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 창작자 6인의 예술적 모티브 조명...'사유∙공간∙창작∙노트Ⅱ' 개최
환기미술관, 창작자 6인의 예술적 모티브 조명...'사유∙공간∙창작∙노트Ⅱ' 개최
  • 왕진오
  • 승인 2018.06.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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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예술가들의 창작이 실행되는 물리적인 공간과 창작의지를 촉발시키는 사유의 공간에서 출발해 '작품에 투영된 작업과정의 풍경'에 초점을 맞춘 전시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가 5월 18일부터 환기미술관에서 진행된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전시 모습.(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전시 모습.(사진=환기미술관)

전시는 한국미술의 아방가르드를 이끈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주축으로 하여 ‘조각적 고찰’을 근간으로 세상을 향한 시선을 감각적인 조형언어로 공간에 빚어냄으로써 새로운 사유를 제안하는 권오상.

재료의 물성에 대한 탐구로부터 보이는 것과 그 이면의 균형에 대한 사유를 가시화하는 김건주, 전통적인 수묵기법을 이용해 경험한 것들을 재해석하고 화면으로 소환해 자유로운 내러티브를 펼쳐내는 김은형.

과거의 기억들을 상징적으로 화면에 담음으로써 시공간을 넘어서 내밀한 사적 세계를 이끄는 이진주,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끊임없는 성찰과 행동하는 사유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창조적 시간을 제안하는 정재철 작가의 작품이 함께한다.

여섯 작가들은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조형 기법을 통해 작품에 투영된 창작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그 과정의 시간에 깃든 작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김환기 화백 작품 모습.(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김환기 화백 작품 모습.(사진=환기미술관)

김환기 작품 세계의 놀라움은 지속적으로 일관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했다는 점과 동시에 작가가 자신의 예술혼을 갈고 다듬어 변화시키고 완성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점으로 불리는 뉴욕시대(1963-1974)는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거치면서 대형 전면점화(全面點畵)와 아울러 종이의 물성을 통해 조형세계가 화면 밖으로 확장하는 ‘입체조형작업-오브제’를 선보이게 된다.

김환기는 파피에 마쉐(Papier-mâché)라는 종이죽과 한지와 양지 그리고 석고 등 다양한 재료의 혼합물을 이용해 종이로 표현되는 새로운 조형미를 발견하고 종이 고유의 물리적인 속성, 질감과 변화의 용이함 등을 연구하면서 더욱더 풍부해진 표현적 기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는 여러 형태의 항아리와 제기 그리고 나무 이파리 등의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오브제들을 제작하면서 형태적인 측면과 함께 종이의 특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을 이용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서정적인 자연의 울림을 담아냈다.

김환기의 또 다른 이름인 수화(樹話)가 ‘나무와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듯, 자연과 동화됐던 김환기에게 자연은 또 다른 의미의 숭고한 감정의 원천이었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전 김건주 작가 작품.(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전 김건주 작가 작품.(사진=환기미술관)

뉴욕 체류기간 동안 예술가로서의 끊임없는 조형연구와 함께 장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접어들며 머나먼 타국에서의 인생과 세월에 대한 자아성찰의 시간, 그리고 둥근 달을 보며 항아리와 자연의 조형물을 만들어 내던 동양적 서정과 사유 정신은 우리에게 작가의 심미안이 담긴 조형세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권한다.

김건주는 자신의 조형적 정체성의 근간을 바탕으로 한 개념의 전개를 전시공간에 직접적으로 구조화하는‘공간특정적인작품’을진행했다.재료의 물성에 대한 조형적 탐구는 김건주의 작품 세계에 있어서 창작과정의 출발점이자 그 중심 흐름을 이끌어내는 주요한 에너지원과도 같다.

김건주는 ‘언어와 관념의 간극, 현실과 환상의 균열, 물질과 비물질의 틈, 살아있음과 죽음의 경계 등을 포함한 경계를 드러내고자 한 연구의 결과물’로서 지속적으로 그 유연한 간극의 연장선에서 낯선 새로움을 찾으려 한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정재철 작가 작품 설치 모습.(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정재철 작가 작품 설치 모습.(사진=환기미술관)

정재철은 “삶이 예술이고 여행이 미술”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수년에 걸쳐 여러 장소를 방문하 고, 현지인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진행형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여왔다.

작가는 역사와 현 재, 문화와 문화, 창작과 감상 사이의 소통을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유를 재 해석,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예술공간으로 전이시켜 형식화함으로써 대화의 화두로 제시한다.

시각, 청각적으로 경험하고 체험한 기억과 상상한 모든 것들을 주관적인 해석으로 자신의 창작세계를 구축하는 김은형 작가는 독백적인 어조로써 입체적인 드로잉을 완성시킨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김은형 작가 작품.(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 김은형 작가 작품.(사진=환기미술관)

수묵 매체를 이용한 그의 작업은 한 화면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내면서 복합적인 시간과 공간의 구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영감으로 새로운 심상적 표현들로 채워진 입체 드로잉들과 함께 김홍도의 ‘과로도기도’에서 선보인 중국을 대표하는 신선인 장과로의 모습, 살아있는 생명체를 상징화한 붐박스, 자신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자화상 등을 전시장에 드로잉한 '장과로와 타임머신(2018)'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로 안내한다.

권오상은 ‘조각적 고찰’을 통한 세상을 향한 시선을 감각적인 조형언어로 공간에 빚어냄으로써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여러 층위의 변칙적인 전개의 사유로써 작품에 투영시키고 있는 작가의 시선, 그 창작의 시간들 을 대화의 화두로 삼고있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전 권오상 작가의 'New Structure'.(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전 권오상 작가의 'New Structure'.(사진=환기미술관)

권오상이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New Structure'시리즈이다. 작가는 맥락으로부터 도려내어진 상태의 이미지, 즉 조형구성의 필요에 의해 선택한 ‘시각적조형장치’로서 각색된 이미지들을 공간에 구축하고 맥락으로부터 도출된 'New Structure'의 ‘익숙한 이미지’는 낯선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미지와 팝업북과 같은 친숙한 구조임에도 끊임없이 변칙적인 사유를 투영시킨 권오상의 창작 공간에는 규정할수 없는 모호한 긴장이 공존한다.

특히 'New Structure'는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진 판형 구조의 이미지들로 구축된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의 이쪽면에서 다른 방향의 View 를 예측하기 어렵고, 한눈에 훑어보기 어려운 스케일로 전시 공간에 놓여짐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이동하면서 작품 전체를 둘러싸듯 감상하게 한다.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전 이진주 작가.(사진=환기미술관)
2018 '사유∙공간∙창작∙노트Ⅱ'전 이진주 작가.(사진=환기미술관)

삶에서 예민하고 불편하게 다가오는 사적인 기억들을 무작위로 소환하고 조합해 ‘소소한 현실의 풍경’을 정제된 화면으로 담아내는 이진주 작가의 작품은 호기심 넘치는, 살아있는 과거와 마주하게 한다.

수많은 일상의 단편들과 잠재된 경험들은 현실의 무게에 체화되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넘나들다 낯설고 이질적인 내러티브로 기록된다. 이 장면의 찰나들은 한 사람의 과거의 이야기이거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화법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작업은 자신이 생각했던 사물, 오브제, 풍경 등의 파편들을 직관적으로 포착하지만 이를 회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실제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 탐구의 과정을 거친다.

대상의 섬세한 각도의 변화에서 오는 미묘한 늬앙스의 차이, 작품의 크기, 비율, 비례 등 화면의 구성과 조형적인 연구를 행하면서 관람자들에게 작가가 경험했던 과거의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틈을 열어두고자 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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