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1세대 화가 한묵, 최대 규모 단독 회고전 개최
추상 1세대 화가 한묵, 최대 규모 단독 회고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2.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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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붓대 들고 씩 웃으며 가야지.” 한국 1세대 추상화가인 한묵 화백의 생전의 마지막 말이자 지금은 유언이 된 말이다.

'2016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당시 한묵 화백'.(사진=artinfo DB.)
'2016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당시 한묵 화백'.(사진=artinfo DB.)

지난 1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 전시되는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회고전에 함께한 한묵 화백의 부인 이충석 여사가 생전의 한묵 화백의 작업 이야기를 했다.

한묵(韓黙, 1914~2016) 화백은 한국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기하추상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며, 한국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다.

그는 1914년 3월 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한백유(韓百由 )였으나, 호로 지은 묵(墨)자를 좋아해 개명했다. 1932년 중국(당시 만주)으로 이주 했다.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1935~1940)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졸업한 후 도쿄에서 귀국 후 형이 있는 금강산 부근 온정리 교회를 찾아갔다. 그 이후 38선으로 국토가 분단되자 7년간 금강산을 회유하며 작품에 몰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개막식에 함께한 한묵 화백의 미망인 이충석 여사'.(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개막식에 함께한 한묵 화백의 미망인 이충석 여사'.(사진=이예진 기자)

"지금 작품들속의 색채는 그가 금강산에 머무르는 동안 자연의 색을 보고 느낀대로 간직해 표현한 것이다."

한 화백은 홍익대학교 교수직(1955~1961)을 사직한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독자적인 작업 활동에 매진했다. 

작가 한묵은 평생 동안 동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사유를 바탕으로,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성찰하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했다. 그의 회화는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의 절묘한 융합이 특징적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설치된 한묵 화백의 자화상'.(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에 설치된 한묵 화백의 자화상'.(사진=이예진 기자)

그는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 평면 밖으로 무한대로 퍼지며, 울림이 느껴지는 ‘미래적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색, 선, 형태라는 순수조형요소를 통해, 현상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와 생명력의 실체를 구사하고자 했던 작가 예술관의 발현이다. 

한묵의 첫 유고전인 이번 전시는 그가 이룩한 화업(畫業)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명하며 작가가 추구한 작업세계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가도록 구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구분하고, 1950년대의 구상작업부터 시공간이 결합된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까지의 작업을 시기별로 분류, 작품 변화의 특징을 조명하는 전시로 한묵의 유작에서 엄선한 130여 작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단독 최대 규모의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기하추상작업의 근간이 된 1960년대 순수추상 작업들과 1970년대 판화 작업의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980년대 이후 지속된 종이 콜라주 작업과 붓과 먹을 사용한 작품도 포괄해, 이를 한묵의 후기 작품의 변모된 양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37점의 드로잉 작업과 한묵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게 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첫 유고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한묵이 도달하고자 한 정신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을 2019년 3월 9일에 개최해, 한묵의 작품세계를 규명하고 한국미술사에서 한묵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 12월 11일부터 내년 3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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