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록, Blot backgrounds...또 다른 풍경의 풍경
장재록, Blot backgrounds...또 다른 풍경의 풍경
  • 김재현
  • 승인 2018.07.14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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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먹이라는 정통 재료와 동양화 기법으로 대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화가 장재록이 전통적인 수묵화 기법을 현대적 이미지로 그려내며 새로운 실험을 모색한 작품들을 2011년 3월5일부터 31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 베이징에 펼쳐보인다.

'장재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장재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고충환 평론가는 “그의 그림은 현실 그대로를 충실하게 모사하는 것에 연유한 재현적인 완성도가 주는 감각적 쾌감이 강점이다. 현실에서 진즉에 알고 있던 것을 그림 속에서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인 감각적 닮은 꼴을 제외하면, 작가의 그림은 결코 현실 그대로를 복제한 것은 아니다” 라고 평했다.

장재록은 “내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와 현대적인 풍경을 그린 재창조된 하나의 현대적인 한국화”라고 소개했다. 그의 이번 작업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박영순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화려한 뉴욕의 밤거리, 갓길, 주차장 등에 세워져 있는 스포츠카 그리고, 사람. 현대 도시를 즉각적으로 알아채게 하는 모든 대상들은 온통

검은 먹인데도 그 화려함과 윤기가 전혀 손실되지 않았다. 색이 없이도 색이 있고 광이 없어도 반짝인다. 묵(墨)의 운용이 적합하게 이루어진 탓이다. 먹의 농담들이 강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그러진 형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도시네온에 대비되는 밤하늘의 검은 적막도 그 깊이를 잃지 않고, 빛의 번뜩임에 대비되는 차체의 검은 철판도 그 두께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이 번져 밤이 되고, 빛이 번져 드센 스포츠카가 된다. 농담의 강한 대비 사이에 깃든 번짐이 작가의 붓을 통해 딱 필요한 만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번짐, 장재록의 그림에는 번짐이 있어 도시의 세련미가 서정성과 함께 드러난다. 그래서 도시야경의 파편화된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광활한 풍경으로 조화를 이루고, 차체에 비추인 가로수의 잔가지들이 차체에 스며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작가가 수묵을 운용해서 드러낸 도시의 은유들은 그 화려함과 강력함을 유지한 채로 이면으로 흘러내리는 쓸쓸한 그림자까지 포괄하고 있다.

뉴욕 밤거리에 스며있는 사람들의 그림자, 전광판에 그려진 선정적인 연인의 도식적인 포즈와 맹한 마돈나의 눈짓은 작가가 주관적으로 개입한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보인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1.

욕망으로 점철된 현대의 모습과 소외된 인간 군상들, 그리고 이를 숙연히 바라보는 하나의 증인.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먹을 통해 예술에 있어서 필연적인 물질의 의미를 덧붙인다.

먹의 재료적인 특성, 즉 나무의 몸을 태워 만들어진 먹은 생의 깊이를 지닌 흑(黑)을 발산한다. 그는 이렇게 욕망으로 이루어진 현대 도시의 현상을 생의 깊이를 지닌 수묵을 통해 어떤 화해를 바라고 있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0.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22x180cm, Korean ink on cotton canvas, 2010.

인간은 물질에 의존하려는 욕망과 함께 삶의 숭고한 욕망도 함께 갖고 있다. 이것이 그가 오로지 수묵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을 그리는 이유이다. 여기서 그의 그림이 뿜어내는 삶의 사실성을 더욱 정확하게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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