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선두, 이청준의 소설을 그리다 '고향읽기'
화가 김선두, 이청준의 소설을 그리다 '고향읽기'
  • 강옥선
  • 승인 2018.08.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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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강옥선 기자] 소설가 이청준(1939∼2008)과 30년지기 화가 김선두가 고향에 대한 색다른 기억을 화폭에 담아 잔잔한 감동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 작품과 함께한 김선두 작가'.(사진=artinfo DB)
'전시 작품과 함께한 김선두 작가'.(사진=artinfo DB)

2014년 9월 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이청준 김선두의 고향읽기'를 통해서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두 예술가는 같은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소설과 그림에 고향 남도를 기록했다. 2004년 펴낸 이청준의 '옥색바다 이불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학고재)를 통해 고향에 대한 기억을 담았던 이후 10여 년 만의 만남이다.

전시에는 '고향-남도'에 주목, 그와 관련된 소설가 이청준의 산문,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김선두 작가의 대표작 및 신작 40여 점이 선보인다.

일찍이 '남도'의 '강한 생명력', '고향의 풍경과 사람들'을 주요 소재로 작업을 펼친 김선두에게 이청준의 '글을 읽는 것'은 '고향가기' 나 '고향길을 걷기'와 같은 느낌으로 '눈길', '서편제'등 이청준의 소설의 주요 모티브를 즐겨 그렸으며 이청준 작가의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갤러리 본점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롯데갤러리 본점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김선두 작가는 "이청준의 소설이 고향을 이야기해서 남다른 감회가 있다. 나도 고향을 떠나온 이후 서울도 시골도 아닌 상태에서 살다보니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이청준의 사모님과 통화를 하다 개 짓는 소리를 들었는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고향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설 속에 들어있는 고향의 정서를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사라진 밀실을 찾아서',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 산문집에 수록된 '유년의 산을 다시 탄다', '선학동 나그네', '고향풍정 나누기' 등 이청준 선생의 유년시절, 고향을 향수하는 다양한 산문과 연계해 새롭게 해석한 김선두의 신작 16점도 함께한다.

또한 이청준의 친필 원고를 비롯한 타자기, 필통, 만년필, 재떨이 등 유품과 함께 생전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사진기록물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전시장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그들의 글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오히려 '나의 고향'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청준, 김선두 두 예술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고향이 매우 개인적이고 국한된 지역의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같은 무게의 '고향'으로 보이는 것은 그들의 고향이 '고향의 원형'으로 객관화되어 각자의 예술로 형상화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고향은 예전처럼 지금도 거기 그렇게 있다. 현실에서 지워져 눈으로 볼 수 없는 옛고향도 마찬가지다. 고향은 우리가 고향을 잊을 때만 사라지고 없게 된다. 그러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향은 사람과 더불어 비로소 고향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갤러리 본점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롯데갤러리 본점에 설치된 김선두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이청준, 김선두 두 예술가는 어린 시절에 체험한 고향이 원형으로 남아있다. 그들이 다시 돌아가 만나는 현실의 고향에는 그들이 예술 속에 형상화한 고향의 제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다. 우리는 그들의 예술을 통해 우리의 고향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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