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양대산맥,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vs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미술품 감정 양대산맥,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vs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 왕진오
  • 승인 2018.06.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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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땅, 땅, 땅,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2007년 5월 22일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이다. 평창동 서울옥션 하우스에서 진행된 제106회 경매에서 고 박수근(1914~1965)화백이 1950년대 후반에 그린 유화 '빨래터'가 그 주인공이었다.

2008년 '빨래터' 위작 논란 당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진위여부를 발표하는 오광수 감정평가위원장.(사진=왕진오 기자)
2008년 '빨래터' 위작 논란 당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진위여부를 발표하는 오광수 감정평가위원장.(사진=왕진오 기자)

그 해 연말 한국 미술계의 신기록을 세운 '빨래터'는 한 미술주간지가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경매사가 감정을 의뢰하자 한국미술품경가원(원장 엄중구, 이하 평가원)은 진작 판정을 내렸다.

앞서 2005년 3월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이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를 평가원에 감정 의뢰했고, 감정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위작 판정을 내리면서 당시 이호재 대표가 사임하고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경매사는 "유족 소장품이 어떻게 위작이냐"며 반발했고, 일본에 거주하던 유족도 경매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작 논란이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자 감정기관의 신뢰도 문제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평가원은 이중섭 특유의 표현과 속도감이 작품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중섭이 쓴 적이 없는 물감이 사용된 점을 들어 위작을 주장했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빨래터' 이전에 1991년 천경자의 '미인도'사건처럼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 '감정'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세계의 일로 비춰졌다.

이런 위작 사건을 반영하듯 2009년 4월에는 인사동을 배경으로 그림의 복제, 밀매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숨은 고수들이 등장하고, 사라졌다던 400억짜리 벽안도가 다시금 세상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미술계 마당발과 복원 전문가 그리고 미술계의 실권을 잡고 있는 국회위원과 함께 유명 화랑주인이 그림을 둘러싸고 벌이는 암투를 그렸다.

영화에서도 등장한 미술품 '감정'은 작품의 진위 여부와 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화두이며, 진위 여부에 따라 개인의 재산의 변동을 한 순간에 결정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빨래터' 위작 논란 당시 진품 감정서를 받고 공개하는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사진=왕진오 기자)
2008년 '빨래터' 위작 논란 당시 진품 감정서를 받고 공개하는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사진=왕진오 기자)

미술시장에서 '감정'은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가 시장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을 너머 정부의 개입을 통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는 '보이는 손'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그림 감정은 1981년 한국화랑협회가 자체 감정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미술품을 거래하는 화랑이 감정까지 하면서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전문가들이 2003년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를 협회에 등록하고 감정업무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감정협회와 화랑협회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현재의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2008년 현재의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전신인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가 설립 운영되면서 국내 미술품 감정의 양대 산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술품감정은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이 형식으로 나뉘고, 시가감정과 가치감정 등의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모든 분야의 학술적인 연구자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감정 서비스는 처음에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형식으로 시작됐으나, 미술시장이나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미술품감정이 이뤄진 것은 본격적으로 30여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감정 시스템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구체적인 전문성의 부재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한 안목감정은 자료적인 근거가 미흡하고 과학감정의 경우 시료채취와 비교자료 분석 재료가 거의 없는 것도 공정성의 문제로 떠오른다.

2012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미술작품가격지수 모형개발 결과보고 세미나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2012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미술작품가격지수 모형개발 결과보고 세미나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특히 미술품 감정의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는 '카탈로그 레존네(Catalogue Raisonne, 특정 미술가의 모든 작품을 사진과 데이터로 수록해 시대순, 주제별 등으로 분류정리한 목록)'가 장욱진을 제외하고는 제작사례가 전무하며, 주요 거래 작가들의 작품들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이 1998년 경매를 진행하면서 감정 위원들을 초빙해 자체적으로 감정을 진행하고, 특이한 경우에는 감정단체의 감정을 의뢰하고 있다.

K옥션도 1차적으로 면밀한 자체감정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감정단체의 감정서를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감정의 저변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감정사들의 책임에 대한 규정과 함께 현재 감정전문가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작품의 진위 감정은 미술시장에서 거래의 기준이 되며, 소장자에게는 재산의 변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대표적 민간 감정평가기구인 한국미술품평가원과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등을 통해 미술작품 감정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미술품 감정을 독자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뜻있는 미술계 인사들이 2002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를 설립했고, 2003년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그리고 2006년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와 업무 제휴를 통해 미술품 감정을 시작한다.

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정평가원')은 5천여 점의 진위 감정을 통해 미술시장의 최전선에서 위작이 유통되는 것을 분별해 미술계의 자정 능력을 키우는데 앞장섰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품들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외에도 정부 산하 여러 기관들과 한국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기관, 미술관, 기업들의 소장 미술품을 감정 평가함으로 공정한 가치평가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2013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10주년 기념 세미나 현장에서 발표하는 박우홍 동산방화랑대표.(사진=왕진오 기자)
2013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10주년 기념 세미나 현장에서 발표하는 박우홍 동산방화랑대표.(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박수근의 '빨래터'논란, 이중섭 작품의 위작 논란 등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에 있어서 감정평가원은 작품의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했다.

감정평가원은 고유한 감정평가 업무와 더불어 감정을 체계화하는 일에도 꾸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수행한 '차세대 미술품 감정 전문가 양성'과 '미술품 가격지수(KAMP Index)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감정평가원에 작품이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서술비평 ▲수복 ▲아트 딜러 그리고 필요한 경우 유족과 화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한다. 초기 감정에 있어서는 기준 데이터가 없었고 안목감정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려달라는 감정의뢰가 들어오면 평가원에서는 감정위원회가 열린다. 감정위원회는 미술사가, 평론가, 화랑 대표, 큐레이터 등 전문가 10~15명 내외로 꾸려진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경험이 많은 수복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가 특별 감정위원으로 초빙되기도 한다. 해당 작가나 유족이 참여할 때도 있다. 의뢰작품에 따라 위원 구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감정은 우선 위원들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안목감정’이 진행된다. 해당 작가와 작품의 ▲화법 ▲재료 ▲채색 ▲색감 ▲구도▲서명 등을 분석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특히 화법과 물감 등 재료는 작가마다 독특하기 때문에 감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의 소장 경위, 출처는 감정위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거나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작품의 진위 판단을 하게 된다.

감정 결과는 일반적으로 감정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확정된다. 하지만 위원들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 재감정이 이뤄지기도 하고, 감정위원 숫자를 늘리거나 특별감정위원을 초빙하기도 한다.

‘안목감정’으로 판정이 나지 않거나 판정결과에 대한 법적소송 등이 진행될 때는 X레이, 연대측정 등 ‘과학감정’도 추가된다. 하지만 과학감정에도 한계가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화학적·물리학적 구성이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10주년 기념백서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10주년 기념백서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

감정 결과는 ‘감정서’에 진품은 ‘진’, 위품은 ‘위’, 판단이 불가능할 경우 ‘불능’으로 표시된다. 감정서에는 접수번호, 작가명과 작품명, 제작기법, 제작연도 등이 작품 사진과 함께 기록된다.

감정평가원에서는 '한국미술시장 가격체제 구축'이라는 명제아래 미술품의 가치를 수치화시키는데 많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술품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체계 구축이 미술품 애호가나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미술 시장의 흐름을 투명하게 알 수 있게 하고, 한국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에서의 담보가치, 회계업무를 위한 공정가치 그리고 증여 및 기부에 필요한 과세표준 등 자산으로서의 미술품을 평가 받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평가원은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와 함께 미술시장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수학, 경제학, 금융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포함한 폭 넓은 연구진을 구성해 '한국미술시장의 가격체계(KAMP, Korea Art Market Price)'를 구축하고, 미술품 가격지수인 'KAMP100 Index'를 개발했다.

'KAMP' 및 'KAMP100 Index'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의 거래를 분석해 선정된 서양화 작가 100명의 작품에 가격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수화한 것으로 개별 작가 및 전체 미술시장의 가격변화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안됐다.

해외의 경우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두 번 이상 거래된 동일한 작품들을 추적해 이들을 대상으로 가격 지수를 산정하지만, 국내의 경우 경매 시장의 역사가 길지 않고, 데이터가 많지 않아 이러한 방법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세론이다. 또한,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해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투명성이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술품이 전시된 갤러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미술품이 전시된 갤러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평가원은 이를 위해 ▲경매 등을 통해 실제 거래금액이 공개된 작가들의 데이터를 활용 ▲작품의 예술성 등 인위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거개 가격 표준화를 위해 10호당 가격을 산출한다 .  

2003년-2012년 10년 동안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감정됐던 작가는 562명이고 작품의 수는 5130점이다. 이 중 위품으로 감정 결과가 나온 작품의 수는 2003년 26점, 2004년 75점, 2005년 93점, 2006년 100점, 2007년 249점, 2008년 130점, 2009년 126점, 2010년 162점, 2011년 179점, 2012년 190점에 달했다.

감정의뢰된 전체 작가의 수 562명 중에서 생존 작가는 332명, 작고 작가는 230명으로, 생존 작가의 수가 감정대상 작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8%이다. 생존 작가와 작고 작가 작품의 진위 비율은 생존작가들의 작품 1476점 중 서양화가 874점, 동양화가 36점으로 총 1238점이었다.

작고 작가의 감정 결과는 생존 작가의 것과 차이를 보인다. 작고 작가의 작품 3654점 중 진품은 2416점, 위품은 1119점으로 66%에 해당하는 작품이 진품이었다.

#거래되는 가격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만든다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2012년 10월 출범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하 시가감정협회)는 3년이나 늦게 공식화했다. 2008년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로 출발한 이 협회는 2011년 연말 국내미술품 감정협회로써는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출범식을 미룬 이유가 있었다. 국내미술시장에 진위,시가감정을 하고 있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배경이 깔렸다.

협회에서 2008년부터 일년에 한번 내는 '작품가격' 책은 이제 '미술시장'에서 필독서가 될 정도다. 국내 최초로 발간한 작가별 작품값 리스트만 나와있는 책이다. 

협회가 1998년부터 현재까지 미술품 거래기록이 확실한 국내의 주요 경매회사 낙찰기록과 집계가 가능한 주요 아트페어, 갤러리거래 가격, 미술은행 등의 가격전체를 D/B화 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미술품 향유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한국근현대유명작가들의 초상.(사진=왕진오 기자)
한국근현대유명작가들의 초상.(사진=왕진오 기자)

10년간 구축한 작가별 작품가격 데이터베이스는 '미술품 가격지수개발'에서부터 '작품별 작가별 가격분석'까지 끌어내는 힘이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 중국의 아트론, 뉴욕과 베를린의 본부를 기반으로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아트넷은 수백만 건의 자료를 구축해 거래정보를 세밀하게 공개해 미술품 거래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거래 추이를 제공해 신뢰감 있는 거래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데 자극받은 결과물이다.

시가감정협회 측은 "미술품가격분석은 컬렉터 화가 갤러리스트가 이해할수 없는 것은 필요없다"면서 "국내에 맞는 한국적 미술품 가격지수를 다시 개발 중"이라고 했다. 작가명, 재료, 장르(스타일),크기변화등 4단계로 분류해 작품가격을 분석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김종학 화백의 '설악산 그림'은 설경 추경 춘경 하경의 작품값이 다르다. 5배나 차이가 난다. 모든 작품가격이 비싼 가격에 책정되는게 아니라 이제는 장르별로 스타일로 분류해서 작품 값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가별로 작품 값 카탈로그 레조네도 가능해진다.

'2017 작품가격'.
'2017 작품가격'.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서는 '아트마켓의 열쇠-미술품 가격의 구조와 한국의 현실', '주요 선진국의 미술시장 동향분석',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국내미술시장의 동향분석', '미술품 유통과 작품가격'등 200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1-2회의 세미나를 개최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협회와 제휴된 국내 최초의 미술경제지인 아트프라이스와 상하반기 국내 미술시장의 트렌드 분석을 통해 실시간적인 정보를 미술품 애호층과 미술시장 전문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시가감정과, 방문감정, 출장감정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매수 수요일에 정기 감정이 진행 된다. 감정위원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감정팀은 서양화, 동양화, 고미술 등 각각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정부청사, 공립기관, 수많은 관공서와 기업에 감정한 작품수는 약 4천여 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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