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작가' 정경연, 인도박물관에서 기획전 개최
'장갑 작가' 정경연, 인도박물관에서 기획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7.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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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도박물관(관장 김양식)에서 ‘인도의 얼’을 손에 담아 캔버스와 문화 차이를 뛰어넘고 관람객을 감동시키는 전시가 열린다. ‘장갑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경연 교수’와 함께하는 ‘인도석물전’이 바로 그것이다.

'작품과 함께한 정경연 작가'.(사진=인도박물관)
'작품과 함께한 정경연 작가'.(사진=인도박물관)

박물관 측은 "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주는 메시지와 인도의 종교·문화 간 긴밀한 연관성에 착안해 본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섬유예술에서 창작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고, 회화는 물론 판화, 조각, 설치 등 광범위한 조형까지도 아우르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장갑’이라는 특유의 모티브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손이 고된 작업을 주로 하던 작가를 안쓰럽게 여긴 어머니가 장갑 한 박스를 보내준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정경연, '어울림B'. 43x63.5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정경연, '어울림B'. 43x63.5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작가는 이것을 계기로 꾸준히 장갑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정경연에게 장갑은 ‘세상을 보는 시점’이며 ‘창작의 원천’인 셈이다.

그의 작품 속에 ‘장갑’은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대량 생산된 동일한 사이즈의 면장갑으로, 이를 활용한 작품 내 규칙적인 배열은 인도의 당초문(식물의 형상을 일정한 형식적인 배열로써 활용한 무늬)을 비롯한 장식문양과 유사한 모습이다. 

두 번째 유형은 크게 확대되기도 하고, 손등과 손가락이 불규칙하게 변형된 장갑이다. 작가는 작품 의도에 맞는 표현을 하기 위해 직접 장갑을 디자인하고 주문해 사용한다. 

정경연, '블랙홀 08-19'. 72.7x91.0cm, Mixed Media on Canvas.
정경연, '블랙홀 08-19'. 72.7x91.0cm, Mixed Media on Canvas.

장갑은 작가의 작품에서 군집을 이루며 표현되고 있다. 장갑들은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어떤 질서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번식의 논리로 생명의 존엄을 구현시킨다. 

또한, 서로 촘촘하게 얽혀 거대한 질서의 구조물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염색된 부분과 염색되지 않은 부분의 조화는 변화와 생성의 시각적 변이를 연주하기도 한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가공한 장갑을, 각 작품의 질서로 완성시킨 정경연의 ‘장갑’들은 실제 ‘인간의 손’처럼 정답게 느껴지고 그 이상인, '신'들의 손처럼 압도적이고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경연, '어울림 2016-34'. 45.5x37.9cm, Cotton gloves and acrylic on canvas, 2016.
정경연, '어울림 2016-34'. 45.5x37.9cm, Cotton gloves and acrylic on canvas, 2016.

정경연의 ‘장갑’은 그의 분신(分身)이라고 여긴다. 그의 손은 스스로 사색하며 꿈을 가지고 세계관을 표현해 내는 자아의 분신인 것이다. 마치, 세상의 질서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비슈누 신이 보낸 아바타(Avatar)처럼 말이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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