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일필휘지로 채운 캔버스, 촉촉함에 생기발랄한 색상 드러내
김미영, 일필휘지로 채운 캔버스, 촉촉함에 생기발랄한 색상 드러내
  • 왕진오
  • 승인 2017.10.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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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벼루에 녹아있는 먹을 촉촉하게 담은 붓으로 단숨에 흥취 있고 힘차게 글씨를 써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캔버스가 눈길을 모은다.

전시 작품과 함께한 김미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전시 작품과 함께한 김미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화선지의 검정색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유화 물감이기에 그 분위기는 더욱 묘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동양화의 느낌이 강조된 것은 화면의 물감이 마르기 전에 새로운 물감을 덧입히는 기법인 '웻온웻 페인팅(wet-on-wet painting)'을 적용시킨 작가의 작업 방식 때문일 것이다.

붓의 동작으로 강렬한 춤을 추듯 파형을 이룬 화면을 완성한 작품 20여 점이 7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 전관에 걸린다. 영국에서 유학 후에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펼치는 김미영(33) 작가의 개인전 'WET ON WET'전을 통해서다.

전시장을 채운 작품들에는 작가가 유학 당시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서 철조망을 뒤덮은 장미정원 너머로 보이는 환상적인 풍경 이미지가 추상 이미지로 구현되어 화면을 채우고 있다.

또한 세밀한 묘사가 아니라 일필휘지로 물감을 그려낸 붓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며, 작품 완성의 시간을 가늠케 해준다.

김미영, 'The Painters Garden'. 45 x 53cm, oil on canvas, 2017.
김미영, 'The Painters Garden'. 45 x 53cm, oil on canvas, 2017.

김미영 작가는 "붓질 하나 하나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붓질을 감각적으로 가장 잘 느낀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빠른 작업으로 캔버스의 99프로를 완성한 이후 마지막 완성단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품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유화 물감으로 완성된 김 작가의 화면에서 동양적인 느낌이 풍기는 이유는 작가가 유학 이전 대학원 수학시절까지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손이 동양화 재료를 다루기가 편하지 않았던 가운데, 유화 물감을 이용해 완성하는 캔버스 작업 방식이 금세 몸에 적응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김미영, 'Pink Pool'. 180 x 210cm, oil on canvas, 2017.
김미영, 'Pink Pool'. 180 x 210cm, oil on canvas, 2017.

그래서일까 화면에 오른 이미지들은 특정한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느낌의 형태가 층층이 올려져 있다. 여기에 물감이 덜 마른 것 같은 느낌으로 화선지에 스며든 먹의 느낌을 색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붓질의 노력이 여실히 빛나는 회화를 보기 드문 최근의 화랑가에 젊은 아티스트가 구현하고 있는 정통 페인팅을 완성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은 가히 주목해볼 만하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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