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관,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흔적 담은 사진 선보여
권순관,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흔적 담은 사진 선보여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0.2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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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권순관 작가는 1973년 전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외할머니댁에서 대부분 시간을 홀로 지내며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고재 갤러리, 권순관 ’The Mulch and Bones’전 (사진= 학고재갤러리)
학고재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권순관 작가.(사진=학고재 갤러리)

그가 유일하게 소통하며 교감했던 인물은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그의 외할아버지였고, 그의 고독한 어린 시절과 외할아버지와의 관계는 후에 권순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작가는 전문사 과정을 밟는 동안 카메라, 조명 등 학교 소유의 사진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찾았다. 디지털카메라로 대부분을 작업하는 요즘에도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작가 특유의 색을 담아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조작이 어려워 널리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를 다루며 기교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진으로서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하는 시도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도 모두 스위스 회사인 지나(SINAR)사의 8 x 10인치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A4 크기의 필름을 사용해 고화질의 사진을 얻었다.

학고재갤러리, 권순관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학고재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권순관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학고재 갤러리)

권순관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소설처럼 탄탄한 줄거리를 지닌 사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서론; 미완성의 변증법적 극장’(1999-2013) 시리즈를 통해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를 세트처럼 구성해 공간과 인물이 인위적 상태로 드러나는 연출을 통해 삶의 일상적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개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어떠한 행위를 불러일으키는지에 주목했다. 동시에, 가상의 현장을 포착해 사실이지만 허구일 뿐이며 연속적이지만 찰나인 사진 속성에 대한 탐색을 펼쳤다. 

작가 권순관의 초기 작품은 대부분 연출된 장면을 통해 양식화된 현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시 풍경의 세트를 만들고 모델의 자세를 통해 도시라는 조직에 매몰된 개인의 삶을 드러냈다.

최근 작가는 이러한 작업 내용을 ‘도시’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역사, 사회 등을 포함하는 시공간적 맥락으로 발전시켜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숲, 바다 등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머물렀던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사람의 흔적을 담는다. 그는 이를 통해 보편적 역사와 사적인 기억의 모호한 경계를 살피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고찰한다. 조작과 제한 속에 박탈당한 자유 의지와 삶 같은 것들이다. 

학고재갤러리, 권순관 ’The Mulch and Bones’전 전시 전경. (사진=학고재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권순관 ’The Mulch and Bones’전 전시 전경. (사진=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11월 10일까지 사진작가 권순관(45)의 개인전 ’The Mulch and Bones’를 개최한다. 

국가와 사회의 지배 계층이 자행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그 피해가 엉겨있는 모습을 전시 제목에 담았다. 이 전시는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과 그들의 흔적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인물이 있기도 하고 풍경을 포착하기도해, 때로는 직접적이고 은유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신작 사진과 더불어 음향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 1층에 걸리는 ‘파도’는 해변에 맞닿은 거친 파도를 보여준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다시 밀려가는 역사를 현재로 소환하는 작업이다. 

전시장 지하 2층에 들어서면 괴이한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DMZ에서 17시간에 걸려 채집한 소리를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탑을 쌓듯 겹쳐놓은 음향 설치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부유하는 소리의 모음은 기이한 형태의 덩어리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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