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체 'E.A.T.' 국립현대미술관서 국내 첫 선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체 'E.A.T.' 국립현대미술관서 국내 첫 선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5.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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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예술과 기술의 실험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를 5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천장에 설치된 앤디 워홀의 '은빛 구름'.(사진=아트인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천장에 설치된 앤디 워홀의 '은빛 구름'.(사진=이예진 기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 33점과 아카이브 100여점이 전시된다.

E.A.T.는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휘트먼, 벨 연구소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 와 프레드 발트하우어가 결성한 비영리 단체로 예술과 과학기술, 나아가 산업의 영역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교류를 선도했다.

‘기계 시대의 끝’이라 불리었을만큼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범람했던 1960년대 사회적 상황은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E.A.T.의 활동은 예술가에게 예술적 표현 범주를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공학자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 기술을 연구하게 함으로써 기술의 진보를 가져왔다.

한스 하케, '아이스 테이블'.(사진=아트인포)
한스 하케, '아이스 테이블'.(사진=이예진 기자)

또한 서로 다른 분야의 경계를 끊임없이 실험했던 E.A.T.는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넘어서, 예술의 영역 바깥으로 사회 참여적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갔다.

예술가와 공학자 그리고 산업 사이에 더 나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와 로버트 휘트먼(Robert Whitman), 벨 연구소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Billy Klüver)와 프레드 발트하우어(Fred Waldhauer)를 주축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6,000명이 넘는 예술가와 공학자가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등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유명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서로 다른 영역의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환상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포레스트 마이어스, 클라스 올든버그, 존 체임벌린, 데이비드 노브로스 '달의 미술관'.(사진=아트인포)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포레스트 마이어스, 클라스 올든버그, 존 체임벌린, 데이비드 노브로스 '달의 미술관'.(사진=이예진 기자)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총 10개의 퍼포먼스로 기획됐다. 이 전시는 현대무용, 순수예술, 미디어, 음악, 영화 연극 등의 장르를 수용한 다원예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섹션 ‘협업의 시대’에서는 키네틱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팅겔리(Jean Tinguely)의 대표작 '뉴욕찬가'(1960)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빌리 클뤼버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브리어와의 협업의 결과물이다. 

앤디 워홀과 공학자 빌리 클뤼버의 기술적 조언으로 완성된 풍선 오브제 '은빛 구름'(1966)은 전시장을 부유하며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협업 작품이다.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TV 수상기, 자석, 50x90x1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TV 수상기, 자석, 50x90x1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자석 TV'(1965)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으로 TV에 자석을 대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해 화면에 다양한 추상 패턴이 맺히는 작품이다.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대중매체를 관람객이 완성하는 작품으로 당시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은 비디오 아트의 신기원을 열어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두 번째 ‘E.A.T.의 설립’에서는 단체의 본격적인 협업의 결과물들이 선보인다. 한스 하케의 '아이스 테이블'(1967)은 냉각장치를 갖춘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이 전시장 공기에 녹고, 다시 동결되기를 반복하는 작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세 번째 섹션은 1966년 10월 뉴욕의 69 기병대 무기고에서 선보인 기념비적인 퍼포먼스 작업 '아홉 번의 밤: 연극과 공학'이 중심을 이룬다. 

마지막 섹션‘확장된 상호작용’에서는 E.A.T.의 활동이 예술과 과학기술의 협업을 넘어 사회 참여 프로젝트들로 확산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브리어, '떠다니는 것(Float)'. 에폭시 수지, 아크릴 도료, 모터, 배터리, 금속 프레임, 높이183×지름180cm, 1970년.(사진=국립현대미술관)
로버트 브리어, '떠다니는 것(Float)'. 에폭시 수지, 아크릴 도료, 모터, 배터리, 금속 프레임, 높이183×지름180cm, 1970년.(사진=국립현대미술관)

로버트 브리어의 움직이는 대형 작품 '떠다니는 것들(Floats)'(1970)은 2미터 높이의 돔모양 입체 조형물로 분당 60cm이하의 느린 속도로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 움직인다. 

전시에는 E.A.T.의 창립 멤버인 로버트 휘트먼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서울 - 뉴욕 아이들 지역 보고서'(2018)도 선보인다. 서울과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11~ 13세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촬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랩과 뉴욕의 ‘컬쳐허브(CultureHub)’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영상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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