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 '망각된 궁궐 온실에 담아낸 현대인의 심리적 풍경'
문경원, '망각된 궁궐 온실에 담아낸 현대인의 심리적 풍경'
  • 왕진오
  • 승인 2018.06.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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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역사 속에 무궁 무진한 이야기를 담아내었을 옛 궁궐 속의 온실이 타임 머신 을 타고 전시장에 등장했다. 그 온실들은 오늘날 우리가 직접 보지 못했던 사건들의 흔적을 조용히 담고 있었다.

'문경원 작가'.(사진=갤러리현대)
'문경원 작가'.(사진=갤러리현대)

작가 문경원은 기무사 온실과 창경궁 대온실을 오늘의 시각으로 끌어내어 개인이 직접 체험하지 못했던 역사 속의 이야기를 개인의 심리적 흐름으로 재 구성해 2010년 6월9일부터 7월4일까지 갤러리 현대 신관에다 옮겨 놓았다.

안과 밖에서 바라본 온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만든 상상의 온실에는 드로잉과 회화, 영상, 애니메이션, 설치 등 다양하고 폭 넓은 매체로 작업한 결과 물들이 가득 했다.

그가 온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해 기무사 터에서 열린 ‘신호탄’ 展을 준비하면서 부터라 한다. 기무사라는 민간인 에게는 접근이 불가했던 공간 옥상에 위치한 온실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이를 모티브로 영상작업 ‘박제(Superposition)’을 만들어 내었고, 이번 전시에는 ;박제’의 연장선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선을 보이게 되었다.

문경원, '그린하우스 #1'.Oil on Canvas, 150x200cm, Oil on Canvas, 2009.
문경원, '그린하우스 #1'.Oil on Canvas, 150x200cm, Oil on Canvas, 2009.

#부조리와 현실성의 이중공간, 온실#

인공적인 생태 환경에 대한 매력이 큰 온실에 매력을 가진다는 작가는 온실의 외부와 내부의 풍경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온실은 “생명체를 키우는 공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가공의 공간이 통제되고 조정 되어지는 상황을 스스로 변화 시키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에 그러한 의미를 많이 부여했다고 했다.

한 개인이 이루고 있는 관계 속에서 가지는 환경적 요소를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문경원은 “과거의 작품들처럼 정치적 성향을 담는 것이 아닌, 미세한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작가의 필연적인 과업인 것 같다"고 했다. 굳이 시대적 정신을 자신에게는 미술적으로 매력은 없는 것에 기인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문경원이 그려낸 ‘그린하우스’ 는 창경궁의 대온실을 답사하고 이를 전시장으로 옮긴 것이다. 대온실의 도면과 이미지를 다양한 시점으로 실측한 후 왜곡, 변형, 재구성해 놓은 작품들이다. 축소된 창경궁 온실에다 그는 균형 잡기 연습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함께 상영해 고요 속의 긴장감을 은유로 풀어냈다.

문경원, 'Superposition(박제)'. HD Film, 13min 51sec, Still image, 2009.
문경원, 'Superposition(박제)'. HD Film, 13min 51sec, Still image, 2009.

그의 대온실은 영상 만이 아닌 회화로 풀어낸 것이 함께 하고 있다. 하얀 화면 위에 넝쿨을 가득 담은 그림들이다. 하얀 공간은 자신이 의도적으로 없앤 이미지라고 했다.

이 공간에 들어있는 아이콘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 ‘오즈의 마법사’ 등에서 차용한 팝업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하얀 색으로 채워진 빈 공간에는 작가 문경원의 심리적 요소가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온실은 작가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공적인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공간이자 세상과 교류를 통해 생존해나가는 공간이다.

문 작가는“온실은 부조리와 현실성이 공존하는 제어된 사회적 시스템으로서 나만의 코드를 부여하기에 좋은 공간이다”라며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의 관계들, 소소한 것들이지만 자신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안으로 부각된 의미들이라고 했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영상이나 설치, 회화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라며 “내 모든 작업은 회화를 기반으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완성을 위해 선택하는 매체가 그때 마다 다를 뿐” 이라는 것이다.

문경원, '그린하우스 II 1909'. 2010, 680 x 1200 x 330cm, 미디어 설치 컷, 2010.
문경원, '그린하우스 II 1909'. 2010, 680 x 1200 x 330cm, 미디어 설치 컷, 2010.

회화, 영상, 설치, 시나리오까지 직접 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툴을 사용할 줄 알아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적절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업에서는 “회화에서 심리적이고 개인적인 풍경을 담았다면, 영상과 설치는 거시적인 풍경을 담아 냈다”고 밝혔다.

작가는 2010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가 겸 영화 감독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처럼 영화 작업도 하고 싶다고 했다. “회화로 출발 했지만, 회화 안에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고 그걸 넘나드는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만들어 볼 생각이 있다” 는 그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 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경원은 현재 독일 보쿰 미술관(BOCUM Museum)에서 열리는 전시(A Different Similarity)에 참여하고 있고, 도쿄 원더사이트 Creator in residence에서 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8월 상해에서 열리는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에 회화를 출품하는 등 국내외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가장 바쁜 작가 중의 하나로 행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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