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아름다움이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것"
씨킴 "아름다움이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것"
  • 왕진오
  • 승인 2017.10.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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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아라리오 김창일(66) 회장이 작가명 '씨킴'으로 아홉 번째 개인전 '논(㯎) – 논다 놀아'를 2017년 5월 23일부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 펼쳐놓는다.

제주 아라리오 동문에서 함께한 김창일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제주 아라리오 동문에서 함께한 김창일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전시 타이틀에 사용된 ‘어리석을 논(㯎)’은 다소 낯선 글자다. 이 한자는 두 개의 나무 목(木)자 사이에 말 언(言)자가 위치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예술적 언어와 행위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한없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을 담기 위해 이 글자를 전시 제목으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에는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의 건축 재료로 완성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건축 재료는 작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물질이라고 전해진다.

Ci Kim, 'Untitled'. 혼합재료,가변크기 설치,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Ci Kim, 'Untitled'. 혼합재료,가변크기 설치, 2017.(사진=아라리오갤러리)

씨킴은 그동안 갤러리와 미술관, 터미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왔다. 작품으로 승화된 건축 재료들은 예술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작가 씨 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씨 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철가루가 녹이 슬어서 내는 다양한 색과 질감의 스펙트럼,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 바닷가에서 수집한 폐냉장고나 철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마스크와 가발을 씌우고 시멘트를 바른 군상 조각, 바닥에 비닐과 합판, 철판을 겹쳐 깔고 햇볕에 말리고 비에 적시기를 반복한 흔적들, 그리고 벽돌을 올려놓은 자국이 선명한 낡은 합판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전시 전경,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17.
전시 전경,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17.

또, 제주의 자연을 담은 듯 한 다채로운 빛깔의 시멘트 페인팅과 겉면 일부를 뜯어내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캔버스들도 곁들여져 채도를 높인다.

씨 킴은 "나는 예술로부터 받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해왔고, 작가로 변신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격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연다. 어느덧 나의 예술적 이상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복에서 함께 어울리고 놀며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Ci Kim, 'Untitled'. c-print, 170x400cm, 2007.(사진=아라리오갤러리)
Ci Kim, 'Untitled'. c-print, 170x400cm, 2007.(사진=아라리오갤러리)

또한 "예술과 놀이에는 위계도, 갈등도, 성공에 대한 압박도 없다.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놀이하듯 작업한 내 작품과 함께 어울려 놀다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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