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란 공통된 주제로 삶과 관계에 대해 재구성...'협력의 진화'展
'장소'란 공통된 주제로 삶과 관계에 대해 재구성...'협력의 진화'展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0.24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재)한원미술관에서는 11월 30일까지 화가(畵歌)’협력의 진화 The evolution of collaboration’전이 개최된다.

김태형, '가벼운 보금자리'.장지에 아크릴과슈,120×360cm, 2018.
김태형, '가벼운 보금자리'.장지에 아크릴과슈,120×360cm, 2018.

'화가(畵歌)'전은 2010년부터 한국화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매해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작년 제8회 화가(畵歌)전 연계 프로그램 ‘Young Artist Project 꿈 드림 워크숍’에 참여한 16명의 작가들 중 4명 (김태형, 서인혜, 소미정, 조원득)을 선정해 전시를 기획했다.

‘협력의 진화 The evolution of collaboration’전은 일회성의 워크숍으로 끝나지 않고 수 차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큐레이터와 작가가 협업하여 1년여의 작업과정을 담아 향후 작업의 방향성에 대해 가늠해 보고자 했다. 

조원득, '끝까지 서있는 사람'. 한지에 채색, 91×91cm, 2018.
조원득, '끝까지 서있는 사람'. 한지에 채색, 91×91cm, 2018.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주제의 공통점은 ‘장소’였다. 작가들은 ‘인간의 삶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관찰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 공간을 재구성했다. 우리의 일상은 집, 거리, 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공간이 없는 우리는 상상할 수 없으며, 늘 접하는 일상의 공간에는 우리의 삶이 담겨져 있다. 또한 인간과 공간의 관계는 우리의 삶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삶의 미래를 탐색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태형(42) 작가의 일상은 대부분 ‘집’이라는 장소 안에서 발생함을 깨닫고 집 안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표현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의 작품 속 그의 집은 자신의 내적 고해소이자 긍정적 생각이 분출되는 ‘이상향(理想鄕)’ 이며 ‘도원경(桃源境)’인 것이다.

진 로버트슨과 크레이그 맥다니엘이 “장소는 어떤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듯 작가에게 집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적 공간이자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기억과 역사 등 그에게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작가 서인혜(30)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주된 일이 공간을 다룬다는 점을 주목하고 여성 노동력의 불완전함과 성스러움을 추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소미정, '무엇이 무엇으로'. 종이에 가루로 만든 돌 채색 및 오브제 설치, 100×100cm, 2015.
소미정, '무엇이 무엇으로'. 종이에 가루로 만든 돌 채색 및 오브제 설치, 100×100cm, 2015.

그녀는 순지에 채색하던 기존의 작업과 달리 콩즙과 붉은 안료로 염색한 천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간 안에 놓여진 자유롭고 비정형적 형태를 가진 천들을 통해 관객들은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여성의 불완전한 위치와 유연함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천이라는 연성재료의 전환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번짐과 얼룩과 같은 추상적 흔적을 통하여 기존의 가사노동의 개념과 재료적인 의식으로부터 해방된 거대한 여성의 에너지를 작가가 구현하는 붉은 방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소미정(28) 작가는 ‘무엇이 무엇으로’라는 주제로 돌을 이용해 서로 다르게 보이는 두 대상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연결 관계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돌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돌이 속해있는 맥락과 장소성에 집중하고 화폭으로 구현한다. 

그녀는 작업을 시작할 때 돌이 속해있던 맥락과 장소성에 집중한다. 돌의 선정부터 부피, 두께, 질감과 양적인 접근 방법에서의 상관관계를 도입하여 돌에서 사라진 부분이 돌가루를 통해 사라지기 이전의 돌 모양을 상상하도록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화면 위에 생긴 돌가루의 흔적은 자동기술법(automatism)과 같이 우연성의 결과물 같이 느껴지지만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치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서인혜, '버무려진 광목'. 천에 채색, 대나무 봉에 설치, 가변크기, 2018.
서인혜, '버무려진 광목'. 천에 채색, 대나무 봉에 설치, 가변크기, 2018.

작가 조원득(37)은 현재 폐허가 된 강원도 원주의 ‘드림랜드’라는 놀이동산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곳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드림랜드를 재해석해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작품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 한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현재 누구에게도 존재감 없는 공간이라는 것에 작가는 ‘드림랜드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진짜처럼 만들어진 가짜의 화려한 과거의 모습을 희망한다.

하지만, 작가는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폐허가 된 지금의 공간이 훨씬 아름답고 진짜라고 말한다. 각자의 드림랜드는 어떤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주변에 가까이 있는 드림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인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장소를 바라보고 재현(再現)하거나 은유를 통해 각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장소는 그들에게 개인적인 기억이나 감정을 상기 시켜주고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예술 창작-담론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와 큐레이터의 협업 과정에서 이루어진 한국화의 다양성과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그들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