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그림창고' 활짝 연 삼성미술관 리움, ‘교감’전 통해 초심의 맘 펼쳐
[왕기자의 화랑가] '그림창고' 활짝 연 삼성미술관 리움, ‘교감’전 통해 초심의 맘 펼쳐
  • 왕진오
  • 승인 2018.06.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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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국내 대기업 미술관 중 규모와 활동에 있어서 선두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홍라희)이 개관 10돌을 맞아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국보와 보물 그리고 국내외 미술품 230점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리움미술관에 설치된 국보 제 309호 백자 호.(사진=왕진오 기자)
리움미술관에 설치된 국보 제 309호 백자 호.(사진=왕진오 기자)

2014년 8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진행하는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交感)'전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람객과 교감하는 대규모 전시이다.

리움 개관 이후 최초로 전체 전시공간을 할애해 소장 유물과 미술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신작 13점을 제외하만 삼성미술관이 리움, 플라토, 호암을 아우르는 삼성가 소장 미술품의 진수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불교미술품인 ‘신라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196호), ‘아미타삼존내영도’(국보 218호) 등 117점의 고미술품도 나온다.

국보급 24점과 보물급 34점 등 주요 유물만 50점이 넘는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가 함께 한 전시장에 걸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크게 시대교감(時代交感)과 동서교감(東西交感), 관객교감(觀客交感)으로 나뉜다. 고미술 상설 전시실인 '뮤지엄 1'에는 우리 고미술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해 시간을 초월한 '시대교감'을 시도한다.

리움미술관 개관 10주년전 전시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관람객들.(사진=왕진오 기자)
리움미술관 개관 10주년전 전시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관람객들.(사진=왕진오 기자)

리움미술관측은 "2004년 개관 이래 전통과 현대, 한국과 외국을 아우르는 폭넓은 소장품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을 세계 미술사의 맥락 안에서 읽어 내고, 지역, 장르, 시대를 초월해 새로운 가치를 담아온 10년을 맞이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들을 보다 유동적으로 수용하고 관객과 가까이 소통하는 미술관으로 자리 매김하려는 자리이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관객과 교감하는 리움, 미술계 득? 독?#

리움의 뜻은 설립자이 성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um'을 합성한 것이다. 한국의 미술뿐 아니라 세계의 미술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열 돌을 맞이해 마련한 기획전에 10년 전 미술관 문을 열며 "미술을 통해 소통하고 미래 지향적 의미를 관람객과 함께하겠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다시금 전면에 등장했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면모대로 그동안 리움미술관의 행보는 한국 미술계에서 국가 미술관 수준을 넘어서는 광폭 횡보를 이어갔다. 국내 사설 미술관 중에서 최대 규모임은 물론 국립미술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행복한 눈물'의 실제 소유주 확인 공방과 함께 '삼성 비자금을 이용한 고가 미술품 구입 의혹'과 관련해 사임했다.

1995년 호암미술관 관장을 맡으며 삼성미술관 전면에 나선지 13여 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났던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2011년 복귀하면서 미술계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하지만 홍 관장의 모습은 미술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어 미술계에 실질적 영향력이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올라퍼 엘리아슨 작가의 '중력의 계단' 이 설치된 계단을 내려가는 관객들.(사진=왕진오 기자)
올라퍼 엘리아슨 작가의 '중력의 계단' 이 설치된 계단을 내려가는 관객들.(사진=왕진오 기자)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동안 리움의 행보는 해외 유명 작품만 선호하는 탓에 현재 한국에서 외국 작가의 작품이 현지 시세와는 상관없이 높은 값에 거래되는 일이 흔하며, 그 반작용으로 국내 화가들의 작품은 천대 받는 현상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리움미술관의 소장 작품에 대해서는 규모나 금액 그리고 개별 작품의 수준조차도 알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기획전에 공개된 230점의 작품면면을 통해 삼성미술관 소장품의 수준가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서 미술관계자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움이 줄곧 제기 받아온 수십,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외국 작품을 주로 구입하는 개인적 취향과 미술관이 지향하고 있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상반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투명하고 공익적인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에 부응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폐쇄적인 운영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과 기업의 사적인 활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리움미술관이 차지하는 국내 미술계에서의 위상이 그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된 상태이다.

아이웨이웨이의 나무 설치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아이웨이웨이의 나무 설치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25년 만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내내 “겸손과 배려, 낮은 곳으로 향하라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과 삶 나누세요”라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세계 가톨릭 수장이 스스로 몸을 낮춘 것이다.

규모와 운영, 인력 등 어떠한 잣대로 재더라도 삼성미술관 리움은 여느 기업체 미술관의 모범이 되는 운영과 한국미술에 대한 지속적이며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지나온 10년의 영욕을 털어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맞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개관초기 관객 중심으로 작품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을 표방했던 리움이 세상에 던진 ‘교감’은 그들만의 화두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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