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전에 나온 '건칠 희랑대사상'의 숨겨진 비밀에 다가간다
대고려전에 나온 '건칠 희랑대사상'의 숨겨진 비밀에 다가간다
  • 강옥선
  • 승인 2018.12.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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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전문가 초청 강연◆

[아트인포=강옥선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지난 12월 4일부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연계해 총 4회의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마련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고려전 전시 모습'.(사진=artinfo DB.)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고려전 전시 모습'.(사진=artinfo DB.)

오는 12월 20일 제1회 강연을 시작으로 2019년 2월 14일까지 ‘동아시아 문화 교류와 고려의 불교미술’(12월 20일),‘고려시대 직물과 문양’(2019년 1월 24일), ‘고려시대의 제다(製茶)와 탕법’(2019년 2월 14일)등 고려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걸음 더 고려로 내딛는 심도 있는 만남을 준비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인물 초상 조각, '건칠 희랑대사상'의 숨겨진 비밀에 다가간다#

통일신라 말의 문인이자 대학자였던 최치원(崔致遠, 857년~미상)은 9세기 말 천령군(지금의 경남 함양)의 태수를 지내고 있었다.

당시 해인사에는 화엄학의 이름난 승려였던 희랑대덕이 화엄경의 핵심을 강의하는 법회가 있었다. 오랑캐를 막아 내느라 강경법회에 청강하지 못한 최치원이 그 안타까움으로 10절의 시를 지어 보냈고, 그 중 현재 6절이 전해진다.

'가야산해인사고적(伽倻山海印寺古蹟)'에는 “희랑대덕이 여름철에 가야산 해인사에서 화엄경을 강하였는데, 나는 오랑캐를 막아 내느라고 청강할 수가 없었다. 이에 한 번 읊조리고 한 번 노래하되, 10절을 지어 장(章)을 이루어서 그 일을 기린다. 방로태감 천령군태수 알찬 최치원” 이라는 기록이 있다.(希朗大德君 夏日於伽倻山海寺 講華嚴經 僕以捍虜所拘 莫能就聽 一吟一咏 五側五平 十絶成章 歌頌其事 防虜太監 天嶺郡守 遏粲 崔致遠)

통일신라 말 진골귀족의 독점적인 신분사회의 모순을 겪으며 시대의 전환기를 살았던 최치원은 전국 각지의 호족 세력이 크게 성장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에 전시된 '건칠 희랑대사상'.(사진=artinfo DB.)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에 전시된 '건칠 희랑대사상'.(사진=artinfo DB.)

'삼국사기' 최치원전에는, 고려 왕건(王建)에게 보낸 서한 중 “계림은 시들어가는 누런 잎이고, 개경의 곡령은 푸른 솔(鷄林黃葉 鵠嶺靑松)”이라는 구절이 있다.

계림이 신라를 뜻한다면 개경의 곡령은 송악산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던 왕건으로 저물어 가는 시대와 새로 일어날 고려를 내다봤음을 알 수 있다.

대고려전에 출품된 보물 제999호 희랑대사상은 화엄종의 고승 희랑대사상을 조각한 우리나라 유일의 인물조각상이다. 희랑대사는 그를 따르는 문도들과 함께 후백제군을 물리쳐 고려 태조 왕건의 고려 건국에 큰 도움을 준 태조 왕건의 스승이다.

희랑대사상은 길쭉한 얼굴에 오뚝하고도 긴 코, 튀어 나온 광대뼈에 사실적인 얼굴 주름들이 마치 살아 계신 모습을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하는 실재감이 강조되어 있는 상이다.

인자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모습에 많은 수행을 거치면서 쌓인 내면의 정신성이 강조되어 있다.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는 희랑대사상을 비롯하여 고려시대 불교조각이 이룬 뛰어난 문화사적인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불상 내부에 납입된 불복장#

대고려전 연계 전문가 초청강연에는 불상 내부에 다양한 종류의 성물(聖物)을 넣는 불복장(佛腹藏) 의식도 다룬다. 불복장은 물질적인 불상을 예배의 대상 즉 성물로 전환하는 비밀스럽고 엄중한 의식으로, 한국 불교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의례이다.

대고려전에 출품된 '불감'.(사진=artinfo DB.)
대고려전에 출품된 '불감'.(사진=artinfo DB.)

복장물은 중국이나 일본에도 남아 있지만 발원문, 각종 경전, 직물과 복식 등 수백 점에 해당하는 각종 물목이 나온 경우는 거의 없는 점에서 한국 불교의 독자적인 사상과 신앙, 성격 등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복장물 가운데는 불상의 내력이나 제작연대를 비롯해 사찰명, 만든 사람, 소임을 맡은 승려, 재가신도들에 이르는 불상 제작에 참여한 인물들을 적는 발원문이 발견되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와 더불어 현재 없어진 고려의 경전, 다라니, 복식, 직물들이 불상 내부에서 발견되면서 의식의 형태는 물론 현재 없어진 미술의 복원에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무량한 생명과 끝없는 빛,아미타불을 그린 고려불화에 담긴 의미와 가치#

고려시대 불교회화의 정치하고 치밀한 아름다움과 회화적 우수성은 고려 사경과 더불어 이미 그 당시에 있어서도 이름이 나 있었다.

남송 불화나 원(元)의 불화와 비교하면 도상이나 신앙을 공유하면서도 배채(背彩)를 통해 은은하게 투영되는 중후한 아름다움이나 치밀한 금니(金泥) 문양, 흐트러짐 없는 필선은 비교할 수 없는 독창적 예술 세계를 보여 준다.

진채(眞彩)뿐 만이 아니라 먹의 운용도 매우 뛰어나다. 윤곽을 나타내거나 화면의 콘트라스트를 만드는 먹의 효과와 담채(淡彩)의 조화는 수묵과 담채를 능숙하게 다룬 솜씨의 결과이다. 이러한 화려한 미술은 이를 선호한 수요자의 미적 취향이 반영된 것인 동시에 고려불화의 제작 방식에 기인한다.

대고려전에 전시된 '수월관음도'.(사진=artinfo DB.)
대고려전에 전시된 '수월관음도'.(사진=artinfo DB.)

12월 20일 제1회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는 동아시아의 불교 문화에 있어서 고려불화의 뛰어난 예술성과 종교적인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중국 남송대 불교미술을 비롯해 동아시아 불교회화의 권위자인 일본 규슈대학의 이데 세이노스케 교수는 ‘고려 불화와 송원 불화의 관계성: 아미타여래도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한다.

대고려전에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아미타여래도, 일본 사가현 광복호국선사(廣福護国禪寺) 아미타팔대보살도,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2점의 남송대 아미타여래도 등 동아시아에서 보편적으로 성행한 아미타신앙 속에서 고려 아미타여래도의 특징과 독자성을 비교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전시 모습.(사진=artinfo EB.)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전시 모습.(사진=artinfo EB.)

대고려전에는 고려 불화 19점과 중국과 일본의 불화 14점, 총 33점의 불교회화가 출품됐다. 이중에는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동북아시아의 불교미술의 교류를 보여주는 둔황(燉煌) 천불동(千佛洞) 출토 영국박물관 소장 스타인 컬렉션의 불화 7점, 남송대 아미타여래도와 오백나한도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한 자리에서 이처럼 많은 고려 불화와 동시기 동아시아의 불교회화를 관람하는 것은 드문 기회이다. 특히 일본 나라박물관 소장 원대 시왕도, 일본 가마쿠라(鎌倉)시대 천수관음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석가삼존십육나한도 등은 전시 기간이 한정되어 있어 반환되기 이전에 관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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