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이건용 · 물질언어 나점수, '미언대의' 2인전 개최
아방가르드 이건용 · 물질언어 나점수, '미언대의' 2인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9.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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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微言大意(미언대의)'  "미언은 깊은 뜻을 지녀 배우는 사람들이 쉽게 터득하기 어려운 말을 의미하고, 대의는 테두리가 되는 중한 취지로, 모든 경우에 적용 할 수 있는 기본정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깊은 의미와 정신’이 담겨 있다."

11일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진행된 '미언대의' 설명회에 함께한 나점수(왼쪽) 작가와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11일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진행된 '미언대의' 설명회에 함께한 나점수(왼쪽) 작가와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성수동에 위치한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9월 12일부터 열리는 이건용 작가와 나점수 작가의 2인전 '微言大意-미언대의'에 회화, 드로잉,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구작과 신작 시리즈를 포함한 8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공간은 각각 분리되어 있지만 두 작가의 작품들은 서로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연결되어 이어진다.

이건용(76)은 1960년대 후반 한국의 아방가르드 전위예술을 이끈 대표적인 작가이며, 한국 개념미술의 시초라고 불릴 수 있는 ‘ST 와 ‘AG’의 그룹을 조직해 퍼포먼스와 개념미술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몸과 공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하며 예술적 행동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의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부터 다양한 매개체로 표현한 행위적 퍼포먼스의 결과인 회화까지 전위성과 독창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작품들을 작업해왔다. 

그 중에서도 1976년부터 시작한 ‘신체드로잉’ 연작은 캔버스를 등진 채로 팔을 뒤로 뻗어서 자연스럽게 몸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평평한 2차원 캔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통적인 회화 방식을 탈피하는 독특한 회화 언어를 만들어냈다. 

'작품 설명 중인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작품 설명 중인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그의 작품은 완성물보다는 육체 행위의 과정에 의미를 두며 드로잉의 방법론을 확장해 나갔다. 이로써, 작품이 단순히 관념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퍼포먼스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아방가르드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건용의 작품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또한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그의 신체와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에게 이어지는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건용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했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신체’와 ‘장소’, 그리고 ‘관계’라고 볼 수 있으며, 그의 작품을 통해 신체와 장소는 서로 공존해 그 존재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드로잉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드로잉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건용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이건용 작가는 “사실상 나는 매카닉하고 거대한 현대사회 속에 살면서 원시 부족 사회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고 방식과 생의 의미들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예술적 감동을 꿈꾸고 실현함으로써 세계와 나를 자각하고 나를 나보다 큰 세계에 편재시킴으로써 모든 언어의 시작의 순간에 될 수 있는 한 가까이 있으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 공간에 작품을 내놓은 나점수(49) 작가는 최초라는 근원 중심의 물질을 언어의 논리로 현대적인 해석으로 작품화를 실행 중인 예술가이다.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나점수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나점수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그의 작업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가 경험하고 압축한 시간의 순차적 경과로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하나의 일회성이 된다. 그때 그의 오브제는 자연처럼, 바람처럼,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고 주어진 공간에 그대로 서있다. 나점수 생각의 시원적 경계를 암시하고 있다. 

나점수는 시대에 흐름에 따르지 않는 독창적이고 확고한 작품 세계를 지키며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나무를 중심으로 돌멩이, 흙, 지푸라기, 석탄, 합성수지, 영상, 모터를 사용한 기계 장치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선보인다. 이 재료들의 공통점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 제시된다.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이 균형을 맞춰 쌓거나 겹쳐 기대놓은 나무 판재로 이뤄진 추상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어떤 작품은 판재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이지만, 또 다른 작품은 접합 부위가 보이지 않아 통나무에서 얇은 판재가 될 때까지 깎아 들어간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나점수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더페이지 갤러리에 설치된 나점수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나점수 작가는 거친 표면을 살리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의 톱질과 끌질을 반복한다. 작품이 품고 있는 작가의 개념은 숨쉬기도 힘든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수도,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표면 뒤편에 숨겨져 있는 심오한 메시지를 어렴풋이 발견할 수도 있다. 

반면 그 모든 것을 떠나 작가가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놀이하듯 즐겼는지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자신이 느끼는 삶의 속도를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동시대의 현 사회를 보여 주기도 한다. 

작품들은 수직적 의미가 들고 마치 생존을 하고 있는 느낌이 감지되어 어느덧 전시장은 여행지가 된 느낌이 든다. 또한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식물의 이미지는 보는 이의 시지각을 조용히 자극해 생명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지면에 곧게 서 있는 작품은 생명의 방향성을 강조하며 조형적 언어를 드러내고 있다. 

나점수 작가는 “의미를 찾지 말고, 자연에 있는 물체들이 옮겨져 온 상태, 그대로 보면 보기가 쉬울 것”이라며 “같은 지푸라기라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에 달려있다. 다만 상태로 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의미는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설치된 나점수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설치된 나점수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이어 “이 흙덩어리에서 물이 마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편견 없이 본질을 볼 수 있다. 물질을 긴장 시키면 정신이 되고, 정신이 움직이면 생명이 된다”고 말했다.

이 두 작가의 만남은 이건용 나점수 작가의 공통적인 ‘originality(오리지널리티)’였다. 그들만의 독창성을 발전시키고 아직도 진행중인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현대미술을 만들어 가는 '이건용 x 나점수'의 작품을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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