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14 '김경민 작가 이야기'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14 '김경민 작가 이야기'
  • 권도균
  • 승인 2018.11.10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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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된 행복을 조각하는 김경민 작가의 삶과 예술 이야기'

"그대가 원하는 대로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요구하지 말고, 그것들이 있는 그대로 생겨나도록 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대의 삶이 행복해질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

'조각가 김경민'.(사진=artinfo DB.)
'조각가 김경민'.(사진=artinfo DB.)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행복이 와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불행이라고 생각되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쉽사리 자포자기하게 되기도 한다. 인용구의 의미는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라는 것 같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은 운명론을 수용한다. 스토아학파와 흡사하게, 김경민 작가에게 행복은 행복한 순간도, 힘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는 순간도 행복이다. 행복한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사상은 불행은 결코 우리의 행복을 감소시킬 수 없다에서 출발한다. 행복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열린 기회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은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노를 젓는 사람이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은 세상사에 따라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경민 작가는 현재의 삶이 무척 행복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이거나, 유명해져서가 아니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일 뿐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남편과 착한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작가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작업을 할 때는 힘들지만, 작업에 몰입하는 바로 그 순간이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인 것 같다.

'김경민 작가 작품'.(사진=artinfo DB.)
'김경민 작가 작품'.(사진=artinfo DB.)

작가는 매일매일 가족들과 티격태격하면서, 누구나 겪는 비슷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한다. 순간순간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 작가의 뇌리 속에는 작품 구상을 위한 아이디어로 다가온다. 일상의 순간이 상상력이 가미된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김경민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겨울인 듯하다. 2014년과 2015년의 화랑미술제와 키아프는 김경민 작품이 완판 수준으로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때부터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트 페어에서 한국 남녀 조각가를 통틀어서 대중적인 인지도나 브랜드가 가장 뛰어난 작가가 바로 김경민이다. 밝음은 그림자를 동반하듯이, 대중적인 인기 이면에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묵묵히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나아갈 뿐이다. 

2015년에는 북촌 갤러리 4층 건물 전층에서 초대전을 했었다. 입구에는 대형 조각도 설치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성북동 작은 공간에서 2018 김경민 초대전을 열게 되었다. 조각을 제대로 전시하기에는 공간의 규모가 작아서, 커다란 작품을 시원하게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작은 작품들이 갖고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는 꼼꼼하고 세심한 작업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다. 2015년 김경민 작품의 특징은 발이 크고 신체가 날씬한 체형의 인물이고, 등장인물은 가족이다. 시각적으로 세련된 컬러플한 색상으로 채색되어 있고, 소소한 일상의 스토리가 가미되어 관람객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2018 KIAF에 출품된 김경민 작가 작품'.(사진=artinfo DB.)
'2018 KIAF에 출품된 김경민 작가 작품'.(사진=artinfo DB.)

하지만 2018년의 주요 작품들은 청동의 색을 기반으로 한 단색이거나, 회색 계열의 모노톤이다. 또한 인체가 양옆에서 눌린 것처럼 부피가 얇아졌다.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대중들을 위해서, 80만 원 가격의 스페셜 작품으로 골프채를 들고 있는 브론즈 작품도 있다.

작품 디피는 심플하게 같은 톤의 작품들로 배치하였다. 전시장에 들어오면, 오른 편에는 컬러플한 채색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고, 왼편에는 회색 계열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마치 화려한 색상의 작품들은 지금 현재를 의미하는 듯하고, 회색 계열의 작품들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느낌을 준다. 인생이란 순간순간의 일상들이 모여서,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님, 작품에 등장하는 30-40대로 보이는 부부의 모습과 아이들의 인물에도 미래에는 변화가 있을까요? 작품은 작가의 현재의 생각 또는 현실의 반영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면 가족을 상징하는 인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시간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요?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김경민 초대전 전경'.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김경민 초대전 전경'.

나에게 예술과 일상의 삶 사이에는 단절이나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작품들은 보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사기라는 말도 있고, 팔리는 것이 예술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김경민 작가에게 예술은 삶 그 자체이고, 삶은 곧 예술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예술가로서 현재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모험하는 탐험가이다. 삶이 예술이라는 작가에게는 삶이 끝나는 순간이 비로소 예술이 끝나는 순간인 것이다. 먼 곳을 향해 망원경을 보는 작품처럼, 미래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작가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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