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방방곡곡 불 밝히는 것이 내 공간에 불을 키는 것"
정영주 "방방곡곡 불 밝히는 것이 내 공간에 불을 키는 것"
  • 왕진오
  • 승인 2017.10.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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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도심 속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 본 판자집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판자촌을 파라다이스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 정영주의 개인전이 2016년 10월 19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열린다.

'작품과 함께한 정영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정영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보기만 해도 마음 한 편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영주 작가는 "저에게 집이 사람이고, 저의 모습입니다. 한지를 주름기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늙어가듯 생로병사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죠"라고 설명한다.

'사라지는 풍경'의 타이틀로 펼쳐지는 전시에는 올 여름 뜨거웠던 기간에 제작된 작품 30여 점이 함께한다. 저녁부터 새벽녘 그리고 눈내린 마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3-4년전부터 아트페어에서 급부상한 핫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정 작가는 "최근에 각광을 받으니, 이래도 되나 하고 질문을 하곤 해요.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에 부담도 있는데, 마치 이상한 사명감도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작업에 매진했는데, 화가로 명명되어지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저에게는 다른 세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화면 속 세상을 만들고 불을 밝히는 것. 그것이 바로 제 개인 공간에 불을 키자는 의도가 강합니다"고 말한다.

정영주, '사라지는 풍경 711'. 194 x 130.3cm, paper on canvas, acrylic, 2016.
정영주, '사라지는 풍경 711'. 194 x 130.3cm, paper on canvas, acrylic, 2016.

과거 힘들었던 시절 스스로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빌딩에서 본 판자촌의 모습처럼 생각을 했던 작가는 판자촌을 파라다이스로 만들어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여기서 죽을 수만은 없다"라는 생각이 작품에 이어졌다.

최근까지 선보이는 작품들의 공간은 어린 시절 봤던 한국의 달동네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완성한 것들이다. 이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며, 중국이나 유럽 중동에 산재해 있는 도시속 사라져가는 마을을 화면에 옮겨 보겠다는 계획도 설명한다.

정영주, 'road in the early evening'. 91 x 65cm, paper on canvas, acrylic, 2015.
정영주, 'road in the early evening'. 91 x 65cm, paper on canvas, acrylic, 2015.

이번 전시에 볼 수 있는 작품들은 3년전에 비해 등장하는 물체와 그것의 물성을 대변하는 색, 화면에 구도와 상황들이 다양하다. 물감을 세 번이상 칠한 결과 더욱 밝아지고 두터워졌다.

노란 가로등 빛에 비춰 끝없이 펼쳐지는 집들, 그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골목길과 계단 그리고 오래된 담벼락과 나무, 철문과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소복지 지붕 위에 쌓인 눈과 양철로 만들어진 굴뚝이 등장하는 정영주의 작품에는 안정과 정신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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