관람자의 미적 반응을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자신의 주변이나 일상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순간들로부터 축적되고 응축된 이들의 경험은 삶에서 깨닫는 인지와 감각의 총체로서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된다.

김윤섭, '순교자-반 고흐의 출현'. oil on canvas, 194x390cm, 2016.
김윤섭, '순교자-반 고흐의 출현'. oil on canvas, 194x390cm, 2016.

더불어 개인의 경험에서 촉발 된 이들의 창작 행위는 단순한 자기 독백을 넘어 관람자 저마다의 의미로 새롭게 수용되고 경험 된다. 이번 전시에서 일상적 경험을 예술의 관점에서 환기하는 작가들은 창작과 수용을 미적 경험의 순환 구조 속에서 해석해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제안한다.

김윤섭 작가는 매체에 따른 이미지의 생산과 수용의 특성을 다각적으로 실험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미지 생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자가 고찰하는 연작을 선보인다. '순례자 시리즈'는 새로운 창작 세계를 갈망하는 작가의 진지한 탐구의 과정을 마치 진리를 찾아 현세를 유랑하는 '순례자'로 가공한 연작이다.

'순교자 시리즈'의 중심 인물로는 화가 ‘반 고흐’가 등장한다. 작가는 반 고흐를 예술적 자기 세계를 치열하게 찾아 나서는 순례자이자 순교자로 재해석하는데, 사실상 이 여정의 주체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범진용, '조우'. oil on canvas, 163x260cm, 2015.
범진용, '조우'. oil on canvas, 163x260cm, 2015.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앞서 예술가와 이미지 형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선행된 그의 회화는 하나의 잘 완성된 이미지 그 이면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범진용작가는 우리 주변의 구석진 곳이나 익명의 장소를 섬세하게 재현하면서 그 곳에서 느낀 심리를 중첩시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왠지 모를 생경함을 자아내는 풍경들은 익숙함 속에서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른바 언캐니(uncanny)의 심리적 현상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익숙함 가운데 무언가를 낯설게 드러내는 수법은 대상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것이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닌, 무의식이나 우연과 같은 불완전한 기제와 함께 작동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눈으로 인식된 하나의 풍경이 회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작가가 상기한 기억이나 감성이 함께 용해된 장소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의 회화는 관람객의 시각은 물론 무의식 또한 자극하며, 서로 다른 두 영역의 기제가 서로 조응하지 못하는 불협화음이 아닌 일체화된 풍경으로 선사한다.

신준민, '산책'. oil on canvas, 227x545cm, 2017.
신준민, '산책'. oil on canvas, 227x545cm, 2017.

신준민 작가는 하천이나 산책로 등 지극히 평범한 장소를 내면화 한 풍경을 그린다. 이러한 장소들은 회화의 소재로서 인위적으로 선택되기보다는 산책과 같은 일상 행위가 이루어졌던 장소에서 우연히 유년의 기억을 상기하거나 문득 떠오른 감정이 환기되면서 회화에 중첩된다.

작가는 자신의 시각망 속에 들어온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 감정을 투사함으로써 그 장소를 다르게 느끼도록 한다.

채색 또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감정의 색채를 적용한다. 일상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작가의 경험은 그 자체로 고정불변하지 않고 끊임없는 차이의 축적으로 시각화되며, 이는 관람객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그 곳'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생시킨다.

이윤희, 'Shy afternoon'. porcelain, 33x33x65cm, 2018.
이윤희, 'Shy afternoon'. porcelain, 33x33x65cm, 2018.

이윤희 작가는 세라믹으로 형상을 주조하는 작가로 주로 기성의 문학 작품에 기반해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의 대서사시인 단테의 '신곡'을 변주한 근작에서는 작가 스스로를 투영한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는 해골, 꽃, 신화적 동물 등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도상과 함께 일련의 서사를 이끌어간다.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무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본질과도 같은 불안을 치유하기 위한 소녀의 기나긴 여정으로 재구성된 서사는 결말보다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의 작업은 허구일지라도 우리 삶 저편에 숨겨진 의식을 발견하게 하는 현실의 또 다른 메타포로 압축되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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