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재, '마음이 붉으면 매화도 붉고, 마음이 희면 매화도 희다'
허달재, '마음이 붉으면 매화도 붉고, 마음이 희면 매화도 희다'
  • 강옥선
  • 승인 2018.06.09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강옥선 기자] "눈이 앞서면 손이 부끄러워지고, 손이 앞서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줄 아는 눈이 없어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게 된다."

'허달재 작가'.
'허달재 작가'.

한국화를 현대식 인테리어에 어울리도록 고려된 실용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병풍도 선보여 다양한 한국화의 변용을 즐길 자리를 마련한 직헌 허달재의 작품 60여 점이 2011년 2월24일부터  4월25일까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걸린다.

가장 서양적인 공간인 백화점에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첫 번째 시도인 그의 작품은 홍차물을 들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 한지 위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매화를 그려넣기도 하고 자잘한 금박을 뿌려 한층 완성도 높여 ‘허달재 식 매화도’를 완성시켰다.

3년 여 만에 서울에서 전람회를 갖는 그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즉 매화는 춥더라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꽃은 따뜻한 봄에 피지만, 매화는 추운 날씨에 피고 향기가 고고하기 때문에 격조 높은 꽃으로 여겨졌으며, 이러한 연유로 매화는 옛날부터 세상의 부침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뜻을 곧게 지키는 선비에 비유되곤 했다.

허달재,'백매'.144x208cm,2011.
허달재,'백매'.144x208cm,2011.

5대를 내려온 남도 문인화 계보를 잇는 직헌 허달재가 매화를 주제로 한 것도 그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시장에 선을 보일 작품들은 항상 정에서 동으로, 옛 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해 특히’심조화 화조심(心 造 畵 畵 造 心)을 주제로 한다. 이는 ‘마음이 그림을 닮고, 그림이 마음을 닮는다’는 뜻으로 ‘마음이 붉으면 매화도 붉고, 마음이 희면 매화도 희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번에는 홍매(紅梅) 뿐 아니라 한층 고졸하면서도 귀족적인 백매(白梅) 작품으로 ‘하얀색’이 줄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지난 2008년 9월 중국 미술가협회 초대로 북경의 중국미술관에서 열렸던 대규모 개인전은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외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의  그간의 노력을 반영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허달재, '홍매'.147x208cm,2011.
허달재, '홍매'.147x208cm,2011.

현지에서 그들은 허달재의 한자 서예에 대한 깊은 공력과 그의 그림에 담긴 동방 색채에 대한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그윽하고 조용하고 단아해, 마치 여성이 창작한 작품처럼 느껴진다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예스럽고 우아한 한국 정신이 발현된 것이라는 호평을 쏟아내며 양국 미술 교류의 의미를 공고히 했다.

직헌(直軒) 허달재(許達哉ㆍ1952~)는 근대 한국화단에서 명망을 떨쳤던 조부 의재 허백련 화백으로부터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을 사사했다. 조부에게서 산수며 화조 등 한국화의 기본을 다지며, 한국화의 맥을 잇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조부와 다른 그림을 그려야 조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차츰 자신만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조부의 문인화풍 그림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그림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허달재, '심조화화조심'. 106x75cm,2011.
허달재, '심조화화조심'. 106x75cm,2011.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창출된 ‘허달재식 한국화’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러면서도 전통의 은은한 격이 배어 있는 것이 허달재 작품의 매력이다.

광주시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아름답고 운치 있는 의재미술관을 운영하면서, 한국화의 맥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난초 대나무 등 수묵화를 새롭게 재해석한 그림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