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이고 참신한 아시아 중년작가 4인, 라이즈호텔서 '시차적응법' 개최
실험적이고 참신한 아시아 중년작가 4인, 라이즈호텔서 '시차적응법'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7.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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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에서 7월 19일부터 개관 두 번째 전시로 인도네시아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 중국작가 주 시앙민, 그리고 한국작가 백경호, 심래정이 참여하는 아시아작가 그룹전 ‘시차적응법 (JET LAGGED)’을 개최한다.

좀펫 쿠스위다난토(Jompet KUSWIDANANTO), On Paradise 시리즈 설치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좀펫 쿠스위다난토(Jompet KUSWIDANANTO), On Paradise 시리즈 설치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삶은 특정 대상과의 끝없는 대면, 이해, 다툼 그리고 조율의 미로 속을 헤매거나 새 좌표를 설계해 나가는 여정과 비슷하다. 그 대상은 특정 인물일 수도 있지만, 사회 구조가 되거나 혹은 목표이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대상들과의 관계는 태생적 온도차로 인해 끊임없이 미끄러질 수 밖에 없고, 그런 까닭에 우리는 항상 그 차이에 적응하거나 조율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 '시차적응법 (JET LAGGED)'은 그 간극들이 만들어내는 시차에 대항해 다양한 시각 언어로 스스로의 좌표를 설계하고 적응해 나가는 4인의 작가로 구성된 전시이다. 

‘시차적응법’ 설치 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시차적응법’ 설치 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인도네시아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42)는 오랜 식민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형성된 인도네시아 특유의 복잡한 문화적 풍경과 부조리한 사회역사적 구조, 그리고 피식민의 애환과 그 경계 공간에서 생존, 적응의 고민을 인도네시아적 층위가 아닌 범세계적 맥락으로 짚어내고 이를 설치작품과 영상작품을 통해 풀어냈다.

식민주의 역사 속에서 목숨을 잃어 신체가 없는 형상들의 대열과 이들의 영혼없는 기계적 박수, 연주자는 없지만 혼자 움직이는 드럼, 또한, 식민지 지배의 잔재이자 상징인 샹들리에 등의 배치는 오랜 식민 문화에서 형성된 벗어날 수 없는 정체성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좌절과 투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좀펫 쿠스위다난토의 작품 세계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큰 부분을 차지하며 소리, 비디오, 기계를 이용해 매체적 제한을 초월하고 공간 속에서 몰입적 서사를 창작한다.

또한, 자바와 타지의 문화적 만남을 해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인, 집단 정체성 속에서의 개인의 정체성 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좀펫은 시공간적 경계가 없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곳으로 관객을 끌어당겨 인도네시아의 파란만장한 정치사의 일부가 되길 요청한다. 고정된 형태가 없고 장소가 특정적인 그의 작품 세계는 환영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공간이 뒤엉킨 곳에서 세상과 조우한다.

'시차적응법' 설치 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시차적응법' 설치 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중국 젊은 작가 세대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주 시앙민(29)은 정치경제적으로 급격히 변해가는 중국 동시대 젊은이의 모습과 행태, 그리고 그들의 감정 상태나 심리적 불안감을 회화라는 특정 매체를 통해 포착하고 사유하는 데 주력한다.

몸에 문신을 한 젊은이들의 형상을 느리고 나태하게 표현하는 반면, 권투하는 젊은이들은 마치 너무 빠르고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은유하듯 속도감 있고 거칠게 표현 해 작가의 의도가 매체를 통해 극대화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작가 백경호(34)는 회화의 끝없는 탐닉과 그 결과물로 매체적 이상 구현을 위한 여러 조형적 시도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유희를 선보인다.

백 작가는 회화라는 큰 구조 속에서 이미지나 색채들을 거침없이 배치하고 두서없이 표출함으로써 이미지의 조형적 가능성과 유희성의 한계를 끝없이 탐문하고 확장한다.

작가가 2011년부터 발전시켜오고 있는 시리즈 'Smile Figure'는 인간을 형상시키는 동그라미와 네모 캔버스의 분절과 조합이 그 특징이다.

과거 여행에서 마주했던 모아이 석상의 형상과, 그 형상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던 존재감을 회화 작품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 시작한 시리즈가 바로 'Smile Figure' 시리즈다.

심래정, 'Cannibal Kingdom  Psychic Detectives'. 202 x 200 cm, paint marker on diffusion sheet,2018.(사진=아라리오갤러리)
심래정, 'Cannibal Kingdom Psychic Detectives'. 202 x 200 cm, paint marker on diffusion sheet,2018.(사진=아라리오갤러리)

분절된 동그라미와 네모틀의 간단 조합이 만드는 윤곽은 천사 혹은 인간이라는 구상적 형상을 보는 즉시 명확히 제시하지만, 그 윤곽선 내부를 가득 채운 색채나 질감들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어지럽다. 그 즉각적 대비는 추상과 구상, 표출과 자제, 자유와 규율 등의 경계, 그로 인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심래정(35) 작가는 인간의 원초적 내면 고백이나 태생적 외로움과 불안, 극한의 강박과 집착을 검거나 흰, 대척점에 있는 두 색에 기댄 무겁고 음습한 기운의 드로잉, 그리고 강박적으로 수십 수백장씩 그려낸 드로잉들이 중첩되어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여과없이 분출했다.

큰 맥락에서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불안에 잠식된 구체적 서사 구조에서 시작하는 듯 하지만, 잠식된 영혼의 서사는 곧 조각조각 불규칙적으로 파편화되어 거침없이 흩어진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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