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과 스트릿 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 개최
팝과 스트릿 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0.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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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3살 어린 나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세계적인 팝 아트의 황제 ‘케니샤프 (Kenny Scharf, 59)’가 10월 3일부터 롯데 뮤지엄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기획전’을 개최한다.

2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카밤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케니 샤프.(사진=이예진 기자)
2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카밤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케니 샤프.(사진=이예진 기자)

과학만화의 공상 캐릭터와 소비사회의 메시지를 결합시킨 독창적인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아시아 최초로 기획된 전시는 회화, 조각, 드로잉, 비디오, 사진자료 등 1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에는 젯스톤(Jetstone), 블롭(Blobz), 슈퍼팝(Super Pop) 시리즈와 코스믹 카반(Cosmic Cavern) 등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도 전시된다.

케니 샤프 작가는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와 함께 앤디 워홀 이후의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살아 있는 ‘팝아트의 전설이자 스트리트 아트’의 선구자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태어나 1978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예술적 롤모델 ‘앤디 워홀’을 만나고 클럽 57과 같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퍼포먼스와 실험적 전시를 시도하면서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한다. 

1979년 뉴욕 백화점 피오루찌(Fiorucci) 매장에서의 첫 번째 전시를 시작했고, 그 이후 펀 갤러리와 토니 사프라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케니 샤프, 'Tang'. 2007.(사진=이예진 기자)
케니 샤프, 'Tang'. 2007.(사진=이예진 기자)

롯데뮤지엄 전시장 입구는 마치 그들의 아지트인 '클럽 57'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했다. 그 당시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St. Mark’s Place)의 교회 지하실을 개조한 이 클럽은 케니 샤프를 비롯한 젊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장소였다. 

케니 샤프와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 존 섹스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은 이 곳에서 힙합, 펑크, 패션, 대중문화, 거리문화를 실험하고 혼합했다.

이들의 실험적 예술방식은 주류 미술관의 주목까지 이끌어 냈고, 이스트 빌리지 사교계의 주요 인물이 됐다. 한편, 휘트니 뮤지엄의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그의 환상적인 설치 공간 코스믹 카반을 전시했고, 명실상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1987년 앤디 워홀이 사망하고, 1988년에는 바스키아가, 1990년에는 키스 해링의 죽음으로 그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들을 떠나 보내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시기의 슬픔과 상실감은 매우 컸다. 너무 외로웠다. 나와 키스해링, 장미쉘 바스키아는 한팀이라 생각했었다. 절친들이었지만 예술적인 선의경쟁을 서로해가며 발전해 나갔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리움과 추억에만 사로 잡혀있지 않았다.

케니 샤프는 해외 유명 미술관 전시에 끊임없이 참여하며 독창적인 예술활동을 계속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내가 하는 일에 보람과 큰 매력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또한 친구들을 빼앗아간 마약과 에이즈의 공포, 핵 전쟁과 환경 문제 등을 주제로 삼아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롯데뮤지엄에 설치된 케니 샤프의 'Face Value'. 2004.(사진=롯데뮤지엄)
롯데뮤지엄에 설치된 케니 샤프의 'Face Value'. 2004.(사진=롯데뮤지엄)

전시장 벽면 우주 공간에 거대한 도넛과 핫도그가 떠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 그림들은 가장 미국적인 음식 도넛과 핫도그를 주제로 한 케니 샤프의 대표작들이다. 케니 샤프에게 도넛은 곧 '미국'이라 칭한다.

케니 샤프는 ‘도넛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가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도넛을 두고 이어지는 사이클과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의식적으로 도넛을 거대하게 그려서 사회문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롯데뮤지엄 내부에 10미터 길이의 대형벽화를 제작했다. 그는 이번 전시의 내한을 계기로 태극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음과 양의 조화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케니 샤프에게 태극 형상은 무궁무진한 상상의 원천이 되었다.

케니 샤프는 가장 신비로운 동물인 용 두 마리와 태극문양을 조화롭게 배치해 평화와 화합을 나타내는 벽화를 제작했다. 또한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과 한강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표현했다. 

롯데뮤지엄에 설치된 케니 샤프의 'Death of Estelle' (Having a Television Pizza Party, What Fun), 1979.(사진=이예진 기자)
롯데뮤지엄에 설치된 케니 샤프의 'Death of Estelle' (Having a Television Pizza Party, What Fun), 1979.(사진=이예진 기자)

코스믹 카반은 공간으로 나아간 커스터마이징 작업의 확장판이다.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그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은, 현실에서 벗어나 완벽한 세계에 도달하는 이상향이자 우주로 탈출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는 안전하게 자신과 친구들을 지킬 수 있는 사이키델릭한 유토피아를 창조했다. 코스믹 카반 내 설치된 TV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을 오마주한 것이다.

현재까지 40여년간 케니 샤프는 36개가 넘는 클로젯–코스믹 카반 작업을 세계 각국에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한국 관람객 50명이 기증한 폐장난감이 함께 사용됐다. 

코스믹 카반은 지구 종말 이후 유토피아 세계로 이동하는 통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과도한 소비주의와 환경 파괴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케니 샤프, 'Cosmic Cavern(CLOSET#29)'. 2012.(사진=롯데뮤지엄)
케니 샤프, 'Cosmic Cavern(CLOSET#29)'. 2012.(사진=롯데뮤지엄)

관람객은 이 공간을 경험하면서 디스플레이된 물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둘러싸인 우리의 환경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즐거움과 환상을 경험함과 동시에 우리가 만든 쓰레기로 오염되는 자연의 모습을 함께 느끼게 된다. 

한 분야의 예술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끊임없이 도전, 시도하며  개척해 나가는 그의 열정에 무한한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케니 샤프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LA 카운티 미술관, LA 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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