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미, '보이지 않는 이야기'展에 '빌린 이야기' 시리즈 선보여
윤아미, '보이지 않는 이야기'展에 '빌린 이야기' 시리즈 선보여
  • 김재현
  • 승인 2018.08.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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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부산에 위치한 갤러리 3(삼)에서 8월 27일부터 윤아미(33) 작가의 'Invisible Story-보이지 않는 이야기'전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윤 작가의 '빌린 이야기 시리즈 사진작품 8점을 감상할 수 있다.

윤아미, '1309'. pigment print, 80x120cm, 2013.
윤아미, '1309'. pigment print, 80x120cm, 2013.

전시장에는 동일인인 듯 비슷한 체형의 여성들의 뒷모습 혹은 얼굴을 가리거나 깊이 숙인 채 각자의 방과 주방에 위치한다. 그저 일상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것 같지만 식탁 위에 올라 앉거나 커튼으로 머리를 휘감은 모습은 비일상적으로 보여진다.

윤아미는 현실과 매우 비슷한 꿈을 꾸는 경험을 하면서 유년시절 앓았던 몽유병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후 잠에서 깨면 항상 주위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꿈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현실이 비현실로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실재하는 기억과 실재하지 않는 기억 사이 무엇도 인지할 수 없는 상태를 시각화한 것이다.

윤아미는 선명했다가 이내 흐려지는 의식이나, 추적에 실패한 무의식을 나타내고자 피사체의 얼굴은 온전히 보이지 않도록 했다. 작품은 대부분 셀프 포트레이트로 촬영됐지만 작가 자신이 몽유병을 앓고 있음을 처음으로 고백한 대상이자 같은 병을 앓았던 친구 한 명이 모델로 함께 등장한다.

작품 명제는 모두 숫자로 표기됐다. 촬영 순서대로 카메라에 세팅되는 컷 수에 불과한 숫자는 1에서 시작되어 9999가 됐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윤아미, '6934'. pigment print, 70x105 cm, 2013.
윤아미, '6934'. pigment print, 70x105 cm, 2013.

기억의 재구성과 사진적 표현에 주목하는 윤아미는 매일이 다른 물리적 시간 속에서 망각된 기억이 상기되어 같은 날로 인식된 이미지에는 특별히 같은 숫자를 부여하기도 했다.

사진 속 커튼, 이불, 의상, 스위치 등에서는 꽃무늬가 동일하게 발견된다. 몽유병을 앓았던 당시 가장 반복적으로 했던 행위가 화분을 엎어 놓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온 나날에 대한 분리불안장애임을 아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가에게 내재된 무의식의 산물이 꽃이라는 하나의 장치로 작품 곳곳에 크고 작게 새겨진 것이다.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리둥절하고 모호한 시간들을 탐구하며 현실에서 발현된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낸 윤아미의 작품은 실재도 허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빌린 이야기’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연쇄적 관계를 설득력 있게 나타내고 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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