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풍경, 사색과 마주하다' 展 개최
한원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풍경, 사색과 마주하다' 展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6.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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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재)한원미술관에서 6월 27일부터 소장품의 성격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전시인 소장품 특별전 ‘풍경 : 사색과 마주하다’를 개최한다. 

작가 미상(傳최북), 31x50cm,먹, 1700년대.(사진=한원미술관)
작가 미상(傳최북), 31x50cm,먹, 1700년대.(사진=한원미술관)

이번 전시는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환경의 변화 속에서 조화로운 미를 발견하고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예술가들을 주목, 자연을 관조하는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선 말기부터 근대 초의 주요 한국화가인 최북, 유치봉, 장승업, 고희동, 노수현,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와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박상옥, 김태, 구자승, 신상국, 이강하 등 35명 작가들의 풍경에 대한 다양한 태도와 해석을 구상의 영역 내에서 이들의 서정적 자연주의를 담은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의 소재로 사용됐다. '풍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자 극변하고 있는 현대화의 흐름 속에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품고 있는 풍경 또한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고희동, '산수'. 27×36cm, 한지에 수묵담채,1920.(사진=한원미술관)
고희동, '산수'. 27×36cm, 한지에 수묵담채,1920.(사진=한원미술관)

전시에 등장하는 ‘사색’은 사물의 이치를 따져 깊이 생각하다는 사전적 의미이다. 하지만 참여 작가들은 단순히 풍경을 관찰하는 것만이 아니라 작품 속에 감정을 담아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풍경을 재해석하고 있다.

본래 동양에서 풍경화를 그린다는 것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올바른 이치를 확인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서양의 인상파의 화풍으로 빛을 추구하여 색채를 표현한다는 논리와는 다른 차원으로서 동양 특유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자연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의 풍경화는 근대 이후 서구의 ‘풍경’ 개념과 유화나 수채화 같은 새로운 표현 매체의 유입과 충돌되면서 전통적 산수와의 문맥을 매체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자연경치를 직접 보고 그린 풍경화에서는 과거 전통 산수화에서 볼 수 없는 빛의 표현 뿐 아니라 작가가 자연 속에서 느낀 생생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자승, '속초'.71×116cm, 캔버스에 유채,1992.(사진=한원미술관)
구자승, '속초'.71×116cm, 캔버스에 유채,1992.(사진=한원미술관)

이처럼 한국의 풍경화는 인상주의 작가들처럼 햇빛이 사물에 비춰질 때의 순간을 포착하려 했던 것보다 '시간, 날씨,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자연과 그곳에서 느껴지는 경험을 기록했다.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86)은 조선 후기 활동한 대표적인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양반이 아닌 중인 신분의 직업 화가였다. 그는 산수화, 진경산수화, 산수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남겼지만,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을 배출해 낸 가문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최북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이광사(李光師, 1705~1777), 신광수(申光洙, 1712~1775) 등 당대 여러 문사들과 교유하며 감각적이고, 기상 넘치는 작품을 남겼다.

심산(心汕) 노수현(盧壽鉉, 1899~1978)은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심산(心汕) 노수현(慮壽鉉), 청전(靑田) 이상범 (李象範) , 의제(毅齊) 허백련(許百練),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심향(深香) 박승무(朴勝武) 등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 6대 화가로 전통화단의 맥을 이어왔다.

이들 중 심산 노수현은 청전 이상범과 함께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의 수제자로서 한국 전통산수화풍의 현대적 계승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노수현은 1923년 동연사(同硏社)를 조직해 활동하는 등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여러차례 입상하며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신상국, '탄광촌 전경'. 89.4×145.5cm, 캔버스에 유채,1991.(사진=한원미술관)
신상국, '탄광촌 전경'. 89.4×145.5cm, 캔버스에 유채, 1991.(사진=한원미술관)

‘산수도’는 근경, 중경, 원경의 3원법을 한국의 나지막한 산천을 포착해 중량감 있는 산의 중첩을 통해 구도상의 뛰어난 짜임새를 보여주고 있다. 안개 자욱한 골짜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봄의 물이 오른 버드나무와 화경이 펼쳐지는 도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춘곡(春谷) 고희동(高羲東, 1886~1965)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서화협회의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도화교사로 후학을 가르친 교육자로서 서양화로 삽화를 처음 그린 근대화단의 선구자이다. 

그는 동양화의 발전을 위해서 서양화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화에 서양화 기법을 도입하여 작품을 그렸다. 정선을 진경산수화의 시작으로 삼아 실경을 바탕으로 서양화법을 적용한 ‘진주담도’, ‘금강산 천선대’, ‘금강산도’ 등의 진경산수를 그렸다.

고희동은 전통화풍을 근간으로 서양화법을 절충한 작품, 한국화에 서양화 요소를 혼성한 진경산수화, 채색화 등 다양한 양식의 작품을 그리는 등 한국화단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예술가로 평가 받고 있다. 

박상옥(朴商玉, 1915~1968)은 주로 서민들의 일상 풍경이나 한국적인 풍물들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소재가 주는 전통적인 느낌을 화면에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구사하기도 했는데, 특히 한가한 광경이나 공간을 그릴 때는 그릴 대상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

김태, '설악동'. 111×156cm, 캔버스에 유채, 1985.(사진=한원미술관)
김태, '설악동'. 111×156cm, 캔버스에 유채, 1985.(사진=한원미술관)

김태(金泰, 87)는 자연이나 대상에 관한 탐구를 통해 대상의 가장 본질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구상적인 표현으로 현대적인 화풍을 보여주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강한 붓터치를 통한 묵직한 마티에르가 두드러지는데 특히 안정된 수평 위주의 구도와 율동감이 특징이다.

‘설악’은 청회색을 머금고 있는 산의 능선과 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 작품이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갈색계열의 마을 모습과 대비시킨 원경의 설산을 묵직한 청회색 계열의 붓터치로 묘사하였으며, 엷은 청록색의 하늘은 색채원근법에 의해 공간감을 부여하고 있다.

구자승(具滋昇, 77)은 한국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1세대 작가이다. 1970~80년대에 걸쳐 자연주의 작가로 입지를 굳히며, 한국 구상미술 화단에서 탄탄한 구성력과 치밀한 묘사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안정적인 구도와 작가의 안목에 의해 선택된 단조로운 색채를 통해 사물에 내재해 있는 존재의 본질적인 성질을 섬세한 붓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속초’는 바다의 해지는 풍광을 그려낸 것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 

신상국(申相國, 76)은 주로 좁은 골목의 달동네나 드럼통, 돌무더기가 나뒹구는 채석장과 같은 풍경을 매우 단단하고 밀도 있게 회화적으로 해석하는 작가이다.

문경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의 산업화에 크게 기여한 탄광촌 등 정겨운 마을의 모습들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에는 정형화된 형식이 아닌, 공기가 멈춘 듯이 정적이고 아득한 작가의 감성미가 깊게 배어 있다.

이강하, '귀로'. 130.3×162cm, 캔버스에 유채, 1991.(사진=한원미술관)
이강하, '귀로'. 130.3×162cm, 캔버스에 유채, 1991.(사진=한원미술관)

이강하(李康河, 1953~2008)는 한국 남도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실주의 화법과 샤머니즘적 색채를 결합시킨 미의식을 실험하면서 독특한 화풍을 개척해온 작가이다. 

그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민군으로 동참하며 시대적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무등산과 영산강의 주변을 소재로 남도 땅의 역사와 사상을 재해석하여 한(恨)이 서려있는 남도의 회화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힘있고 서사적이면서도 조용하고 담담한 감정의 터치를 견지하고 있으며, 구상적 조형어휘로 남도의 미(美)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에 대한 애정과 동시대 전통미술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한국의 풍경화가 풍기는 은은한 멋을 탐닉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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