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조,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 '당산나무'를 통해 본 교감의 공간 포착
오상조,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 '당산나무'를 통해 본 교감의 공간 포착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8.2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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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 9월 5일부터 오상조 사진전 '자연·인간, 공존의 공간-당산나무' 展이 열린다.

오상조, '전북 장수군 천천면 용광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1999.
오상조, '전북 장수군 천천면 용광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1999.

오상조의 작업들은 우리 민족애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시리즈 형태의 작업들을 해왔다. 그 중 하나인 ’당산나무’시리즈는 그의 모든 작품들 중 중심축에 있다.

‘당산나무’는 긴 시간의 역사를 함께 하고 옛사람들의 정서를 오늘까지 이어주는 정신적인 끈이기도 하다. ‘당산나무’의 종은 과거와 현재의 연속적인 역사의 이어짐이고, 횡은 어른과 아이, 이 동네 사람과 저 동네 사람들의 연결의 축이기도 한 교감의 공간이다.

즉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에 있었던 초월적 공간이다. 그곳은 예의범절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이기도 했고, 모든 이들의 쉼터이자 염원의 공간이기도 했다. 

오상조,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2010.
오상조,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2010.

자연과 인간, 영혼이 밀도 있게 만나는 곳 바로 초월적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대부분 우리의 머리 속에 간직된 ‘당산나무’는 나무그늘 아래에서 보게 되는 어르신들의 느른한 모습들은 소소한 기억으로 존재 할지도 모른다. 

오상조의 ‘당산나무’는 멀리서 동네 어귀쯤 들어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당당한 모습,  ‘당산나무’의 전형적 모습으로 촬영하기도 했고, 마치 속살을 드러내는 듯 깊은 교감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원거리에서 촬영 한 ‘당산나무’는 마치 아버지의 든든함과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 반해, 한 걸음 더 다가서서 촬영한 작품은 우리네 어머니의 한결 같은 가족을 위한 염원의 모습인 자연 가운데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오상조, '전남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180 x 225 cm. Gelatin Silver Print. 2010.
오상조, '전남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180 x 225 cm. Gelatin Silver Print. 2010.

오상조 작가는 “당산나무 사진작업은 35년째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마을 동구 밖에서 우뚝 서 있는 큰 당산나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단순한 거목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오랜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민속학적인 역사성을 간직한 당산나무 사진작업에 보람을 느끼게 됐다”라고  했다.

또한, "거목의 당산나무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최대한 느림의 미학으로 관조 하면서 촬영하기 위해 대형 목재 카메라와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후 젤라틴 실버 프린트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는 수 백 년 이상을 살아온 거목에 대한 경외심과 예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상조,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용강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2011.
오상조,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용강리'. 20인치-24인치. Gelatin Silver Print. 2011.

이어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접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천, 지, 인(天,地,人)의 조화로움이 있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보이는 사진철학에 근간을 두고 기록하게 됐다. 그 동안 천착했던 동구 밖에 외연히 서있는 당산나무가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이 한국적 원형의 사진으로 오롯이 남아 우리들 마음속에 안녕과 평화를 당산나무가 지켜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천천히 오랜만에 돌아와도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동구 밖 당산나무의 그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이다. 그의 풍부한 아날로그의 계조 속에 드러날 ‘자연·인간, 공존의 공간-당산나무’展을 통해서 길고 긴 생명력의 이어짐, 위로와 안식, 그리고 그의 반평생 동안의 빛나는 작가 정신과 새롭게 만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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