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 3'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 3'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0.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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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 컬렉팅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꾸준히 수집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동그란 딱지, 우표, 미니카를 많이 사서 모은 적이 있었다.

'2016년 3월 홍콩에서 열린 울리지그 컬렉션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2016년 3월 홍콩에서 열린 울리지그 컬렉션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용돈을 모아서 물건을 살 때의 행복감은 어린 마음에도 뿌듯했었다. 유학 시절에는 매년 큰 딸 생일 선물로 스와로브스키에서 만든 동물들을 사주었다. 장식장에 있는 수 십 개의 동물 모형들을 보면서, 가끔 런던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의 역할은 값비싼 미술품 구입 시, 컬렉터가 후회하지 않을 작품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컬렉터는 자신의 주관적인 안목을 갖고,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하면, 훨씬 좋은 컬렉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리 지그 컬렉터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작품을 사는 것일까? 그는 좋은 작품만을 산다. 누구든지 좋은 작품을 사야 한다. 다만 좋은 작품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그가 정의하는 좋은 작품이란, 우리의 감정이나 사고를 특이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 즉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내면을 건드려서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란다. 이런 그의 사고방식이 서구적일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인의 사고와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예술 철학은 내가 스스로 갈 수 없는 영역까지 나를 데려가는 것, 또는 그곳까지 생각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울리 지그에게 예술이란 독특성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시각 언어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미 같다. 역시 작품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전문 컬렉터답다.​

전문 컬렉터들의 눈은 비평가나 평론가보다 훨씬 예리할 수 있다. 힘들게 번 돈으로 작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잘못 선택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무척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울리 지그는 컬렉션에서 중요한 건 축적이 아니라, 무엇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 가란다. 취향대로 이것저것 다 모을 수도 있겠지만, 컬렉터는 자신이 집중하는 초점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컬렉션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다 만들어져야만 비로소 진정한 컬렉터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간 마지막 조언은 한국인들은 한국 미술품을 사라는 멘트였다. 이상하게도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은 자국 작가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준다. 일본에서 미대를 지망할 경우에, 제일 뛰어난 학생들이 일본화 전공을 지원한다고 한다. 일본화를 그리는 작가는 세계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일본인들이 우선 구매해줘서 작업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컬렉터들은 자기 지역 출신 작가를 우선적으로 구입하고, 그다음으로는 중국 작가, 그다음으로는 화교 출신, 이런 순서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중국인들의 자국 문화 지키기에 힘입어 중국의 미술 시장은 세계적인 컬렉터들과 갤러리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한국 미술은 주거 형태의 변화와 더불어 경향이 바꾸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옥에 거주하던 시절에는 동양화 또는 한국화 시대였다. 아파트 주거 문화로 바뀌면서, 서양화가 인기를 끌게 되었고, 그 인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아파트는 그림을 걸 공간을 많이 빼앗아 가는 듯 보인다.​

현대의 한국 미술은 무엇일까? 한국인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녹아들어 만들어진 예술작품이라고 이론적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딱 무엇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국 미술과 일본 미술은 정체성이 느껴진다.

이제 한국 미술과 한국화에 대한 국수주의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현재 상태라면 키아프가 반드시 인터내셔널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유명 갤러리들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미술시장의 규모와 컬렉터들의 열정을 보여주어야, 국제 아트 페어라는 이름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외국 화랑 끼워 넣기식 아트 페어는 이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예술 문화를 발전시켜 멋진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남겨주려면, 작가를 후원하는 컬렉터들의 따뜻한 마음과 후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컬렉터가 좋은 작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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