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8, 김주영 작가 이야기'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8, 김주영 작가 이야기'
  • 권도균
  • 승인 2018.07.2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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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H] '꿈과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김주영 작가의 캐릭터 조각 이야기'

'2018 조각페스타에 참여한 김주영 작가'.(사진=아트인포)
'2018 조각페스타에 참여한 김주영 작가'.(사진=아트인포)

"젊은이가 일생에서 한 번 맞이하는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실패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이제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할 거야. 너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 거야. 인간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꿈도 인간을 배신해선 안 된다. 자신의 미래를 믿는 사람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아." (마쓰모토 레이지, 은하 철도 999)

​김주영 작가는 말한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흥미진진하며, 무한한 변신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행 속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폭풍우가 몰아치고, 거센 파도가 밀려와도,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파도를 타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주영 작.
김주영 작.

위 이미지에 보이는 김주영 작가의 노아의 방주라는 작품을 보면서, 어릴 적 즐겨보았던 일본 만화 영화 은하 철도 999가 오버랩된다. 은하 철도 999는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의 몸을 얻기 위해 안드로메다로 여행을 한다는 줄거리다.

스토리의 이면에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기계문명과 물질만능주의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라기보다는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어른들의 만화인 것 같다.

​김주영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4년 12월 초, 한국조각가 협회가 운영하는 인사동 KOSA SPACE 갤러리에서였다. 경남대 출신이지만, 가능성 있는 젊은 조각가라서, 전시를 꼭 보라는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자 조각가지만, 남자 작가들도 쉽지 않은 사암(砂岩)을 깎고 다듬어 만든 작품들이었다.

​전시 작품들은 물고기와 자동차 그리고 스패너와 같은 공구들이 혼합돼서 만든 돌조각 작품들이었다. 당시의 전시 제목은 'Healing of Modern'이라는 주제로,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끔씩은 주위를 돌아보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최근에는 Adventure라는 제목으로 가톨릭 신자인 작가는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인간 노아 대신 귀여운 여우가 주인공이 되어서, 자동차, 배, 우주선을 타고 도시, 바닷속, 우주를 탐험하는 스토리에 기반을 두어 작품을 제작한다.

김주영 '노아의 방주' 시리즈.(사진=아트인포)
김주영 '노아의 방주' 시리즈.(사진=아트인포)

작가는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꿈을 꾸고, 행복을 찾고, 여행을 한다. 여우에서 차용하여 귀엽게 만든 캐릭터는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여우가 스타워즈 우주복 복장을 한 작품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꿈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벗어나, 꿈과 희망을 향해 모험을 감수하는 이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 작품의 의도다. ​

이솝우화에는 여우가 자주 등장한다. 여우와 두루미, 여우와 포도 등, 십여 개의 여우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이솝우화 속 여우는 영리한 여우, 욕심 많은 여우, 때로는 바보 같은 여우처럼,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표현한다. 하지만 작가에게 여우는 예쁘고, 영리하고, 귀여운 동물이다.

스마트폰과 SNS가 유행하는 한국에서는 문자를 대신하는 이모티콘과 같은 그림 문자가 인기다. 카카오 프렌즈처럼, 귀엽고 재미있으면서도 독창적인 캐릭터가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다.

제25회 구상조각대전 추천사 제목으로 캐릭터를 통해 구상조각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캐릭터 조각은 대중성에 기반을 두어 너무 가벼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한국 조각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캐릭터 조각이란 3D 모형화를 위해 만드는 모형 제작이다. 기존의 캐릭터 조각이 단순히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캐릭터의 상품화를 위한 시제품의 역할을 했다면, 구상조각의 대안을 제시할 캐릭터 조각은 예술성이 가미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고, 대중들을 위한 상품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구상조각 작품이 인체를 표현하면서 조형미와 균형미 등을 추구했다면, 현재의 대중들은 인물이나 동물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캐릭터나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을 선호한다. 캐릭터 조각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인기 있는 캐릭터를 작가의 관점에서 응용하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시키는 방법과, 자기만의 캐릭터를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친숙하게 표현하여 완전히 새로운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2018 조각페스타에 선보인 김주영의 작품'.(사진=아트인포)
'2018 조각페스타에 선보인 김주영의 작품'.(사진=아트인포)

김주영 작품의 첫 번째 이미지는 고글을 쓴 여우가 핑크빛 자동차에 앉아 있는 돌조각 작품이다. 작품을 올려놓은 좌대도 작품의 일부로서 그림을 그린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미지는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고 오려 붙여 만든 꼴라주 부조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화나 만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작품 속에서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페인팅 작가와 달리 젊은 조각가는 작품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가 없다. 재료비에 드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각가가 개인전을 하기조차 쉽지 않은 이유다. 조각은 입체라는 장점이 있지만, 회화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김주영 작가는 회화와 조각의 장점을 결합시키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작가는 완생이 아닌 미생이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완생으로 가는 중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꿈과 행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시, 바다, 우주로의 여행은 작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여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 (1862-1949)의 동화 파랑새의 줄거리처럼, 여행의 끝에서 얻은 결론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과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는 목표점을 향해 무거운 어깨를 이끌고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발짝만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목표점이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침표란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쉼표를 선사하고 싶단다.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조각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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