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남자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5
철학하는 남자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5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0.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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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가나아트와 서울옥션을 설립한 이호재 회장의 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후배 갤러리스트로서 솔직히 많이 부럽다. 성공한 갤러리스트로서, 그가 가진 배짱과 열정 그리고 작가에 대한 애정은 본받고 싶다. 그분과는 두세 번 인사한 적이 있다. 장흥아트파크에서 잔디밭 휴지를 줍고 있는 그분의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이호재 회장이 보는 컬렉터란 누구일까? 신문 기사를 재구성해서, 이호재 회장이 보는 컬렉터와 컬렉팅에 관한 정의를 바탕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컬렉터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급차, 좋은 집, 해외여행, 명품 구입, 골프, 고급 와인 등을 추구한다.​

이런 것들에 싫증이 나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갖게 되는 취미가 바로 컬렉팅이다. 주식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지만, 그림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돈이 많다고, 모든 사람이 그림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돈으로 그림을 사는 건 맞지만, 돈 있다고 다 살 수 없는 게 그림이다.

한국 미술을 유지하는 주체는 갤러리스트가 아니라 컬렉터다. 컬렉터는 후원자라서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미술을 움직이는 건 돈이고, 작가의 스폰서가 바로 컬렉터이기 때문이다. 세계사 적으로 볼 때, 작가를 후원한 든든한 컬렉터가 존재함으로써, 훌륭한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예술은 배고픔에서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배고픈 예술가가 작업에 전념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컬렉터인 것이다.

그렇다면 컬렉팅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컬렉팅의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재산을 모으겠다면, 비싼 그림을 사면 된다. 하지만 비싼 그림이 좋은 그림이냐는 분명히 또 다른 문제다. 컬렉터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최종 판단하는 게 제일 좋다.

몇 번 작품을 사봤다고 해서, 자신의 주관이나 안목만 믿고 작품을 사는 경우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십 년 그림 장사를 하는 나의 경우도 미술은 알면 알수록 어렵고, 알다가도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좋은 컬렉터 뒤에는 좋은 갤러리스트가 있다. 컬렉션을 어떻게 끌고 갈지,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갤러리스트의 조언이 중요하기도 하다. 이것이 갤러리스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식의 경우도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위험한 투자를 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좋은 갤러리스트는 좋은 작품을 팔아야지, 자신의 양심을 팔아서는 안된다.

예술품 투자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려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술작품도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예술품 투자는 독특한 점도 있다. ​​

​다른 상품은 싸게 사야 현명하지만, 예술작품은 비싸게 살수록 좋다. 높은 가격에 사는 사람이 뛰어난 컬렉터다. 10만 달러 짜리 그림은 5만 달러로 가격이 내려갈 위험이 있지만, 100만 달러 짜리를 구매하면 언제든 최소 100만 달러에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컬렉터는 돈이 많다고 아무나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컬렉터는 예술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되는 것이다. 컬렉팅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와인이나 커피조차도 제대로 그 가치를 알고 즐기려면 부단히 공부하고 맛봐야 하는 것처럼, 컬렉팅도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하고, 신중하게 구입하여, 죽은 후에야 비로소 컬렉팅이 완성되는 것이다. 컬렉션의 최종 평가는 컬렉터 자신이 아닌 후세가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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