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 "작품의 크기보단, 내용을 놓치지 말아야죠"
문형태 "작품의 크기보단, 내용을 놓치지 말아야죠"
  • 왕진오
  • 승인 2017.10.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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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그림과 내가 그리고 싶어 하는 그림을 오가다보면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나와 그리고 싶어 하는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그들이 섞인다."

작품과 함께한 문형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문형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2017년 7월 현재 국내 화랑가에서 핫 한 작가를 꼽으라 할 때 빠지지 않는 작가 문형태(41)가 'Unicorn(유니콘)'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7월 1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35번 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비친 속내다. 그의 말처럼 전시에는 10호 크기의 동일한 사이즈의 오브제, 회화, 드로잉 약 80여 점이 걸린다.

문 작가는 "작품의 사이즈를 다양하게 꾸며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던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배제하고, 모든 작업을 동일 사이즈로 전시함으로써 작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 '유니콘'은 관계 속에서 어울리며 겪는 상대적 경험들이 자신만의 절대적 기억으로 변형되는 것을 보여준다. 문 작가는 "일어났던 사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사건을 통해서 받아들인 왜곡된 기억만 남게 된다"며 "익숙한 것들이 작업을 통해 새롭게 보이기를 원하던 자신의 작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문형태, 'Cover'. Oil on canvas, 45.5 x 53cm, 2017.
문형태, 'Cover'. Oil on canvas, 45.5 x 53cm, 2017.

또한 "살아있다는 것부터 존재한다는 것들까지의 증명이란, 우리가 물건을 만지고 차가운 물을 피부로 느끼는 종류가 아니라, 기억하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부수는 상상에 있다"고 덧붙여다.

이어 "미로의 골목을 걸으며 현실의 발걸음 수를 계산하지 않고 손잡고 걷던 친구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는 일처럼, 들판을 달리는 말을 보며 유니콘을 찾아 헤매는 꿈을 가지는 일처럼, 진실이란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거짓 속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거짓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를 반짝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이아몬드, 왕관, 칭찬하는 당신의 손가락과 가시를 퍼트리는 별처럼 반짝이는 모든 것은 날카로운 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문 작가의 작품에는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자신의 삶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의 형식으로, 작가 자신이 화면 속에 자유롭게 드러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형태, 'Bubble Gum'. Oil on canvas, 45.5 x 53cm, 2017.
문형태, 'Bubble Gum'. Oil on canvas, 45.5 x 53cm, 2017.

문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작업은 혼자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고마운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고 나서야, 작업은 함께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배운다. 평범한 모양의 말이 뿔 하나를 달고 비범한 유니콘으로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 되는 일이란 이처럼 간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때론 강렬한 색감과 상징적인 이미지에서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인상을 받지만,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작품을 마주하는 감상자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기를 바랄 뿐이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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