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잘 그려본 것일 뿐"...차영석 '우아한 노력' 展
"내 방식대로 잘 그려본 것일 뿐"...차영석 '우아한 노력' 展
  • 왕진오
  • 승인 2018.06.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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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6H부터 6B까지 다양한 굵기의 연필 한 묶음을 손에 들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2미터 크기의 화선지와 10시간 이상 씨름을 벌이니 마치 자수를 놓은 것 같은 디테일한 이미지가 하나 둘 씩 화면에 등장한다.

'6월 19일 이화익갤러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차영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6월 19일 이화익갤러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차영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마치 도공의 그릇을 빚기 위해 수없이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려 형태를 완성하듯 인고의 시간을 걸쳐 완성한 화면에 등장한 오브제들은 일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 운동화, 화분 등 익숙한 모양의 이미지들이다.

종이 위에 연필을 이용해 노동집약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차영석(42) 작가가 6월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우아한 노력'이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펼친다.

차영석, 'Confidential Custom 24'. 54 x 76 cm, Pencil and gold colour pen on Korean mulberry paper, 2015.(사진=이화익갤러리)
차영석, 'Confidential Custom 24'. 54 x 76 cm, Pencil and gold colour pen on Korean mulberry paper, 2015.(사진=이화익갤러리)

차영석 작가는 "일상 사물들을 모아 하나의 풍경을 완성해봤다. 특정인의 취미라기보다는 개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수집품으로 봐주었으면 한다"며 "마치 신사임당의 초충도처럼 화면 곳곳에 수집품들을 숨겨놓아 찾아보는 재미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우아한 노력'전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수집품들을 관찰하고, 채집해 그린 작품 25점이 함께한다. 또한 지인들이나 미디어에서 본 수집품들을 취사선택해 한자리에 모아 구성한 화면을 통해 오늘을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그만의 풍경으로 완성한다.

차영석, 'Something p-11'. 108.5 x 78.5 cm, Pencil and gold colour pen on black paper, 2016.(사진=이화익갤러리)
차영석, 'Something p-11'. 108.5 x 78.5 cm, Pencil and gold colour pen on black paper, 2016.(사진=이화익갤러리)

자수를 놓은 것 같은 입체적 질감은 화선지에 연필이 닿으며 흑연이 종이에 쌓이는 자연스러운 효과로 볼 수 있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칠해서 볼 수 있는 마티에르가 연필의 흑연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부피감을 드러낸 것이다.

차 작가는 사물의 디테일을 통해 '우아한 노력'의 실체적 의미를 제시하고, 사물을 표현하는 본인의 습관적인 작업방식과 개인적 취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차영석, 'An Elegant Endeavour 125'. 115 x 109 cm, Pencil, colour pen and watercolour on Korean mulberry paper,2018.(사진=이화익갤러리)
차영석, 'An Elegant Endeavour 125'. 115 x 109 cm, Pencil, colour pen and watercolour on Korean mulberry paper,2018.(사진=이화익갤러리)

또한, 이번 전시에는 신작과 함께 그 동안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았던 구작들로 함께 볼 수 있다. 재료 확장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 온 차영석 작가는 이번 개인전 이후 재료의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계획을 펼쳐 본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artinfo wang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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