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목판화가 김준권, '산운 山韻' 展 개최
민중목판화가 김준권, '산운 山韻' 展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9.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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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롯데갤러리에서는 민중미술 목판화가 김준권의 2007년 이후 10년간의 근작, ‘김준권-산운 (山韻)’展을 10월 3일부터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개최한다. 

김준권, '가을'. 184 x 77.5 cm, 유성목판, 2017.
김준권, '가을'. 184 x 77.5 cm, 유성목판, 2017.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집중했다. 그때 남북 정상이 서명을 한 그곳에 김준권 작가의 작품 ‘산운’이 걸려 있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목판화로 평화로운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염원하는 김준권 작가의 뜻이 있었기에, 바로 그 현장에서의 작품 전시가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김준권 작가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탄핵정국에서 ‘광화문미술행동’을 결성하고 여러 미술인들과 광화문텐트촌에서 실천적인 현장미술을 펼쳤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수묵목판화 ‘산운’과 더불어 최근작인 유성목판화 ‘자작나무 아래, 2017’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공력이 깃들여진 약 30점의 작품을 관람하시고 한국목판화의 높은 수준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아울러 전시기간 중에 관람객 누구나 ‘산운’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준비했고, 또한 전시기간 중 산운 포스터도 선착순 증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목판화를 찍어보는 목판화체험교실도 진행된다. 

김준권, ‘두만강가-무산 부근’. 109×187cm, 유성목판.
김준권, ‘두만강가-무산 부근’. 109×187cm, 유성목판.

김준권의 목판화에 대한 열정은 교사직을 해직당하고 쉬게 되면서 더욱 불타올랐다. 그는 해직된 이후 1991년부터 1994년까지 4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절간의 대장경판을 살펴보기도 하고 탱화를 모사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의 자연 풍경을 스케치하며 이를 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통 목판화 작업을 한다. 

한편 일본의 전통 목판화인 '우끼요에(浮世繪)'의 정교한 기법까지 연구하며 이를 자신의 작품과 연결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이때 작업한 작품 중에서 태백의 마을을 소재로 제작한 판화들은 특히 그가 추구하는 감정의 내면이 잘 표현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현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필자는 한동안 태백을 묘사한 한 작품을 걸어놓고, 그 깊이를 느끼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방의 풍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듯 김준권은 4년간 쉼 없이 세상을 떠돌며 작업을 지속하였음에도 자신의 작업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미진한 부분을 새로운 미술 양식을 연구하며 채우려 노력했다. 

그는 1994년 중국으로 건너가 루신(魯迅)미술학원에서 4년간을 공부하며 중국의 전통 목판화인 '수인(水印)판화'를 집중 연구했다. 

학위를 위한 중국행이 아니라 순수하게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목판화를 비교 연구해 새로운 목판화의 길을 찾으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다.

김준권, '山韻-0901'. 400×160cm, 수묵목판, 2009.
김준권, '山韻-0901'. 400×160cm, 수묵목판, 2009.

김준권은 한국에 돌아와 1997년 충청북도 진천의 한 산자락에 '한국목판문화연구소'를 개설하고, 그 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새로운 목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그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목판 문화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다. 그는 대장경판의 판각기법을 연구하며 먹으로 목판을 부지런히 찍어 보았다. 이를 통해 먹물이 목판에서 한지로 넘어가 표현되는 과정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전통 목판화 양식을 바탕으로 이웃 나라의 목판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수용해 세계적인 한국 목판화를 만들어내는데 있었다. 

또한 작가의 작품 제작 방식은 한국의 전래 목판화 제작 방식과는 그 표현 과정이 사뭇 다르다. 본래 한국의 전통 목판화는 보통 목판 하나를 제작해 단색으로 찍는데, 한두 색이 더 필요하면 같은 판으로 채색을 달리하여 겹쳐 찍는다. 이러한 한국의 목판화는 본래 책을 간행하기 위한 목판에서 시작했다.

김준권, '청죽'. 167×90cm×3ea.
김준권, '청죽'. 167×90cm×3ea.

그 후 불경을 간행하며 책 중간에 '변상도'가 들어가며 회화 형식의 목판화가 만들어졌으며, ‘부모은중경’이나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에서 한국 목판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륜행실도’의 판화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모본으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실용품이지만 편지 용지로 쓰는 '시전지(詩箋紙)'에 새긴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도안도 좋은 전통 목판화 중의 하나라 할 만하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기에도 이어져 잡지의 삽화 등으로 등장하며, 한국의 목판화는 여전히 단순한 형식의 전통 목판화 형식으로 제작됐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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