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동아시아 현대미술전 '보태니카' 개최
부산시립미술관, 동아시아 현대미술전 '보태니카'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8.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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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선희)은 내년 2월 17일까지 동아시아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하는 ‘보태니카’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 ‘비디오 샹들리에 No.5’ 등 19명의 작가의 회화, 사진, 영상 및 설치 작품 총 67점이 전시된다.

백남준, '비디오 샹들리에 No.5'.
백남준, '비디오 샹들리에 No.5'.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속도로 산업화를 이룬 나라이다. 부산 역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산업화의 역동성을 경험한 도시들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급속한 도시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자연친화적이었던 생태환경을 가장 인공적인 것으로 변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보태니카’는 한국, 일본, 중국과 대만에 거주하는 동아시아 현대미술가들의 동시대 작업에서 ‘자연,식물’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추적해보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초대된 작가들은 자연에 대한 예민한 감각으로 각각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과 환상’을 다루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변형된 자연’, 또는 아시아 특유의 자연관 혹은 ‘세계관과 현대사회의 문제’를 질문하기도 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동아시아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자신의 내면을 식물에 투사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은 실제의 자연이 아닌 편집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을 인식하고 다시 인간을 자연과 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타다시 카와마타(Tadashi Kawamata),'Big Nest'. 710×2080×1190cm 재활용 목재, 폐가구, 나사, 2018.
타다시 카와마타(Tadashi Kawamata),'Big Nest'. 710×2080×1190cm 재활용 목재, 폐가구, 나사, 2018.

동아시아 현대미술가들의 시각으로 다양한 층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시대 아시아의 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사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이 전시의 일환으로 부산시립미술관 야외정원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형 전시인 ‘보태니카: 야외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이 공간은 비록 인공적이긴 하지만 '센텀지구' 극한의 인공 환경 속에서 남아있는 소중한 녹지 공간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에는 타다시 카와마타, 리아오 페이, 한석현, 한성필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야외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설치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타다시 카와마타는 마치 새가 나뭇가지를 주워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든 듯 부산 시민들이 가져온 폐목재를 이용해 생명이 움트는 장소를 상징하는 거대한 둥지를 만들었다.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보태니카:야외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개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리아오 페이는 분화된 종들을 접붙이기를 통해 다시 결합해 새로운 종류의 나무들을 식재해 놓았다. 

한성필, Green fields : Icelandic Summer (4pcs)1320×548cm, 1535×548cm, 1550×548cm, 1632×548cm, 스틸 프레임, 메쉬천, 솔벤트 프린트, 이끼, 2018
한성필, Green fields : Icelandic Summer (4pcs)1320×548cm, 1535×548cm, 1550×548cm, 1632×548cm, 스틸 프레임, 메쉬천, 솔벤트 프린트, 이끼, 2018.

이를 통해 생명의 진화에 얽힌 여러 가지 의미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한석현은 금정산의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암반송을 모티브로 부산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환경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한성필은 아이슬란드하면 떠오르게 되는 빙하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생명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이끼와 빙하수를 피사체로 선택했다. 

또한 이끼 이미지 위에 실재 이끼를 식재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공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 야외공간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미학적인 공간으로 변모시켜 놓았다. 이곳에서 관객은 작가들이 펼쳐놓은 다양한 이슈들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근대적인 의미의 환경조각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프로세스가 함축되어있는 이들의 작품들은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보태니카: 야외프로젝트’ 전시가 지향하고 있는 인간, 환경, 그리고 도시의 의미와 관계를 성찰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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