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이란 가치관으로 예술혼 불태웠던, '경계의 미술가' 박이소의 삶을 엿보다
'정직성'이란 가치관으로 예술혼 불태웠던, '경계의 미술가' 박이소의 삶을 엿보다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7.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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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과천에서 ‘박이소: 기록과 기억’전을 7월 26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동시대 미술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고 한국미술의 궤적을 그려보고자 기획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입구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배 모양의 '무제'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입구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배 모양의 '무제' 설치 모습'. 이 작품은 1995년 뉴욕에서 귀국 할 당시 350kg의 무게의 작업을 현재 유족의 의지에 따라 재현된 것이다'. .(사진=이예진 기자)

박이소는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박철호이다. 1982년 미국유학을 떠나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할 때는 ‘박모’라는 예명을 사용했고,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 ‘박이소’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특히, 브루클린 지역에서 실험적 대안공간인 ‘마이너 인저리(Minor Injury)’를 설립한 후 뉴욕 미술계에서 소외된 이민자,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젊은 리더로서 주목 받았다.

그는 1980- 2000년대 초반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뉴욕의 미술현장을 이끄는 미술담론과 전시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한국미술을 뉴욕에 소개하는 여러 전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두 미술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또한, 당시 민중미술과 모더니즘으로 양분되어 있던 국내 미술계에서 그가 보여준 ‘경계의 미술’인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구호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순적인 반응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그의 미술세계는 이후 세대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어 한국현대미술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채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작가노트'.(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작가노트'.(사진=이예진 기자)

작가는 ‘광주비엔날레’, ‘타이베이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그 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중, 2004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박이소: 기록과 기억’은 작가 사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작가의 유족이 대량 기증한 아카이브와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규모 회고전이다. 

당시 기증된 자료는 박이소가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1984년경부터 작고한 2004년까지 약 20년간의 작가노트를 포함한 드로잉, 교육자료, 전시관련 자료, 기사, 심지어 재즈 애호가였던 작가가 직접 녹음, 편집한 재즈 라이브러리에 이르기까지 수 백점에 이른다. 

전시는 서로 교차되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시간적 흐름을 따라 펼쳐진 한 축은 작가 박이소의 연대기다. 뉴욕과 서울로 이어지는 약 20년간의 작품 활동을 대표 작품과 드로잉, 아카이브 등으로 재구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사진=국립현대미술관)

박이소 전의 전시기획을 맡은 국립현대미술관 임대근 학예연구관은 ‘작가노트 21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작가노트를 전적으로 보여주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치, 작가의 ‘비밀병기’를 공개하는 것 같았다. 이 자료들은 박이소 작가님 살아계셨으면 감히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의 중요한 자료들은 ’미디어 키오스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즉, 작품, 드로잉, 아카이브를 토대로 그의 작품 과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미디어 뷰를 통해 그의 작업세계를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작가노트’는 전시관 중앙에 길게 배치됐다. 유리관 속에 있어 직접 만져볼 수는 없지만, 바로 옆에 설치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모든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박이소 전 설치모습'.(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박이소 전 설치모습'.(사진=국립현대미술관)

좀처럼 이해가 안되고 우리에겐 생소했던 박이소의 작품이 ‘무엇을,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의 궁금증이 풀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작가는 생전에 약 200여 개의 재즈 테이프를 직접 편집하고 만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난 이제부터 남은 생애 동안 이것만 들을 생각’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재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남달랐다. 

특히, 빌리 조엘의 ‘Honesty'를 한국어로 번안해 직접 부른 ‘정직성’은 “어떻게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서 “왜” 그리는가의 질문으로 초점을 바꾼 자신에게 던지는 답인 것처럼 그의 삶의 태도와 맞물려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우리는 행복해요' 프로젝트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박이소 작가의 '우리는 행복해요' 프로젝트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마리는 이번 전시가 “박이소는 1980-9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라며, “작가의 작품세계가 집약된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의 지형도에서 그의 위치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4일 경기도 과천에서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가 한국 동시대 미술을 적립하고 맥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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