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옮긴 사비나미술관,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관' 표방하며 은평구 시대 첫 발
보금자리 옮긴 사비나미술관,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관' 표방하며 은평구 시대 첫 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0.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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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마치 삼각산을 표방하듯 사비나 미술관은 ‘삼각형구도’이다.

'이전 개관 전시 설명을 하고 있는 이명옥 관장'.(사진=이예진 기자)
'이전 개관 전시 설명을 하고 있는 이명옥 관장'.(사진=이예진 기자)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종로구 안국동 시대를 마감하고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지상 5층, 연면적( 1740.23㎡)규모의 미술관을 신축했다.

이곳은 북한산과 둘레길이 가깝게 위치해 자연친화적이고 삼각형의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천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특징이며, 외벽은 흰 벽돌, 내벽은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졌고, 창문은 거의 없어 개방성과 폐쇄성이 융합된 건축물에는 융복합과 혁신을 지향하는 사비나미술관의 미션(mission)과 정체성이 담겨있다. 

한편 설계와 감리는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아 진행했다. 사비나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카페사비나와 안내데스크를 거쳐 2층, 3층은 전시 공간으로 4층은 수장고와 관장실, 학예실이 분리되어 있다.

5층 ‘사비나플러스’로 명칭된 이 공간은 앞으로 아카데미와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공간인 ‘루프탑’에서는 명상의 공간으로 박기진 작가의 ‘통로 A Path’ 설치되어 있다.

'사비나미술관 외경'.(사진=사비나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외경'.(사진=사비나미술관)

올해로 개관 22주년을 맞이한 사비나미술관은 재개관 첫 전시로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 예술가의 명상법’, ‘Private Moon-레오니드 티쉬코브’, ‘AA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이명옥 관장은 “도심 속에서 사색과 명상이 가능한 전시를 기획해, 관람객이 공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의 시작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회자되는 ‘명상’의 가치와 의미를 현대미술 작가들의 명상법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이다. 예술가는 그들만의 사유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고유의 통찰력이나 직관력으로 세상의 이치를 해석, 번역한다.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

전시는 세상의 복잡한 이야기를 절제와 비워냄의 방식으로, 혹은 잊고 있던 감각의 일깨움이나 노동집약적인 작업과정을 통해 작가들이 어떻게 정신적 훈련을 하고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지, 그리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드러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비나미술관 이전 개관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사비나미술관 이전 개관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작품을 아우르며 예술가의 절제되고 정제된 고요함과 묵상의 표현방식, 작품에 몰두해 열정적인 실험에 빠져드는 과정, 그리고 초자연적인 에너지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뇌파와 생체인식,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작품으로 관객의 체험을 유도하고 일상생활에서 향유할 수 있는 명상 방식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 예술가의 명상법’전은 김성호, 김윤수, 리즈닝미디어, 박선기, 배성미, 이일호, 이재삼, 임창민, 최병소, 한애규, 허윤희, 마이클 케나, 강석호, 강운, 김기철, 김지수 & 김선명, 송영숙, 안창홍, 이정록, 이준, 정보영, 허수빈,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 장 샤오타오, 제리 율스만, 조던매터, 허스크밋나븐 등의 작가가 참여했다.

'사비나미술과 이전 개관전에 참여한 안창홍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사비나미술관 이전 개관전에 참여한 안창홍 작가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일기’는 혼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은 그녀가 매일 변화하는 자연의 순간을 일기에 담아냈다. 작품은 10년동안 이어온 작가의 내면과 일상의 감정을 담은 일기를 엿보는 듯 하지만, 관람객들은 숲속을 거닐듯 나뭇잎 일기 속을 거닐면서 각자의 하루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가 임창민, ‘into a time frame_Bus stop H’은 정지된 풍경과 창문 너머로 움직이는 영상이 결합된 독특한 프레임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실내공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창밖의 풍경은 실제 장소일 수도 또 다른 장소가 될 수 있다. 순간을 포착하는 매체인 사진과 시간이 필연적으로 결부된 매체인 영상을 통해 시각적인 충돌을 보여준다.

한애규 작가의 ’반가사유상에서’의 작품도 설치되어 있다. 그녀는 30여년동안의 오랜 시간과 노동력이 수반되는 테라코타 작업을 통해 관조와 성찰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로 잔잔한 울림을 준다.

한애규 작가의 '반가사유상'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한애규 작가의 '반가사유상'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온화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여인들이 옅은 미소를 띄우며 생각에 잠겨있다. 흙의 따뜻한 색감은 대지, 자연, 모성애를 떠오르게 하고, 작가의 손길과 온기가 담긴 작품은 인간이자 여성, 어머니, 예술가로서 살아온 작가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Private Moon - 레오니드 티쉬코브(Leonid Tishkov)’, 러시아 설치미술가인 레오니드 티쉬코브(65)는 직접 제작한 인공달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달빛을 비추는 작가이다.

그는 지난 15년간 세계각국을 다니며  ‘Private Moon’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티쉬코브는 초현실주의 대표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The Sixteenth of September 1956’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 

‘AA프로젝트(Art & Architecture): 공간의 경계와 틈’, 김범수, 김승영, 박기진, 베른트 할프헤르, 양대원, 이길래, 진달래&박우혁, 황선태 등의 작가가 참여하고 이상림(공간종합건축 대표), 이충헌, 남석우, 전혜원, 강은경 등의 건축가가 협업해 이룬 프로젝트이다.

박선기 작가의 'An aggregation 20181012'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박선기 작가의 'An aggregation 20181012'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사비나미술관 건축물 지역의 환경적, 건축적 특성을 미술가와 건축가가 시공 초창기부터 함께 탐구해 총 8점의 공간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미술가와 건축가는 화이트 큐브의 빈 공간에 놓이는 전시 방식이 아닌, 사비나미술관이라는 공간과 빛, 구조와 동선을 함께 스터디하고 탐색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이고 미술과 건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제시하는 전시이다.

이명옥 관장은 “은평구 내 최초의 미술관으로서 융복합 전시, 예술 교육프로그램, 아카데미, 세미나,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예술적 소양과 심미안, 창의성을 길러주는 평생학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지역주민을 위한 미술관인 동시에 국제적인 미술관으로도 발전시키겠다” 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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