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욱, 세월호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
심승욱, 세월호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8.08.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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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학창시절 엠티나 모임에서 즐겁게 부르던 노래 '연가'이다. 하지만 이 노래의 원곡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아주 애잔하게 불렸던 뉴질랜드 민요다.

심승욱,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가변크기, 설치, 구명동의, LED 램프, 2015.(사진=artinfo DB)
심승욱,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가변크기, 설치, 구명동의, LED 램프, 2015.(사진=artinfo DB)

원곡처럼 슬픔이 배가되도록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느린 속도의 '연가'가 세월호 사건을 주된 내용으로 한 심승욱 작가의 설치작업과 어우러져 슬픔 감정과 죽음에 대한 감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심승욱 작가는 2014년 사치 &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수상작 '구축과 해체'는 검은색 합성수지를 이용해 구축과 해체 사이의 모호한 지점을 포착한 형태로서,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결국 욕망에서부터 생겨난 경계 지을 수 없는 상호관계 속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조형적으로 뚜렷했던 작품의 주제는 2015년 3월 12일부터 4월 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대표 이동재)에서 진행하는 '부재와 임재 사이'에서 현 사회의 맥락 안에서 내용적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설치 작품과 함께한 심승욱 작가'.(사진=artinfo DB)
'아트사이드 갤러리 설치 작품과 함께한 심승욱 작가'.(사진=artinfo DB)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우리들이 느낀 슬픔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조각과 사진, 네온, 미디어 그리고 동료 작가의 육성으로 부른 '연가'를 통해 표현했다.

목재로 비스듬히 세워진 전망대 위 4면에 설치도니 낡은 확성기. 조용히 반짝거리는 성탄절 전구, 천정 높은 곳엔 구명동의와 구명환이 걸려있다.

벽에 걸린 네온으로 만들어진 설치작업은 링컨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이라는 영어 문구를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으로 바꿨다.

확성기와 함께 세워진 구조물 주변에는 허리케인에 의해 허드슨강에 떠내려온 폐자재들을 캐스팅해 만든 잔해들이 널려있고 한 편에는 조명등이 비치는 휘어진 낡은 합판엔 불이 꺼질 때마다 야광물감으로 씌어진 "나를 잊지 마!"라는 글귀가 드러난다.

심승욱, 'Object A'. 74X60.5X41cm, polyvinyl acetate resin, wood, acrylic,  2015.(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심승욱, 'Object A'. 74X60.5X41cm, polyvinyl acetate resin, wood, acrylic, 2015.(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심 작가는 "당시 많은 아이들이 덧없이 생명을 잃고 난 슬픔 감정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접근하려고 고민을 했다.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당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대형 사건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슬픔에 대해 작가로서 접근을 해 봤다"며 작품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나는 작가로서 이 사건을 사회적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정부의 무능함 같은 피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상실감과 우울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구축과 해체' 조각품들은 회화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합성수지라는 재료를 갖고 인간과 사회적 행위의 출발이기도 한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낳은 구축과 해체라는 개념, 그것들과 모호한 상관관계를 표현했다. 그가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작업한 설치 작업에 관통하는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녹아있는 것이다.

심승욱,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설치모습, variable, Mixed media, 2015.
심승욱,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설치모습, variable, Mixed media, 2015.

심 작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구축과 해체의 연속인 것 같다.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사회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난다.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거나 전복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작가의 존재를 찾기에는 너무 힘들다. 매번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시각적 요소로 선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그간의 작업 생활을 표현했다.

심승욱 작가는 2015년 현대 아르떼 라구나 프라이즈(Arte Laguna Prizw) 파이널 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비EU 지역 작가로서, 베니스 나파 아스날 주전시장에서 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한편, 심승욱 작가가 수상한 '사치&푸르덴셜 아이 어워즈'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컨템포러리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사진 가가 부문에서 작가를 선정하고 그 중 최종 우승자 1인에게 시상한다.

아시아 전역 30여 개 국가 500여명의 작가가 후보로 올랐으며 이 중 조각 부문에서 한국의 심승욱이 선정되어 첫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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