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영 "동일한 색이 나올 수 없는 것이 내 작업"
유희영 "동일한 색이 나올 수 없는 것이 내 작업"
  • 김재현
  • 승인 2018.12.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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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현대미술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비평의 대상으로 쉽게 풀기도 어렵다. 추상의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축소해서 표현한 것일 뿐. 나의 그림은 기법이 달라 몇 점만 그려도 동일한 이미지가 소멸된다."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유희영 작가'.(사진=artinfo)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유희영 작가'.(사진=artinfo)

15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유희영(78)의 작업관이다. 그가 10월 11일부터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유희영의 색면추상'이란 타이틀의 전람회를 연다.

유희영은 1980년대부터 비정형 추상의 외길을 걸어왔다. 몇 개의 수직 띠로 화면을 분할하고 그 안에 하나 또는 두 개의 색을 바르는 색면추상회화를 추구해 나갔다.

이번 전시에는 화면 안에 4개 면을 분할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유희영 작가는 "나는 색상의 변화를 준다. 동일한 색이 없다. 물감을 혼합하면 같은 색이 나올 수 없는 이치다. 물감을 직접 섞어 쓰는 나도 제목이 헷갈릴 때가 있다. 언제 만들었는지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작품에는 기존 필선들은 숨겨지고 오로지 순연한 색면이 두드러졌고, 몇 개의 수직 띠에 의해 화면이 나누어진다. 반복되는 수직의 띠로 조성된 좌우의 대칭 또는 사선에 의해서 만들어진 균형감의 존재감은 드러나고 이러한 분명한 대칭의 화면 분할은 작가의 살아있는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유희영 전시 설치 모습.(사진=현대화랑)
유희영 전시 설치 모습.(사진=현대화랑)

유희영의 초기 작업은 새로운 조형언어를 탐구하는 시기로 빠른 필획의 움직임과 분할된 색면을 한 화면에 배치시켜 역동적인 운동감을 자아내고자 했다.

이후 작가의 1980년대 작업에서는 초기 작업에 선보였던 자유분방한 운필의 사용이 점차 줄어들게 됐고, 색채가 지닌 변화와 밀도에 대해 연구하며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면이 중점적으로 부각됐으며, 화면에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함께 순도 높은 색채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생각하는 추상은 심상의 세계를 자신만의 표현방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앵포르멜(Informel)의 영향을 받아 80년대부터 시작한 작가의 서정적 추상작업은 피카소의 청색시대(Blue Period)로부터 영감을 받아 코발트블루(Cobalt Blue),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등 다양한 청색으로 이루어졌고 그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작가는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붉은 계열의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전시를 하는 것에 대해 유희영 작가는 "1년에 5~6번 정도 그룹전 활동을 했다. 개인전을 오랜만에 하는 것인데, 오랜만에 선보인 것일 뿐 붓을 꺾은 적 없다"며 "화가로서 생존의 의미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작품이나 내놓기는 싫다"고 설명했다.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유희영 작가'.(사진=artinfo)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유희영 작가'.(사진=artinfo)

유희영은 2000년대 이후의 작업에서도 기하학적 구성에 대한 조형적인 탐구와 조색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1991년부터 충청북도 옥천의 새로운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희영은 자연 속 생활에서의 사색의 경험들을 색면추상으로 녹여내고자 했다.

정확하게 구획된 형태의 작업들은 작가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끊임없이 탐구했던 조형적인 특징을 극대화하며 물성 그 자체를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작품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작가의 색면은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가 보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확신을 주고 모더니즘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는 걸 화면 형식 속에 하나의 주제를 담아내는 장치로 보여주면서 서정적 추상미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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