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분기점을 기록한 병풍...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 담아
삶의 분기점을 기록한 병풍...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 담아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0.08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주요 소장품을 포함한 국내 10여개 기관 및 개인소장 병풍 76점이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이 12월 23일까지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병풍을 한 자리에 모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Beyond Folding Screens)’를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금니노안도 6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금니노안도 6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검은 비단에 화려한 금니(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의 필치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은 석연 양기훈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러기와 갈대를 그린 병풍으로, 원래 10폭이었으나 두 폭씩 이어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장황(粧潢)한 것으로 생각된다. 화면 우측언덕 갈대 숲에는 줄지어선 기러기들이 낙하하는 기러기들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앉는 기러기들은 매 순간의 동작을 그려 넣어 마치 눈앞에서 착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병풍 왼편의 화제에서도 이러한 기러기들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했는데, “내려앉을 땐 파책(波磔)의 형세가 나오고(下時波勢出) 날아오를 때는 군진의 대형을 갖추네(起處陣形分)”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당나라 소주(蘇州) 출신의 시인 고비웅(顧非熊, 796~854)이 쓴 5언 율시 ‘기러기[雁]’의 3, 4구이다. 석연 양기훈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한 화가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승창 관장은 “4~5미터의 장대한 화면이 펼쳐지는 병풍은 조선을 대표하는 가장 커다란 전통 회화이지만 오히려 병풍 자체를 조명한 전시나 연구는 드물었다"며 "이번 전시는 병풍이 유행했던 조선시대의 작품을 비롯해, 전통을 잇는 근대의 몇몇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기 위하여 기획됐다”고 전했다. 

'고종임인진연도 8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종임인진연도 8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을 비롯해, 보물 제 733-2호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 보물 제 1199호 ‘홍백매도8폭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70호 ‘전이한철필 어해도10폭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76호 ‘기성도8폭병풍’,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192호 ‘요지연도8폭병풍’등을 포함해 국내 10여개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병풍 76점과 액자 2점을 선보인다.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은 1902년 11월에 진행된 ‘조선의 마지막 궁중 연향’을 묘사한 그림이다. 덕수궁에서 열린 임인년(壬寅年)의 연향은 고종의 망육순(望六旬, 51세)과 즉위 40주년을 송축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의 존폐 기로에서 황실의 권위를 세우고자 한 마지막 시도이기도 했다. 

동일한 내용의 병풍이 국립고궁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고, 8폭의 좌목(座目)으로 보아 이 작품은 진연청(進宴廳)에서 기록을 목적으로 만든 계병임을 알 수 있다.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붉은 해, 하얀 달 및 물결과 소나무 등의 도상으로 구성된 그림이다. 의궤 등 조선시대 문헌기록에는 ‘오봉도(五峯圖)’, 또는 ‘오봉병(五峯屛)’이라는 명칭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또한 조선시대 국왕의 권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그림으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임금이 자리하는 곳은 일월오봉도가 배경이 되었으며, 오로지 국왕만이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일월오봉도 8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일월오봉도 8폭 병풍'.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일월오봉도의 도상은 지배자의 복식을 장식하는 문양으로 중국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었던 일, 월, 성신(星辰), 오악(五嶽) 등을 포함한 십이장(十二章) 또는 ‘시경(詩經)’ ‘소아(小雅)」’편 ‘천보(天保)’에 등장하는 군주의 덕성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각종 자연물들과 관련이 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관람객의 작품감상에 도움을 주고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APMA 가이드’를 개발해 무료로 운영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apLAP(전시도록 라이브러리) 소장 병풍관련 자료, 아트 상품, 이벤트 등 전시 전반에 대한 정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 병풍의 나라’는 궁중과 민간에서 제작하고 사용한 병풍의 종류와 특징을 조명함과 동시, 다양한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와 오늘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고자 기획됐다.

또한, 공간을 나누고 분위기를 연출하며 갖가지 의례와 행사에 사용되던 병풍이 갖는 가치와 조형적인 멋까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