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전쟁을 바라보는 두개의 예술적 시선들
[리뷰] 한국 전쟁을 바라보는 두개의 예술적 시선들
  • 왕진오
  • 승인 2018.06.09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6.25 전쟁이 일어난지 60년이 되는 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바라본 순수 미술인과 사진가 들이 바라본 우리의 비극과 그 내면에 담긴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점차 낯설게 느껴지고 있는 전쟁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 29.5x64.5cm, 종이에 유채, 1954.(개인소장)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 29.5x64.5cm, 종이에 유채, 1954.(개인소장)

젊은이들에게는 교과서에 조차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아련한 이야기를 실제 체험한 예술인에서부터 기록으로만 전해 들었던 세대의 작가들이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전쟁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느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카메라로 재조명한 전쟁 그 후 60년, On The Line#

한국을 이야기 하면서 6.25 전쟁을 말하지 않고서는 역사의 궤적을 쌓아 올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치열했던 전적지와 전후 세대의 모습, 전쟁의 아픔과 같은 심리적 화두를 사진이란 가장 현대적인 매체로 기록한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세대의 시선을 담은 이미지들이 2010년 6월25일부터 8월20일까지 대림미술관에 걸렸다.

사진으로 담은 우리의 전쟁에 대한 이미지의 모음은 전쟁에 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닌 예술적 의미를 담보하려는 의도에서 국방부가 예술의 도구를 통해 현실적인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한 자리이다.

‘경계에서’는 작가들의 눈으로 찾아낸 오늘의 한국전쟁에 관한 열 개의 이야기이다. 휴전선을 경계로 멈춰진 전쟁이 현재의 한반도에서는 어떤 외형으로 남겨져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서 경계가 만들어낸 사회문화적, 또는 심리적 파장을 드러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국경으로서의 경계가 아닌 한국의 현대사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서의 6.25 전쟁이 만들어낸 과거와 현재, 아픔과 아름다움, 분단과 통일, 고립과 화합, 욕망과 금단, 한반도와 세계의 경계에 주목한 것이다.

전쟁 장면을 찍은 기존의 다큐멘터리나 저널리즘 사진과는 다른 장면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휴전선을 경계로 멈춰진 전쟁이 어떤 외형으로 남겨져 있는지를 10인의 시각으로 담아낸 작업들이다.

구본창. '전투화'.90×67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10.
구본창. '전투화'.90×67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10.

주명덕은 6.25 당시 격전지인 대구 다부동의 풍경을 담았다. 울창한 숲이 머금고 있는 슬픔을 작가 특유의 검은 톤으로 담아낸 것이다. 당시 참전 용사들을 찾아 클로즈업 된 인물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강운구는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된 북측을 향해 놓인 다리와 철책선 주변 풍경으로 6.25 를 표현했다. 구본창은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101세 할머니를 담아내었고  당시의 아픔을 대변하는 전투화와 철모, 대검, 수통 등 이름 모를 군인들의 소지품을 함께 보이고 있다.

임진각, 대성동 선전마을, 각지에 세워진 전적비, 전쟁기념관 등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전쟁의 파편을 모아 전쟁의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이며 방관자가 된 우리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조명했다.
국방부가 공동 주최하는 전시로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 조차 “국방부 답지 않은 생각을 했다”며 전쟁에 대한 감성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국군 홍보지원대원인 탤런트 이준기와 이동욱이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전시 해설자로 나서게 되는 이번 전시는 서울 전시 종료 후 6.25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미국과 영국 순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곱 씹어 보는 6.25 전쟁 60 주년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

전쟁 속에서도 예술을 꽃 피워낸 화가들이 그려낸 붕괴되고 파괴된 역사의 현장 속에서 예리한 감수성으로 시대적 아픔을 승화시킨 한국 근 현대 미술인들의 작품들이 6월25일부터 9월26일 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 걸렸다.

박고석, '범일동 풍경'. 캔버스에 유채, 1951.
박고석, '범일동 풍경'. 캔버스에 유채, 1951.

이번 전시는 전쟁으로 인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월북하게 된 화가들과 월남하게 된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전쟁의 흔적을 확인하는 동시에 민족사에 각인된 이산(離散)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담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김흥수, 이응노,박창돈, 박항섭, 최영림, 김흥수, 이쾌대, 리팔찬 등의 그림과 당시를 기록한 희귀 사진과 대북 전단, 포스터 등이 함께 우리의 눈 앞에 펼쳐냈다.

고양문화재단 정준모 전시감독은 “개인 소장품이 많아 대부분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 이라며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쟁의 흔적을 확인하는 동시에 민족사에 각인된 우리 시대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북한에 고향을 두고 있지만 6.25를 기점으로 ‘남한으로 내려 온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 되고 있다.
김병기,김영주.김원,김흥수,김형구,박고석,박수근,박성환,박영선,박창돈,박항섭,송혜수,이달주,이수억,이중섭,장리석,최영림,한묵,함대정,홍종명,황염수,황유업 의 작품을 통해 실향에 대한 아픔,그리고 민족성에 대한 고찰 등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겪어야 했던 작가들의 절박한 고뇌를 담고 있으며, 입체파,야수파,사실주의 등 당대를 풍미했던 여러 화풍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북으로 간 화가들’ 섹션에는 남측이 고향이지만 전쟁을 기점으로 북한으로 건너간 화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길진섭,김만형,김용준,김주경,리팔찬,배운성,이석호,이여성,이쾌대,윤희순,정종여,최재덕 의 작품은 당시 활동하던 조선미술가 동맹에 가담하다가 북으로 건너가게 된 화가들로 사실주의적인 화풍이 주조를 이루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수억, '가족도'. 145x115cm, 캔버스에 유채,1957.
이수억, '가족도'. 145x115cm, 캔버스에 유채,1957.

마지막 세 번째 섹션으로 마련된 ‘6.25 전쟁을 증언하다’ 에는 김원,박고석,박득순,박영선,이수억,최영림의 작품을 통해 전쟁 당시 벌어진 학살과 피난의 비극, 민족 이산의 아픔, 그 이후로 전개된 유신 정권과 독재정치, 실향의 상처에 주목하고 이를 회화적 언어로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이 보여진다.

이와 함께 전쟁과 관련된 전쟁 유물들이 함께 선을 보이고 있다.반공문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강렬한 색채와 선동적 문구의 포스터로 만들어진 대북전단(삐라) 56점과 전쟁 관련 사진 등 6.25 전쟁에 대한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