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대의 초상, 기드온 루빈 한국 첫 개인전
잃어버린 세대의 초상, 기드온 루빈 한국 첫 개인전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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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갤러리 엠(Gallery EM)은 9월 1일부터 얼굴 형상이 없는 회화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기드온 루빈(Gideon Rubin, 45)의 국내 첫 개인전 ‘파편들 (Fragments)’전을 선보인다. 

Gideon Rubin, ‘Untitled’. 30.5 x 23 cm, Oil on board, 2016.
Gideon Rubin, ‘Untitled’. 30.5 x 23 cm, Oil on board, 2016.

전쟁과 피난의 역사가 있는 이스라엘 출신 작가 기드온 루빈은 전세계에서 수집된 오래된 익명의 사진들 속에 잔재하는 ‘기억’과 ‘역사’를 주제로 회화 작업을 펼쳐 오고있다. 

이번 전시 ‘파편들’전에서 작가는 두개의 주제에 사로잡혀 작업했던 지난 1년 동안의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더 작은 파편들을 소개한다. 

작업의 소재는 최근 런던 프로이드 미술관 개인전 ‘Black Book’에 사용했던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 잡지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1975년작 영화인 ‘거울 (The Mirror)’속 이미지들과 더불어 1950년대 정치적으로 물들었던 미국의 할리우드 이미지들,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훨씬 더 큰 정장을 입고 있는 젊은 바스키아의 초상화 등 폭넓은 범주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Gideon Rubin, ‘Untitled’. 36 x 30.5 cm, Oil on linen, 2017.
Gideon Rubin, ‘Untitled’. 36 x 30.5 cm, Oil on linen, 2017.

작가는 "‘기억’과 ‘역사’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레이어들에 덮여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 그 자리에 고스라니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드온 루빈의 작품들은 얼굴형상이 없는 초상화이면서도 눈의 음영, 코의 흔적 등이 희미하게 표현되어, 얼굴 형상들이 사실은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얼굴의 세밀한 것들까지도 표현하는 사실주의적 초상화에 몰두해 있었던 기드온 루빈은 2001년 뉴욕 여행 중 9.11 테러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후, 얼굴 형상이 없는 추상적인 초상화 작업으로 전환한다. 

Gideon Rubin, ‘Untitled(Meeting)’. 86.5 x 183 cm (in 3 parts of 86.5 x 61cm), Oil on linen, 2018.
Gideon Rubin, ‘Untitled(Meeting)’. 86.5 x 183 cm (in 3 parts of 86.5 x 61cm), Oil on linen, 2018.

기드온 루빈의 삶에 있어 가장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상황이었음을 고백하며, 작가는 유럽으로 돌아가 낡은 인형이나 군인 장난감들, 다리가 없거나 눈이 없는 기형적인 장난감들의 초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작업에서 나아가 작가는 수많은 사진들을 모으고, 앨범 속 익명의 초상화들을 페인팅하는 작업으로 작품세계를 발전 시켜왔다. 작가는 오래된 익명의 사진들 위에 페인팅하는 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나 아직 발견되지 못 한 채 잊고 있었던 역사를 추적한다. 

수집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이를 바탕으로 회화작업을 하는 기드온 루빈의 작업들은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초상이며, 잃어버린 역사의 한 부분을 되찾으려는 작가의 시도로 볼 수 있다. 

형상이 없는 얼굴과 거친 천의 질감이 그대로인 흙빛의 차분한 바탕 색, 두터운 붓질이 만들어 낸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은 고유의 기억으로 작품 속 텅 빈 얼굴을 채워 나가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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