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과 본질'을 고민하는 작가, 안재홍·이재헌의 콜라보 展 개최
'형상과 본질'을 고민하는 작가, 안재홍·이재헌의 콜라보 展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7.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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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디스위켄드룸에서 8월 4일부터 ‘치열했던 여름이 남긴 고백’展이 진행된다.

이재헌, ‘뷰어 속의 형상 (Figure in the viewer)’. 190 x 150cm, Oil on canvas, 2015.
이재헌, ‘뷰어 속의 형상 (Figure in the viewer)’. 190 x 150cm, Oil on canvas, 2015.

이번 전시는 자신의 모습을 ‘구리선’을 이용해 ‘환조와 부조’의 형식으로 조형 작업을 하는 작가 ‘안재홍’과 인간 실존에 대한 의심과 확신 그리고 ‘형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회화’에 담아내는 작가 ‘이재헌’의 콜라보레이션 전시이다.

얇은 구리선을 뭉치고 엉켜 또 다른 구리선으로 결박한 인체 형상들이 자신에게 골몰하듯 웅크리고 있고, 한층 굵어진 구리선을 나무줄기의 흐름과 리듬으로 드로잉한 듯한 작가 안재홍의 부조 작업들이 한쪽 벽면에 중첩되어 있다. 

또한, 지워지고 비워진 인간의 모습들이 그 마저도 점차 소실되며, 꽃으로 환치(換置)되어 꽃의 동산을 조성하고 있는 작가 이재헌의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정원을 이루고 있다.

이재헌, ‘꽃밭 (Garden)’. 159x130cm, Oil on canvas, 2016.
이재헌, ‘꽃밭 (Garden)’. 159x130cm, Oil on canvas, 2016.

두 작가의 작업에서는 인간과 자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분법이나 변증법의 등식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양적 조화로움의 미학 안에서 동화나 흡수의 방식에 작업들이라고 간결하게 단정 짓기도 부족한 듯 보인다. 

인간과 자연의 두 측면이 똑같이 존중되고 동등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서로 스며진 것, 두 작가의 작업에서 자연과 인간을 그 어떤 관점에서도 무리 없이 부드럽게 관조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재홍 작가는 ‘금속의 선’으로 자아의 몸을 만든후, 작품 밖에서 안을 바라본다. 재현된 몸의 형태를 통해 자신을 타자화하는 행위는 끝없는 자기성찰의 일환이며, 초기작인 ‘나를 본다’는 지금까지 작가의 삶과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안재홍, ‘나를 본다’. 구리선 스텐레스 스틸, 가변설치, 2003.
안재홍, ‘나를 본다’. 구리선 스텐레스 스틸, 가변설치, 2003.

다양한 굵기의 금속의 선을 한오라기씩 구부리고 이어붙이며 형상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작업은 오랜 인내와 내면의 응시를 통해 개인의 성찰을 넘어 밖으로, 타인으로, 자연으로 확장된다. 

이재헌 작가는 교통사고로 육체적, 이성적 기능을 상실한 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깊은 상념과 공허의 엄습을 겪고 지낸, 그 사이 소통이 단절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는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되어 모호한 붓질로 덧대어진 상을 그려냈다. 붓질을 더하고  닦아내는 행위를 통해 켜켜이 쌓인 물감은 아픔과 치유가 반복되는 삶과 닮아 있다.

안재홍, ‘벽’. 구리선, 1992.
안재홍, ‘벽’. 구리선, 1992.

아버지의 타계 그리고 아들의 탄생, 서울을 벗어나 작은 도시에서 일련의 시간을 보낸 작가는 최근 ‘Garden’ 시리즈를 선보이며, 개인의 삶을 매개로 시대적 성찰을 이어간다.

두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시선과 태도, 그리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그들의 관조적 고백을 잔잔히 느낄 수 있다. ‘치열했던 여름이 남긴 고백’은 뜨거운 한낮이 지난 오후 시각부터 운영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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