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화풍으로 주목받는 이광호, 조현화랑에서 신작 선보여
독보적인 화풍으로 주목받는 이광호, 조현화랑에서 신작 선보여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9.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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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사실주의적 회화로 우리에게 친근한 이광호(51)작가는 선인장 연작에 이어 '가시덤불과 습지'를 주제로 한 신작 20여점을 10월 12일부터 부산에 위치한 조현화랑에서 선보인다. 

이광호, 'Untitled 2374'. Oil on canvas, 130.3 ×162.1cm, 2017.(사진=조현화랑)
이광호, 'Untitled 2374'. Oil on canvas, 130.3 ×162.1cm, 2017.(사진=조현화랑)

이광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현’의 회화를 넘어선 ‘촉각적, 감정적 언어’를 부여한 새로운 환영과 느낌을 표출한다. 찔릴것 같던 메마른 가시들은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촉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축축한 습지는 거대한 자연속 비밀의 화원을 찾은 듯 고요하고 낭만적이다.

마치 자연을 어루어 만지는 듯한 감상을 갖게하는 이번 작품은 대상과 거리를  좁히며 관객을 자연속으로 끌어드린다. 회화의 사유를 깊이 탐구하는 이광호는 ‘Inter-View’, ‘선인장’ 시리즈로 대상의 사실적 재현에 기반을 두지 않고, 주관적 해석과의 간극을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표현해왔다. 

뚜렷한 피사체의 형태가 드러나는 인물과 정물을 2차원 캔버스에 오롯이 그 대상만 집중할 수 있게 그렸다면 풍경은 특정한 사물이라 할 수 있는 구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확실한 존재의 범위가 넓혀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작가의 욕망이라 할 수 있다. 

객관적 사물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포착한 ‘Inter-View’, 관능적이고 동물적인 촉각의 시각화를 극대화한 ‘선인장’, 촉각적 욕망을 활성화시킨 ‘풍경’은 회화적 완성을 위한 작가의 붓질 무게가 대상의 밀도로 전환되었다. 

그가 그려내는 자연 풍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도시 공간과는 또 다른 미지의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 범위보다 큰 현실의 ‘풍경’이라는 개념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과 위치가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이에 작가는 기존의 작업 방식인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상 속에 들어가 직접적인 감각인 촉각을 사용했다.

이광호, 'Untitled 1100'. Oil on canvas, 130.3 × 162.1cm, 2017.(사진=조현화랑)
이광호, 'Untitled 1100'. Oil on canvas, 130.3 × 162.1cm, 2017.(사진=조현화랑)

또한 풍경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체적 감각뿐 아니라 빛, 냄새, 바람, 소리 등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이 다양한 정서로 작가에게 전달된다. 이번 작품들은 뉴질랜드의 초원과 습지를 배경으로 예전의 작업보다 공간의 부피와 시선의 높이가 넓어졌다. 

이러한 광대한 풍경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마치 창밖을 내다보듯 관망하는 자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작품 속에서 관망하는 생명체인 ‘꿩’은 이광호 작가의 풍경 속에 종종 등장한다. 여기서의 ‘꿩’은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주체이며, 풍경작품 속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경험적 존재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인 습지는 이름 모를 다양한 수풀들이 엉켜져 캔버스에 가득 메워져 묘사되어 있다.각각의 화려한 색으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수풀들로 인해 어느 곳 하나 숨 쉴 수 있는 시선의 틈이 없다. 다만 어떠한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수면만이 우리의 시선에 여유를 주고 있다. 

이광호, 'Untitled 1679'. Oil on canvas, 259.1 × 387.8, 2016.(사진=조현화랑)
이광호, 'Untitled 1679'. Oil on canvas, 259.1 × 387.8, 2016.(사진=조현화랑)

이번 전시는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풍경의 모습이 각각 두 개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무수히 많은 나무 가지와 얽혀 있는 가시 돋친 넝쿨의 숲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가시에 상처 입을 듯 조금씩 물러나게 된다. 

그 어디에도 움직이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끝없는 고요한 습지의 호수는 그 투명함에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특정 장소의 한 부분을 포착해 단순한 형태의 윤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가 느끼고 매만진 감각을 캔버스에 표현했다.

더욱 섬세한 붓질과 과감한 색감으로 깊어진 이광호 작가의 촉각적 향유의 절정을 이번 전시를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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