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갔던 아티스트 8인의 작업들...'진동(Oscillation):한국과 미국 사이'展
미국으로 갔던 아티스트 8인의 작업들...'진동(Oscillation):한국과 미국 사이'展
  • 김재현
  • 승인 2018.07.23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김재현 기자]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 문화적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미국으로 갔던 순서에 기초해 8명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진동(Oscillation):한국과 미국 사이'가 6월 21일부터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강영민, '에어로다이나믹 스킨'. 259 x 238 x 111cm, 성인잡지컷, 2009.(사진=서울대미술관)
강영민, '에어로다이나믹 스킨'. 259 x 238 x 111cm, 성인잡지컷, 2009.(사진=서울대미술관)

1950년대 미국유학을 가게 된 전성우, 60·70년대 혼란스러운 한국의 상황과 진부함을 탈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최욱경가 임충섭, 세계화가 시작된 80-90년대 도미한 노상균, 마종일, 김진아, 2000년 이후 유학한 강영민, 한경우 등 이들 미술가들이 어떻게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낯선 매체와 다양한 질료의 실험을 통해 미국미술을 받아들였는지에 주목해 작품을 선정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1950년대, 1960-70년대, 1980-90년대, 2000년대에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50년대는 한국으로서는 해방 직후이며 미국은 냉전 시대에 돌입한 시기이다.

이 시기 미국공보부가 추진한 사업들을 통해 한·미간의 문화교류가 시작됐다. 1960-70년대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한국 미술가들의 미국 유학 또는 작업 활동을 위한 이주가 일어났다.

1980-90년 한국에서는 자율 유학시대를 맞이해 미국을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상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인원들이 도미하게됐다.

2000년대에는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다원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작가의 선호에 따라 유학과 이주 장소로서 미국에 대한 선택이 이어졌다.

전성우(1934-2018) 작가는 1953년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미국 현대미술을 주도하던 뉴욕 중심의 '추상표현주의' 양식과 샌프란시스코의 지역적 미술경향이라 할 수 있는 '베이 형상학파'의 영향이 동시에 드러나는 '추상적 구상 회화'를 제작했다.

최욱경, '실험 제1번'. 80x134cm, 패널에 종이 콜라주,1968, 국립현대미술관소장.(사진=서울대미술관)
최욱경, '실험 제1번'. 80x134cm, 패널에 종이 콜라주,1968, 국립현대미술관소장.(사진=서울대미술관)

최욱경(1940-1985)의 회화작업은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화면을 원색의 넓은 색면으로 나눈 후, 그 위에 다시 자유롭고 즉흥적인 붓터치를 올림으로써 화면공간의 긴장과 율동을 살린 최욱경의 회화작업은 전형적인 추상회화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대상을 특정 지을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형태와 색면은 구상과 추사을 구분 짓기보다는 그 경계를 흐리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컴바인 페인팅(캔버스와 실제 사물을 결합하건, 종이나 잡지 등을 화면에 적극적으로 부착하는 회화양식) 방식의 '실험 제1번'(1968), '실험 제2번'(1968) 에서도 드러난다.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입체와 평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1960년대 최욱경의 작품들은 이미 고착된 '이미지가 제거된' 추상표현주의 미술과, 그에 반발해 다시 이미지에 주목한 컴바인 페인팅 사이에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탐색의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재료의 물질적 특성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임충섭(77)의 작업은 일차적으로 미국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반면 '발견된 오브제'나 토속적인 베틀구조의 대형작품들은 개념미술, 혹은 설치미술을 생각나게 한다.

김진아, '서울의 얼굴'. 싱글채널비디오(장편 에세이 다큐멘터리), 93min, 2009.(사진=서울대미술관)
김진아, '서울의 얼굴'. 싱글채널비디오(장편 에세이 다큐멘터리), 93min, 2009.(사진=서울대미술관)

작가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함을 역설하며, 자신의 작업은 "도시 공간에서의 여백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의 일상에서 발견한 재료들과 그에 얽힌 작가의 사적 기억드를 조합해 대도시의 빠른 속도 속에서 사색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도시와 교외를 오가며 주운 사물들을 재구성해 제작한 '회색풍경'(1985)시리즈에서 바쁜 일상 속의 사물들과 자연 상태의 오브제들이 원래 상태를 바꿔가며 새로운 미적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물놀이 중 익사할 뻔 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시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노상균(60)의 작업은, 삶과 죽음, 평면과 입체, 또는 인간의 감각 사이를 부유하고 전치하며 그 경계와 위계를 흐려놓는다.

시퀀의 표면에 반사하는 빛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의 변화와 착시현상, 작은 조각들이 일정 방향으로 겹쳐지며 평면이면서도 방향성과 입체감을 가지게 되는 특징, 그리고 대상을 이루는 고유한 재료나 형상을 덮어버리는 특성을 우리의 시각경험이 환상적 허구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전시전경, 마종일 작품.(사진=서울대미술관)
전시전경, 마종일 작품.(사진=서울대미술관)

마종일(57)의 대형 '직조 조각'은 작가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중에 떠 있는 3차원적 그림들"로서 건물의 건축적 또는 환경적 측면과 상호반응하며 공간의 역학관계를 살펴보고, 현대 산업공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건축물의 자연미를 되돌아보는 의미를 가진다.

동아시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재료 중 하나인 대나무와 얇은 나무 조각들을 다양한 길이로 잘라 그 조각들을 꼬거나 모아서 마치 씨실과 낱실이 엮이듯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마종일의 설치작업은, 유기적 관계맺음을 통한 조화와 상호보완성과 같은 동양희 전통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채색으로 인해 매우 미국적이며 현대미술적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각각의 이미지들은 이데올로기, 소비문화, 심지어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강영민(49)의 매스미디어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들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가지만, 이미지와 메시지 사이의 자의적인 관계 맺기가 작품의 물리적 실체를 통해 폭로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경우, '스타패턴셔츠'.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1.(사진=서울대미술관)
한경우, '스타패턴셔츠'.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1.(사진=서울대미술관)

한국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민주적 매체'인 비디오 작업으로 분야를 바꿔 미국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진아(45)의 '서울의 얼굴'(2009)은 시간순서 상으로 출국 직전인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부터 미국에서 체류 중인 2009년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기록한 서울의 모습들을 14개의 챕터로 구성한 장편영화이다.

김진아는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서울 '토박이'로서의 시선과 장기 미국체류기간을 거치며 체득하게 된 '이방인'의 시선을 오가며, 자신이 떠나온 서울의 다양한 얼굴들을 바라본다.

한경우(39)의 작업은 감상자의 고정된 시선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시각예술의 문제의식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2011년 작업 '스타패턴셔츠'는 고정된 영상 속의 성조기 이미지와,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와 의상들로 이루어진 영상설치 작업이다. 감상자는 설치공간을 이동하는 도중 영상 안의 성조기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전시공간에 놓여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특정 시점으로 구성한 화면임을 깨닫게 된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