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조각은 나의 운명이며 인생의 모든 것"
김경민 "조각은 나의 운명이며 인생의 모든 것"
  • 김재현
  • 승인 2018.12.2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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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조각은 나의 꿈이자, 나의 운명이며 인생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순간순간 행복해지고 싶어요."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민 작가'.(사진=artinfo)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민 작가'.(사진=artinfo)

대한민국 조각계에서 이름 석자 '김경민'은 대중성과 작품성 그리고 공공조형물이라는 분야를 통해 어린아이부터 전문가 집단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인지도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 다녔던 알록달록한 색채를 입고 세상에 내놓은 따듯한 가족의 일상 작품과 달리 모노톤으로 옷을 갈아입은 작품들을 우리에게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월 1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북구 아트스페이스 H에서 진행되는 김경민 초대전에는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작품부터 브론즈의 고유 성질을 드러내는 작품 그리고 회색의 모노톤이 덮인 작품 등 30여점이 함께한다.

김경민 작가는 "초기 작업에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 담겨있었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의 존재가 가장 큰 존재의 이유로 다가오게 됐다"며 "수년 전부터 조금 지겨움을 느끼게됐는데, 회색톤과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나의 꿈인 조각을 다시 한번 완성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의 대중적 인기가 오를 수록 이를 시기하는 일부의 시선이 따라다닌다. 서울시내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주변의 시선은 제가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적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사과는 씹히지만, 망고가 되어야 못씹는 것처럼 다작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것이기에 오는 비판인 것 같다"며 "시기와 질투도 나를 키우는 자극제가 되는 것이죠. 제 작품이 좋을 수록 이러한 수근거림이 따라 다니는 것이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전시된 김경민 작품'.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전시된 김경민 작품'.

세상과 조각계에서 눈총은 대학시절 재료의 본성을 따르지 않으며, 채색을 가미했고 1996년 젊은 나이에 당시 최고 권위로 여겨지고 있는 MBC 한국구상조각대전에 '대상'을 수상하며 더욱 심해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김 작가는 "당시 25~6세 나이에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다른 조각가들이 함께 전시를 할 수 없다며 작품을 철수할 정도로 제 작품이 눈길을 받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 김경민이 세상에 또 다른 실험을 통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프롤로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자리이다.

"무채색을 사용한 것은 변화를 준 것이죠,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마음 속에서 요동치고 있어요. 늘 연구하는 자세로 성실성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도 진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 등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유명세를 얻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걸어온 길이 녹녹하지 않는 과정의 반증일 것이다. 대중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우리는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며 늘 새로운 것을 기다리는 심리와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 자만하지 않으며 또 다른 도전으로 새로운 정상을 찾기 위한 고된 과정은 그 이전의 움직임보다는 무게감이 더한 것이 현실이다.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전시된 김경민 작품'.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전시된 김경민 작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이 인생사 만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의 인기와 명성을 얻기 위해 고된 창작의 과정을 거친 시간은 금새 잊혀지고, 조그만 실수라도 하기를 기다리는 시기라는 복병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각가 김경민도 다양한 고민거리를 가지고 변신을 위한 몸부림과 투쟁을 하고 있다. 좀더 이쁘고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이 위해서다.

김 작가는 "유명세를 얻고 있는 해외의 작가들의 작품이 공장에서 갓 나온 것처럼 매끈한 공산품이지만, 자신은 '손맛(핸드메이드)'을 꾸준이 드러내고 싶다"며 "성의와 열정으로 만들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지방의 한 찻집 주인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후 더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는 김경민 작가는 만화와 같은 재미만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 세 자녀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부인으로서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작품으로 담았다.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할 줄 모르는 삶의 운명 속에서 그 사건 조차도 작품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직은 고민을 하게 되는 주제라는 말도 덧붙인다.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설치된 김경민 작품'.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 설치된 김경민 작품'.

김경민 작가는 "대중적으로 친근해지는 것이 나의 예술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사적으로 족적을 남기기 보다는 대중들이 이해하고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김경민의 예술, 작업관이 아닐까요"라고 역설한다.

이어 "작품을 대중적으로 저변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반해 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내년에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방법으로 만들고 있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귀띰했다.

조각을 처음 접할 당시 사회에 대한 예리한 관심을 풍자적으로 빗대어 주목을 받았던 작가 김경민이 현재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제는 세상에 눈을 돌려 대중들이 좀더 손쉽게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삶의 모든 것이 조각이라는 본인의 좌우명을 실천하려는 결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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