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성복, "어흥, 금나와라 뚝딱"
조각가 김성복, "어흥, 금나와라 뚝딱"
  • 왕진오
  • 승인 2017.10.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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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조각가 김성복은 삶이 던지는 그대로의 진지함을 피하고 가벼움의 미학을 취한다. 특히 그는 신화적 동물인 해태나 용맹스러운 호랑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 만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거운 재료를 가지고 무거운 의미를 전달하는 대신 힘든 삶을 넘어 설 수 있는 방법으로 경쾌한 유머를 택하고 있다.

'김성복 작가'.
'김성복 작가'.

그가 작업실에서 쪼아내고 다듬고 갈아낸 호랑이의 얼굴 에는 무거운 현실을 가벼움으로 버틸 수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 더 나아가 오늘의 역경을 익살로 이겨내었던 능글맞은 한국인의 자태가 스며 있기에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더욱 친밀감 있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호랑이 해인 경인년(庚寅年)을 맞아 한국전래동화 속 도깨비 방망이처럼 일상의 고단 함에서 벗어나고 푼 인간의 소망을 우화적으로 형상화 하여 남을 두렵게 하기 보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호랑이를 통해 무거운 현실을 경쾌한 익살로 넘어서 보고자 하는 주제를 담은 “금나와라 뚝딱” 展을 2009년 1월6일부터 23일 까지 경운동 장은선 갤러리에서 펼친다.

현대적인 조형을 통한 전통적인 내면의 표출

호랑이를 주요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는 조각가 김성복은 “우리 전통 민화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어리숙한 모습이 많이 나와요, 저는 형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설화나 민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스토리 텔링을 하여 도깨비 방망이가 가지고 있는, 기복의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하였고 친근하지만, 함께 있음으로  좋은 의미인 수호천사의 이미지를 해학적이자 우의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620ⅹ250ⅹ500, FRP에 채색, 2009.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620ⅹ250ⅹ500, FRP에 채색, 2009.

자신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에 그는 “살아가는 일이란, 일상의 숨소리 같아요,힘든 삶 속에서 의연하게 해학적으로 역경을 딛는 한국인의 심성을 조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물과 금강역사상을 모태로 만든 인물과 호랑이를 기본으로 도깨비 방망이와 같이 구분을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며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우리 민족이 슬기롭게 고난을 이겨내고 해쳐나가는 의미를 이번 전시에서 담고 싶었다” 고 전시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 했다.

김성복, '신화'. 470ⅹ200ⅹ340 mm, 브론즈, 2009.
김성복, '신화'. 470ⅹ200ⅹ340 mm, 브론즈, 2009.

신화와 일상의 조우

그의 조각들은 거친 사회 현실 앞에 굳건한 의지로 맞서려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겉은 강하고 낙관적이만 그 내면에는 불안하고 회의적인 감정을 가진 것이 조각가 김성복의 작품들 이었다.

근래에 들어 그는 불안함을 해학으로 넘어서면서 신화적인 동물인 해태나 용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삶이 그에게 던져주고 있는 그대로의 진지함을 피하고 가벼움의 미학을 취하게 된다.

그가 만들어내는 해학적인 동물상이나 상상 속의 도깨비 방망이 같은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상이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금나와라 뚝딱’ 하고 두드리면 주르르 금을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이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난스럽기도 한 주제이다.

김성복, '신화'. 350ⅹ400ⅹ460 mm, FRP에 채색, 2009.
김성복, '신화'. 350ⅹ400ⅹ460 mm, FRP에 채색, 2009.

작가는 지혜롭게도 전통을 자신의 경험에 녹여내고, 자신의 일상에서 발굴해낼 줄 안다. 자신의 현재의 작업에 대해 “전통적인 것을 따라 했지만, 현대적 재현으로 불교 조각이 개인의 우상 형태가 아닌 개인의 감성이 들어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에요,제 작업에 사용하는 단청은 건축에 사용되는 요소 이지만 저는 인물에 담아내고 있어요” 라며 현대적인 차용에 대해 이야기 했다.

또한 “이 단청을 인물에 담아내는 형식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가 느끼는 누구나 건강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욕망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도깨비 방망이 처럼, 작은 까치가 힘이 쎈 호랑이를 놀려 먹듯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희구하며, 형식을 변화시켜 우리 시대와 일맥 상통한 것으로 생각이 들어 일관되게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며 자신의 작업의  사용되는 서로 다른 기법이 하나의 주제로 표현되고 있음을 이야기 했다.

그의 작업을 보면 어딘가에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고 살아온 우리 한국인의 자태가 스며있기에 새해를 맞이하는 첫 달에 더욱 의미를 더하게 된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430ⅹ220ⅹ360mm, 대리석, 2009.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430ⅹ220ⅹ360mm, 대리석, 2009.

네 개의 눈은 칼날처럼 번득이고 있으며 꼬리는 열정으로 충전된 남근처럼 꼿꼿하게 서있는 그의 호랑이들에는 전통의 소재가 현재의 생명력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바람처럼 떠도는 일상을 그는 자신의 조형적 재치와 여유로 무장하여 하나의 신화로 우리에게 각인을 시키는 것이다.                                                     

김성복 교수는 홍익대학교 조소과 동 대학원을 졸업. 전국대학 미전 대상, 목우회 공모전 최고상, 한가람 미술대전 금상, 미술세계 작가상, 마니프 국제아프페어 우수 작가상을 수상했다. 12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140회 이상의 단체전을 펼쳤으며,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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