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가면 속 열망을 통한 도덕적 경고와 상처 치유...'눈먼 자들'
안창홍, 가면 속 열망을 통한 도덕적 경고와 상처 치유...'눈먼 자들'
  • 왕진오
  • 승인 2017.10.29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과감하게 들추어내어 도덕적 경고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상처까지도 치유하고 있는 안창홍(64) 작가의 개인전 '눈먼 자들'이 2017년 5월 26일부터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안창홍 작가'.(사진=조현화랑)
'안창홍 작가'.(사진=조현화랑)

이번 부산 전시에는 처음 선보이는 거대한 입체 '가면' 시리즈는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이자, 사회에 대한 저항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1870∼80년대의 '가족사진' 연작에서 파헤쳐진 텅 빈 눈과 지워진 얼굴은 마치 가면을 쓴 듯 강렬한 인상과 공포감으로 주목으로 받았다.

아들이 전쟁놀이에 썼던 가면을 모티브로 작업한 '위험한 놀이'는 전쟁을 주제로 캔버스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있다. 안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세상 이야기들이 한 곳에 보이는 경매 장터를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히 만난 156cm의 거대한 얼굴 가면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온 작가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흰색의 에나멜이 칠해진 얼굴 위에 붉은 입술이 인상적인 여인은 특별하지도 않은 도시적인 모습이었다.

안창홍, '가면'.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155 × 110 × 50cm, 2016.(사진=조현화랑)
안창홍, '가면'.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155 × 110 × 50cm, 2016.(사진=조현화랑)

금형을 만들고, 금형 틀을 여러 조각으로 주조했다. 자르고 붙이고 이으기를 반복해 다양한 형태의 얼굴을 완성했고, 눈동자가 없는 다물어진 입은 분노와 슬픔 등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FRP로 제작된 12개의 가면은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다양한 조각 무늬와 화려한 색채로 저마다의 새로운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가면은 거친 세상 속에 짓이겨져 상처 나고 곪아, 이제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처럼 보인다.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이 침묵과 망각으로 덮어지고 있는 것을 본 작가는 그 분노와 울분을 작업으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작품들은 작가 내면의 상처와 작업에 대한 열망이 집약된 완전체로 볼 수 있다.

안창홍, '눈먼 자들'. 213 × 117 × 110cm,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2016.(사진=조현화랑)
안창홍, '눈먼 자들'. 213 × 117 × 110cm,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2016.(사진=조현화랑)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새로운 미술 흐름을 주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안창홍 작가는 사회로부터 받은 소외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초기 초현실주의와 독일 추상표현주의에서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04년 '49인의 명상' 작업에서 빛바랜 증명사진 위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과거 속에 정지된 형상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민중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인 '베드 카우치'(2008∼2010) 연작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누드모델로 섭외해, 흑백의 무채색이 엄숙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안창홍, '눈먼 자들의 도시'. 104 × 56 × 63cm, 스티로폼 위에 석고붕대, 아크릴릭, 2014.(사진=조현화랑)
안창홍, '눈먼 자들의 도시'. 104 × 56 × 63cm, 스티로폼 위에 석고붕대, 아크릴릭, 2014.(사진=조현화랑)

이번 전시는 자신의 개성과 모습이 사라져 가는 지금을 사는 우리가 점점 더 침묵과 외면 속에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