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2004년 출발한 '예술-행위 프로젝트' 작품 20여 점 공개
이명호, 2004년 출발한 '예술-행위 프로젝트' 작품 20여 점 공개
  • 김재현
  • 승인 2018.12.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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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빛을 촬영했다는 작품의 액자는 얼핏 보면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그냥 백지를 넣어 걸어둔 모습이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진작가 이명호(43)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전시장 2층에 걸린 두 점의 액자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며 수군거림을 유발한다.

'갤러리현대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명호 작가'.(사진=artinfo)
'갤러리현대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명호 작가'.(사진=artinfo)

이명호 작가는 "빛을 수차례 반복해서 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긴 시간 노출을 주어 빛을 촬영해서 겹겹이 올리니 아무것도 없이 보이는 하얀색이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Tree', 'Mirage' 시리즈를 통해 커다란 캔버스를 피사체에 설치하고 촬영해 색다른 이미지로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진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 이명호의 개인전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가 12월 5일부터 갤러리현대에서 막을 올렸다.

전시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작가가 작품만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교직을 관두고 갤러리현대에서 마련한 5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이전에 선보였던 구체적이고 쨍쨍한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 무엇인가 빈 것 같은 느낌의 작품들이다.

'Tree'시리즈를 통해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움으로써 피사체가 된 나무 한 구루를 사진에 온전히 담아내어 하나의 자연물에서 캔버스에 놓인 예술적 대상이자, 주변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하나의 존재로 재탄생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선보인 'Nothing But' 시리즈에는 동일하게 보이는 위치에 설치한 캔버스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그냥 물성적인 오브제로서 전체 풍경에 놓였다.

'이명호 전시 전경'.
'이명호 전시 전경'.

무언가를 드러내거나, 만들어내는 역할을 잃어버린 캔버스는 오히려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기에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가는 "어딘가에 캔버스를 설치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며 비가시적으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으나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그 사이 혹은 그 너머에서 비롯된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단지 구현된 가시적 이미지를 통한 인식 전환의 경험을 넘어, 미처 구현되지 않은 비가시적 이미지로의 체험까지 아우르며, 이를 자유로이 해석할 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명호 작가는 "바위를 가린 캔버스처럼, 캔버스 전면에 드러난 이미지가 아니라 빈 캔버스로 뒷면의 사물을 가리는 것, 그래서 그 뒤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까지 유발하게 하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장에는 이명호의 대표 시리즈 'Tree'를 9개의 대형 캔버스로 구성한 대형 설치 작품과 다대포 서해안 갯벌에서 촬영된 작품들인 'Nothing But' 5점 그리고 촬영 과정의 기록을 담은 'View of Work: Nothing But'2점이 함께한다.

이명호, 'Nothing But #2'. 2018.(사진=갤러리현대)
이명호, 'Nothing But #2'. 2018.(사진=갤러리현대)

이외에도 이미지 채집에 대한 욕망과 허망을 다룬 신작 '9 Minutes' Layers'가 1분 단위로 촬영된 10점의 기록 사진과, 그 10점의 RGB 값이 쌓여 마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과 같이 하얀 잉크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나뉘어 선보인다.

또한, 수직의 시선으로 이끼 밭에 놓인 돌과 그 흔적을 촬영한 'Stone.....', 프랑스 생떼미리옹에 위치한 샤또 라호크 와이너리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탄생한 작업과 그 제작과정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시는 2019년 1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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