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포=김재현 기자]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테이트(Tate)에서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Sol LeWitt Upside Down – Structure with Three Towers, Expanded 23 Times, Split in Three)'(2015)의 소장을 확정했다.
양혜규(47)의 블라인드 설치 작업은 현재 워커아트센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과 말뫼시 등에 소장되어 있다.
양혜규의 작품을 포함한 이번 테이트 신소장품 전시 'Materials and Objects'는 예술적 경계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소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12월 10일부터 약 1년간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2015)은 2015년 시작된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의 시초로 꼽힌다.
'솔 르윗 뒤집기'는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의 기하학적 구조물을 직접적으로 참조하고 미니멀리즘의 유산을 유지하되 본래의 구조적 형식을 전복시킨다.
솔 르윗의 1986년 작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Structure with Three Towers)'을 ‘뒤집’어 500여 개의 순백색 블라인드로 대체했다. 다만 원작의 반복되는 입방체 구조를 70 cm이라는 자체적인 규격에 맞춰 ‘23배로 확장’했다.
'솔 르윗 뒤집기' 작업은 다른 대형 블라인드 설치 작업과는 달리 자유로운 구성을 지양하고, 엄격하게 규격 된 특정 단위를 형식으로 삼는 새로운 유형적 맥락을 가진다.
또한, 같은 작업이라도 전시마다 조합 형태를 달리해 설치되기도 했다. 이번에 소장된 작업이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를 통해 처음 소개될 당시에는 르윗의 원작과 동일하게 단일 부피로 천장 높이 드리워졌으나, 같은 해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와 이듬해 스위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전시에서는 ‘셋으로 나뉘’어 추가된 조명 아래 설치됐다.
양혜규에게 블라인드는 단순히 특이한 재료 이상으로 복합적 면모와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시각적인 언어로 진화했다. 블라인드는 구체적인 인물이나 서사를 추상화하기도, 문화인류적 구조에 대한 작가의 견지를 반영하거나 소환하면서, 인간 본연의 인식 체계를 자유로이 유영한다.
2006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이어진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시리즈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미술관에서 선보인 '성채'(2011), 카셀 도쿠멘타의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工學的) 안무'(2012), 파리 퐁피두센터 1층 중앙홀 ‘포럼’에 설치됐던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2016), 그리고 이번 테이트 모던 미술관 소장품까지,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 작품은 그의 실험적이고도 고도로 응축된 형식적 변주를 반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