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와 '깡깡이'로 버무려 놓은 김도희의 '혀뿌리'
'비린내'와 '깡깡이'로 버무려 놓은 김도희의 '혀뿌리'
  • 왕진오
  • 승인 2017.10.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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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최첨단 영화 상영기술의 하나인 4D가 미술전시 공간인 화랑에 설치된 것 같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가 7월 13일부터 서울 통의동 진화랑 전관에 펼쳐지고 있다.

김도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김도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설치 작가 김도희가 꾸린 5번째 개인전 '혀뿌리'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자극을 주는 방법을 작가는 코끝을 마비시킬 것 같은 생선비린내로 전시장 2층을 덮었다.

김도희 작가에게 비린내는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유년시절 고향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이다. 유치원을 가기 전까지 부산과 울산에서 거주하던 작가는 가정을 꾸린 이후 자신의 정서적 원천을 어릴 적 겪었던 실제 기억이고 이를 오늘날 환원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냄새와 소리 그리고 영상 매체를 사용한다.

김 작가는 "생선 비린내가 누구에게는 역겨운 반응을 보이겠지만, 어린 시절 실제 경험했던 것의 최초의 기억이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최근에는 무엇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맞대었던 후각이던, 촉각이던 몸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작업이라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여실히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40년 역사의 오랜 전통을 가진 진화랑 벽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냈다. 어린 시절 부산 영도의 폐선박을 가공하는 '깡깡이(페인트를 벗겨내는 작업을 일컫는 말)'작업을 전시장 벽을 갈아내는 것으로 선택했다.

김도희 '혀뿌리'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김도희 '혀뿌리'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벽을 갈아내는 것이 바로 자신의 기억을 다듬는 방법의 하나이고, 오랜 시간 축적된 기록의 흔적을 벗겨내어 과거와 현재를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만끽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개인적인 체험이 저한테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이 오는 것이 있었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은 성에 안차는 성격인 것 같아요. 내 자신을 흔들 수 있는 정도의 강한 감정적 경험이 있어야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도 직접 체험한 것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김도희의 작업은 코끝이 찡해지는 비린내건, 지루한 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잔해건 모두 우리의 몸과 정신을 압도하는 기운을 드러낸다.

진화랑에서 진행된 김기도희 작가의 '혀뿌리'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진화랑에서 진행된 김기도희 작가의 '혀뿌리'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화려하고 향기 나는 예쁜 모양의 전시와 달리 날것 그대로의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특정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가치의 영역을 색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려는 예술가의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진화랑 신관에는 전시장에 설치된 작업과 전시장 벽면을 갈아냈던 기록 영상과 함께 거대한 나무뿌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설치 작업을 통해 작가가 세상에 전하려는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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